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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향 물씬…말랑하고 따스한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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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마음에 따스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들을 권한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두 권의 에세이가 주인공이다. 두 책의 공통점은 산문집, 에세이라는 것밖에 없다. 저자도 다르고 사는 곳도 주제도 겹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책을 선뜻 골라 묶을 수 있던 건 순전히 ‘표지’ 덕분이다.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의 표지 뒷면을 보면, 실상사 도법스님이 추천한 글이 있다. 또 다른 책 <엄마의 화초>의 표지 전면에는 ‘염주’ ‘극락’ ‘방생’과 같은 낱말이 펼쳐있다. 자석에 끌리듯 두 책을 선택한 이유는 어찌 보면 소박하고 원초적이기까지 하다.

엄마의 화초
박보인 지음/창해


엄마의 화초
선택은 단순했지만 그 책장을 펼치면 단순하지 않다는 걸 금세 발견할 수 있다. <엄마의 화초>에는 ‘엄마’가 자주 등장한다. 80대 엄마는 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 저자인 딸은 명확하게 밝히진 않지만 사찰의 방생법회를 따라가는 걸 봐서 불자로 여겨진다. 엄마와 딸은 종교가 다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딸은 엄마 따라 성당에도 자주 간다. 그렇다고 종교통합이니 종교화합이네 하는 거창한 표현은 없다. 그저 엄마와 딸일 뿐. 종교는 벽을 치지도 편을 가르지도 못한다.

‘…나는 그녀가 내민 염주를 받아들었다. 가지 빛으로 잘 여문 염주를 받아쥐고 한 알을 굴려 넘기는데 그 야무진 염주 알은 엄마가 애지중지 기르던 그것의 열매였다. 죽어서 부모님을 뵈었을 때 떳떳하고 싶던 엄마는 팔순 나이에 긴 교육을 마치고 데레사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그러나 가슴에 묻은 아들을 위해 다시 정성껏 염주나무를 길렀을 엄마를 생각하니 눈가가 뜨거워졌다.…’ -‘엄마의 화초’ 중에

<엄마의 화초>는 종합문학집이다. 에세이로 시작한 책은 시(詩)로 이어지고, 길지 않지만 소설도 세 편이 담겨있다. 시의 제목은 그 자체로 불교 향기를 품고 있다. ‘풍경 소리’, ‘마음 종지’, ‘방생’, ‘수행’, ‘공(空)’ 같은 제목만 보면 스님이 쓴 글인가 싶을 정도. 이같은 작가의 고백에는 침잠돼 있던 종교의 가르침이 수면 위로 가만히 떠오른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복을 구하지 않았다. 그 복이 내가 바라는 대로 구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코 순탄하지 못했던 내 삶을 보면 복병처럼 달려드는 시련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고스란히 겪어내며 살아왔다. 분명한 것은 나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그들도 바라보고 있을 저 수퍼문에 빌어본다. “고마운 이들이여. 그대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달맞이 소원’ 중에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
김정오 지음/한티재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의 무대는 지리산이다. 작가는 “마흔 중반에 지리산 자락으로 이주하여 농사와 글쓰기에 마음을 기울이며 사는” 학교 선생님이다.

이 책 2부의 제목은 ‘나를 키운 그물’이다. ‘그물’이란 의미가 궁금하다. 물고기 등을 잡는데 쓰는 도구를 말한다면, 장애물 혹은 감옥이란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저자에게 그물은 ‘인드라망’이다. 얼기설기 얽힌 관계이자 인연이고 연기법이다. 가족이고 친구고 이웃인 수많은 존재가 나를 키웠다.

‘…내년이면 엄마 나이 백 세다. … 아직은 엄마와 살을 맞댈 수 있고 빰에 입도 맞출 수 있고 엄마의 즉흥 노래를 들을 수 있고 … 외할아버지와 숱한 이웃들이 엄마의 버팀목이 되어 준 것처럼 나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느껴본다.…’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추운 겨울. 따뜻함이 필요하다면 특히 마음의 따스함을 원한다면 이 두 책을 권한다. 실상사 도법스님이 추천하는 이유를 보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두 책의, 두 작가의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평범한 이 사람의 아름다운 삶,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 사람의 격조 있는 삶을 나는 인간 붓다, 시민 붓다의 삶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참 풍요롭다. 소박하다. 예쁘다. 향기롭다. 참 좋고 고맙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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