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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존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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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으로 그렇게 날이 흘러가도 그에게 허물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종이라는 낙인이 그의 등에 분명하게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부모님들이 딸이라는 애착으로 저에게는 용서를 해줄지 모르지만 그를 만난다면, 그 자리가 바로 그의 무덤이 될 것이 때문입니다.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던 저는 마음의 고통을 스스로 키우면서 해산할 날이 가까워졌습니다.

  머지않아 아기 낳을 날이 가까워지자 저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집을 떠났습니다.
오직 어머니 곁에서 해산하려고 길을 나선 것입니다.
가는 도중 길에서 출산을 하였습니다.
남편이 곧바로 따라와  발견했기 때문에 일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일생에 처음으로 만난 큰 일, 그 어려운 일 하나를 넘겼으므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실을 부모님께서 아셨다면 얼마나 가슴을 칠 일이었겠습니까/

  세간에서 하는 말대로 아들 하나를 낳았던 것입니다.,
법의 눈으로 보면 고통 위에 고통의 덩어리가 더 겹쳐진 것뿐이었습니다.
고통을 고통이라고 모르는 저에게 그때의 아기는 모든 시름을 잊게하는 웃음과 행복 덩어리로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봐도 나쁜 일이라고는 전혀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습니다.
아들이라는 애정 때문에 좋은 것만 바라는 저 자신에게 허물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허물 가운데 어리석음은 가장 큰 허물이 됩니다.
허물을 허물인 줄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여 집착이나 애착만 가지고 살았습니다.
허물을 보지 못하고 애착에만 빠져 있던 저는 다시 둘째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에는 저 혼자 부모님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걷지 못하는 큰아들을 데리고 함께 떠나갔던 것입니다.
                                                                      &&&&&&&&&&&&&&&&&&&&&&&&&&&&
  뱃속에 아이 하나, 배 밖에 아이를 하나 안고 남편 몰래 길을 떠났습니다.
해산일이 너무 촉박했을 때 길을 나선지라 그때 역시 먼저처럼 숲 속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들의 아버지 역시 그때처럼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큰 비가 몹시 심하게 내렸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와 해산한 어미에게는 비를 피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컴컴하고 깊은 숲 속에서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

  남편은 필요한 장소를 구해야 했고 아니와아이도 그냥 둘 수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겨우겨우 힘을 내어 비를 막을 것을 구하러 나갔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나간 남편은 한밤중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큰아이와 갓 낳은 아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산모가 비를 맞으며 한밤을 지새웠습니다.
날이 밝자 비가 겉혔습니다.
한밤 내내 줄기차게 퍼붓던 큰비와 바람이 함께 조용해졌습니다.

  한 손으로는 큰아이의 손을 잡고 갓 낳은 작은아이를 가슴에 안고 더듬더듬 살펴가던 중에 아이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전신이 검게 부풀은 것이 뱀에 물려 죽은 것입니다.
                                      &&&&&&&&&&&&&&&&&&&&&&&&&&&&&&&&&&&&&&&&&&&&&&&&&&&&&&
  담마의 눈으로 생각하면 이 일은 무상 그대로일 뿐입니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한 과정일 뿐인 그 일에 누구를 불쌍히 여기고 누구를 통곡케 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깊은 숲 속에서 이런 일을 당한 저는 심하게 통곡하였습니다.

  죽는 성품 위에 안 죽게 하려는 번뇌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남편이라는 집착으로 아무리 통곡한들 이미 죽어버린 이가 다시 움직여 줄 리는 없었습니다.
원래 성품의 법칙은 번뇌가 원하는 대로 터럭 끝만치도 따라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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