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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사라지면 벌어질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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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6   2021.04.0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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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참돌고래 / 김현우 연구사 제공

동해 참돌고래 / 김현우 연구사 제공

고래에 관한 관심은 높지만 한국에서 고래 연구가 시작된 건 채 20년도 되지 않았다. 2004년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 고래연구센터가 그 시작이다. 당시 센터에는 연구사 2명과 연구보조원 1명 연구인력이 전부였다. 현재는 총 7명의 연구인력이 센터에 근무한다. 

김현우 연구사(41)는 어릴 때부터 고래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 시절, 한 포털사이트에 ‘고래와 돌고래’라는 카페를 만든 게 계기가 됐다. 현재 센터장을 맡고 있는 손호선 당시 연구사가 “아니, 이런 애가 다 있네” 라며 김 연구사에게 연락했다. 김 연구사는 “덕분에 제대 직후에 연구보조원으로 고래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성덕’(성공한 덕후)인 셈이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에 이름을 붙인 것도 김 연구사다. 제주도에 큰돌고래 종류가 산다는 사실은 해녀들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김 연구사는 이들이 독립된 종임을 밝혀내고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의 조사는 ‘제돌이’로 대표되는 돌고래들의 방류(2013~2017년)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3월 29일 부산 수과원 본원에서 김 연구사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고래는 어떤 종류가 있나.  

“총 35종의 고래가 서식하는데 자주 발견되는 게 5종, 드문드문 발견되는 게 4종이다. 서해와 남해는 상괭이가 많고 동해에서는 참돌고래와 낫돌고래, 제주도에서는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다. 밍크고래는 우리나라 전 해역에 걸쳐 서식한다. 흑범고래, 큰돌고래, 큰머리돌고래, 까치돌고래 이렇게 4종은 매년 보이기는 하지만 개체수가 많지 않다. 나머지 26종은 쉽게 볼 수 없다. 귀신고래나 북방긴수염고래처럼 멸종위기종도 있지만 긴부리돌고래, 점박이돌고래는 개체수가 많으나 서식조건이 맞지 않아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고래연구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  

“어떤 종의 고래가 우리 바다에 서식하고, 얼마나 있고, 무엇을 먹는지 등 생태 전반적인 부분을 다 연구한다. 현재 센터에는 총 7명의 연구직이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연구사는 저를 포함해 수의사, 수중음향 전공, 자원평가 전문가 이렇게 4명이다. 적은 인력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래가 상업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비용,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나라에 고래 연구 기관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 아쉬운 건 대학에서 고래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래연구가 왜 중요한가.  

“상업적 포경이 안 되기 때문에 상업적인 가치는 없지만, 생태적인 가치는 엄청나다. 이런 최상위 포식자를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라 하는데, 우산종을 보호하면 그 아래 종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가 조화롭게 유지된다. 가령 고래가 사라지면 고래가 먹는 생물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개체에 갈 에너지까지 얘네가 차지하게 된다. 생태계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또 심해는 영양분이 빈약한 공간이라 생태계가 유지 되려면 무거운 유기물이 가라앉아야 한다. 심해장어 같은 애들이 고래 사체를 뜯어먹고 산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가라앉는 고래 사체가 별로 없으니 심해에 공급되는 유기물도 그만큼 적어졌다.” 


 

김현우 연구사가 3월 29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수과원 제공

김현우 연구사가 3월 29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수과원 제공

-그런데 여전히 불법포획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고래는 ‘혼획(원래 목적했던 어종이 아닌 다른 생물이 섞여 잡히는 것)’됐을 때 유통이 가능하다. 밍크고래가 대표적이다. 밍크고래 1마리를 잡으면 수천만원이니까 불 법포획이 꾸준히 일어난다. 물증을 잡아야 하는데 단속이 너무 어렵다. 헬리콥터가 뜨고 단속정이 오면, 배 위에 락스를 들이붓고 바닷물을 끌어올려 고래 핏물을 다 씻어낸다. 잡았던 고래는 바다에 던져버리고…. 이런 실정이니 불법 포획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최근에 울산지법이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해 죽게 한 선장, 선원 모두에게 실형을 내렸는 데 이건 매우 드문 경우다.” 

-혼획되는 고래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혼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게 상괭이다. 혼획으로 죽는 상괭이가 1년에 1000마리 정도다. 안강망 이라는 대형 잠자리채처럼 생긴 그물이 있는데, 물고기가 들어가면 채 끝부분에 갇혀 못 나간다. 상괭이가 여기 잡히면 자루 끝에서 숨을 못 쉬어 익사한다. 이걸 줄이기 위해 그물 중간에 스크린을 설치해 큰 개체는 빠져나갈 수 있는 장치(혼획저감장치)를 만들었다. 실제로 꽤 효과적이다. 다만 어획물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민들에게 설치비를 지원하고 보상금도 준다. 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는 방식이 달라 어구별로 연구를 하고 있다. 어민들이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다.” 

-혼획이든 불법포획이든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해양보호생물 종수를 점점 늘려가야 한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되면 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고래만 따지면 35종 중 10종이 해양보호생물인데, 지정하기 위한 기준이 있다.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들 거나 ▲희귀종이거나 ▲흔히 볼 수 있어도 개체수가 적거나. 밍크고래는 이 단계는 아니다. 고기로 소비되는 게 밍크고래다.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고래음식점은 사실상 다 폐업이다. 이분들의 생존권도 있으니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에는 범고래와 흑범고래 2종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포획만 문제가 아니라 해양쓰레기 때문에도 고래가 많이 죽는다 고 들었다.  

“실제 그런 사례들이 나타난다. 2012년에 제주도에서 범머리돌고래가 발견됐다. 살아 있는 채로 해변에 좌초됐다. 우리가 구조해 먹이를 주는데 못 받아먹더라. 그리고 일주일 뒤에 죽었다. 부검을 해보니 비닐과 노끈이 잔뜩 뭉쳐 위 유문부라는 길목을 막고 있고, 소화를 못 시켜 위는 잔뜩 부풀어 있었다. 제주도에는 바다거북도 있다. 부검을 해보면 식도에 비닐이 있다. 해파리로 착각해 먹은 것이다.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가 너무 많으니 감당이 안 된다.” 


 

김현우 연구사가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조사하고 있다. / 김현우 제공

김현우 연구사가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조사하고 있다. / 김현우 제공

-돌고래쇼장에 갇혀 있다가 방류된 돌고 래를 방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래 들의 아빠’라는 별명도 있던데.  

“고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웃음). 2007년도부터 남방큰돌고래를 조사했다. 제돌이라고 알려진 고래를 2007년도 11월에 봤다. 저는 등지느러미의 상처 자국으로 고래를 구별한다. 그런데 2010년도 제주도 돌고래쇼에서 제가 개체번호 9번을 부여했던 고래가 제돌이라는 이름으로 쇼를 하고 있는 거다. 이건 당연히 불법이다. 알고 보니 제돌이 1 마리가 아니라 10마리 정도가 그런 식으로 거래돼 사육되고 있었다. 이후 한겨레 기자를 만나 방류를 주장했고, 힘을 받아 여론이 만들어졌다.” 

-방류된 고래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알고 있나.  

“2013년도에 3마리, 2015년도 2마리, 2017년도 2마리 총 7마리를 방류했다. 이중 5마리는 여전히 잘살고 있다. 암컷은 출산도 했다. 등지느러미로 고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리가 방류한 고래가 작은 고래를 계속 데리고 다니더라. 보통 고래는 2년 정도 어미젖을 먹는다. 마지막에 방류한 2마리(대포, 금등이)는 수 족관에서 너무 오래 지낸 상태였다. 수족관에서 17년을 지냈다. 이 2마리는 실종 상태다.” 

-최근에도 거제 씨월드 등에서 고래 학대 논란이 일었다. 방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는 고래는 러시아에서 수입된 벨루가와 일본에서 수입된 큰돌고래다. 방류의 대원칙이 있다. 원래 살던 서식지에서 풀어줘야 한다. 이런 애들은 환경도 다르고 유전적으로도 달라 우리 바다에 풀어주면 안 된다. 동물은 고유의 환경 속에서 수만년을 살아 왔기 때문에 그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런 고래와 동해에 사는 돌고래 사이에 유전자가 섞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방류를 하려면 다시 러시아나 일본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쉬운 게 아니다. 돌려보낸다 해도 야생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족관에서 5년 이상 지낸 개체들은 야생 적응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고래가 귀여우니까 대중의 관심도 높다.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우리 바다에도 고래들이 살고 있고, 또 고래가 처한 위협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여기에는 어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고래가 돌아온들 그물에 걸려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실제 2015년에 긴수염고래가 남해의 홍합양식장 그물에 걸려 발견됐다. 20t 무게에 13m 정도 크기였다. 한국에서는 1974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급히 갔으나 줄이 여러 겹으로 두껍게 고래 꼬리에 엉켜 있어 자르기가 쉽지 않았 다. 일부만 자른 뒤 날이 저물었다. 다행히 고래는 밤 사이에 스스로 남은 줄을 끊고 탈출했다. 앞으로도 혼획을 줄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길 거다. 살아 있는 대형고래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혼획을 줄여야 한다.” 

-지난해 우리 바다에서 20년 만에 가장 많은 고래 개체수가 확인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고래 개체수가 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고래가 자주 발견되는 연안만 조사 했는데, 지난해에는 연안과 먼바다 모두 조사했다. 조사 범위가 넓어져 개체수가 많이 발견된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바다에 어떤 종의 고래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조사 범위와 시간, 인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1921년 수산시험장이 설치되면서 시작된 근현대 수산과학연구가 올해로 100년째를 맞았습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산자원 관리와 개발·보급, 해양환경조사 및 보전기술 연구 등을 담당하는 수산과학연구의 중추기관입니다. 주간경향은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을 기념해 수과원의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32131011&code=610103#csidxe32f44374a7787da5647d83c8a0d4bd onebyone.gif?action_id=e32f44374a7787d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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