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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눈 덮인 산맥에서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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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3   2024.02.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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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눈 덥인 산맥에서 부른 노래

 악마와 유령을 물리친 밀레르빠의 명성은 한 층 널리 알려졌다. 냐냥 마을 사람들은 그를 더욱 신봉하게 되었다. 그들 중에는 진리를 열망하는 위르모라는 이름의 부인이 있었다. 각푸와라는 어린 아들을 둔 그녀는 아들이 성장한 후 밀레르빠의 제자가 ㅣ되기를 바랬다. 밀레르빠는 냐낭짜마르 마을에 얼마간 머문 뒤 라치 설산으로 따나기로 했다. 라마승 샤꺄구나와 여자 제자 센도르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해 겨울을 지내고 떠나도록 만류했다. 겨울이 닥쳐오고 있는데 설산에서 지내자면 온갖 어려움이 다르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밀레르빠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나로빠 스승의 대를 잇는 법손(法孫)이므로 설산의 폭설과 고난을 우려워하지 않는다. 마을에서 영원토록 산다는 것이 낭게는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이 되리라. 마르빠 스승 또한 세상의 유혹을 피해 은둔처에 살면서 부단히 명상하도록 지시하였다. 밀레르빠는 설산 악마를 정복한 큰 동굴로 향했다. 샤꺄구나 라마승과 센도르모와 나머지 네 사람은 밀가루와 쌀과 고기 및 버터를 준비하여 밀레르빠를 매웅해주고 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올 때는 사나운 눈보라가 휘몰아쳐 길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밤늦게야 겨우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눈보라는 기세가 꺽이지 않고 열여드레 동안 계속 몰아쳤다. 이로 인해 진 마을과 냐낭 마을은 여섯 달 동안이나 고립되었다. 밀레르빠에에 신심을 지녔던 제자들은 스승께서 이 눈보라를 이기지 못하고 틀림없이 돌아가셨으리라 생각하고는 제사를 지냈다.

 싸가(saga)의 달이 되자, 제자들은 도끼와 곡괭이를 들고 스승의 시체를 찾아 나섰다. 그들이 목적지 가까이 이르러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멀리 큰 바위 위에서 설산 표범이 사지를 뻗으며 크게 하품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자니 표범은 마침내 어슬렁거리며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스승의 시체를 찾는 것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표범이 스승의 육신을 홀딱 삼킨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얼거렸다.

 그렇더라도 옷가지나 머리카락쯤은 남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그들은 슬피 울며 사방을 헤맸다. 그때 그들은 표범의 발자국 옆에 나란히 찍혀 있는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행여 유령의 발자국은 아닐까, 눈을 의심하며 한참을 헤매던 그들은 어느 동굴에 이르렀다. 동굴 안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밀레르빠였다. 그들은 당황하였다. 지나가던 사냥꾼이 스승에게 음식을 바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냥꾼이 포획한 고기를 남겨 주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래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들이 동굴로 들어서자 밀레르빠는 이미 음식을 준비하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밀레르빠의 건강한 모습을 보자 기뻐하며 함성을 질러댔다. 어떤 이들은 울먹이고 더러는 춤을 추었다. 동굴 안에서 이전에 바친 밀가루와 쌀과 살코기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샤까구나 라마승이 여쭈었다. 스승께서는 우리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음이 분명합니다. 바위 위에 앉아 있자니까 그대들이 건너편 오솔길로 지나가는 것이 보이더구나. 우리 그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표범을 보았습니다. 그때 스승께서 어디에 계셨습니까? 아하 그 표범이 바로 나였지! 생명에너지와 마음의 작용을 완전히 통달한 수행자는 사대(四大)의 본질을 온전히 지배할 수 있지. 그래서 자신을 어떤 몸으로든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단다. 그대들은 모두 스승하고 신실한 신자들이기 때문에 나는 초현상적인 능력을 나타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애기하지는 말도록하라.

 이때 센도르모가 여쭈었다.
선생님의 안색은 지난해보다 훨씬더 건강하게 보이시네요. 사나운 눈보라로 길이 막혀 아무도 음식을 갖다드릴 수 없었을 텐데...
혹시 천신들이 음식물을 날라주진 안았나요? 아니면 야수들에게 희생된산짐승의 고기를 드셨나요? 어떻게 연명하셨습니까?

 밀레르빠는 이에 대답했다.
나는 대부분을 삼매에 잠겨 있었단다. 축일에는 다끼니 여신들이 음식을 공양해 주기도 했지. 하지만 때로는 한 숟가락의 떡가루만으로 지낸 적도 있다. 어제 한 숟가락 먹었고 며칠 전에 또 한 숟가락 먹었단다.

 말(馬)의 달 말경에는 그대들이 나를 에워싸고 음식물을 공양하는 환영을 보았는데 그 후 며칠동안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대들은 그때 무슨 일을 행했더냐? 제자들은 날짜를 꼽아 보다가 그날이 바로 제사를 지낸 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애기를 듣고 밀레르빠는 웃으며 말하였다. 바르도의 상태에 있는 영혼에게 선의를 베풀면 그 영혼은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는 바르도를 깨닫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한 일이란다.

 제자들은 밀레르빠에게 냐낭으로 돌아가실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밀레르빠는 르러나 거절햇다. 여기에 머물면서 삼매에 잠기는 것을 나는 몹시 즐기고 있단다. 차츰 삼매가 깊어지고 있어. 그러니 그대들끼리 돌아가도록 하렴. 그러자 짜들은 아우성이었다. 이번에 스승님이 저희와 함께 내려가지 않으신다면 냐냥 사람들은 저희를 책망할거에요. 스승님을 무덤에 남겨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과 저주를 쏟아 부을거에요. 함께 가 주시지 않는다면 스승님을 떠메고라도 가야겠어요. 아니면 죽음이 저희를 덮칠 때까지 저희도 여기에 계속 있든지요. 밀레르빠는 그들의 끈질긴 호소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동의하고 말았다.

참고)
1. 싸가의 달: 모진 폭풍과 눈보라가 잠들기 시작하는 3월이나 4월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2. 말의 달: 음력 5월에 해당하는 듯하다.
3. 지금여기에서의 바르도(bardo): 바르도란 죽은 영혼이 저 세상으로 가서 태어나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상태)이다. 한자어로는 중음(中陰) 중유(中有)라고 하며, 지금 여기에서의 바르도란 바로 지금이 순간 생과 사를 초월하는 상태에 머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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