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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존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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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보름, 목요일


  우리 교단의 역사 중 가장 중요했던 그날, 그 요일은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리라.
우리들의 할아버님 인사나 대왕의 새로운 원년(그들의 역사가 너무 오래 되어서 앞의 숫자를 모두 제하고 남은 2년부터 새로
계산하기 시작했다)인 2년에서부터 계속하여 세어왔던 햇수로 97년 음력 유월 보름날이었다.
  낮이 지나고 밤이 되어 우기의 훈훈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올때 형님 싯달타 ㅌㅐ자가 동산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 그 요일에 까삘라 성에 다시 돌아와서 우리들이 일생 중에 잊을 수 없는, 눈 앞에서 펼쳐진 그 사건을 분명하게 보게 되었다.


  들렸다가 끊어지는 흐느낌 소리,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던 형님과 헤어졌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으며 그 울음잔치에 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의 그늘에 의지하여 맞이한 오늘, 다시 돌이켜 본다면 사실 그날의 크나큰 선업의 행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때의 통곡과 흐느낌, 수군거리던 모든 것을 이제는 기쁨으로 표현해야 하리라.

                                                    &&&&&&&&&&&&&&

  동산에 가던 때와 지금은 정반대의 얼굴이다.
동산을 향해 출발할 때는 골똘한 생각에 밝지 못한 얼굴이었다.
 오늘이 형님 싯달타와 함께 우리 형제들 모두를 위해서 좋은 날인 것은 사실이다.
오늘은 여느 다른 날과는 다른 틀림없이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이 날, 이 요일, 동산에 갈 때 너무나도 특별한 모습을 형님 싯달타께서 보신 것이다.
  그 사람은 수레도 없이맨발 그대로 까삘라 성의 가장 큰길을 서두는 기색도 없이 천천히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비싼 천으로만든 고상한 옷 하나, 어느 장식 하나 걸치지 않았다.
짙게 물들인 거친 베옷 하나만을 그의 몸에 덮고 있었다.
  그가 소중히 안고 있는 것은 루비도 황금도 아니며, 어떤 보배도 아니었다.
흙으로 거칠게 빚어서 만든 거무튀튀한 테두리도 없는 질그릇 하나,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난하고 비천한, 가장
낮은 한사람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 가장 가난하고 낮은 사람이 가장 잘 갖춘, 가장 부귀스러운 마하라사의 큰 왕자에게 존경을 드리지도, 머리를 숙이는
것도 없었다.
가장 잘 갖춘 호사스러운 사람이 오히려 그가 가는 곳을 따라 눈길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자세히 볼수록 이 세상에서 구족하고 구족치 못한 것의 뜻을 나의 형님께서 눈치 채시는 것 같았다.
사치와 호사, 젊은 왕족 한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것마다, 갖추어지는 모든 부귀들, 남편이 원하는 것에 따라 받드는 부인,
주인의 얼굴만 보고 마음에 들도록 시중하는 많은 사람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생각ㄷ조 못하고 꿈조차 꿀 수 없는 부귀와 호사가 넘치는 분이지만 구족치 못함으로 인해서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가장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가난하여 아무것도 가진 것이없는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춘 편안한 얼굴이 아닌가?
원함이나 걱정이 없는 원래대로깨끗하고 밝아서 어느 바람도 스쳐가지 않는구나!

  온통 황금무더기 위에 사는 사람들, 모든 중생들마다 벗어나지 모사고 잡아먹히는 늙고, 병들고, 죽게 하는 큰 귀신으로 인해서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두려움이 부글부글 커진다.

  이 사람은 늙음에 대한 걱정으로 근심스러운 표정이 없으며, 병드는 것에 대한 공포로 걱정이 생기지 않으며,
죽음의 위험을 만나고 끌려가는 표정이 없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던가?''
  ''그렇습니다.  저 사람을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이 세상에 막힘이나 걸림없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사람 중 한 분입니다.
새들의 계산은 오직 날아갈 수 있는 두 날개뿐이듯이, 이 사람의 재산도 그의 몸과 떨어지지 않는 소지품뿐입니다.''
  ''오!  그렇다.  좋구나,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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