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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유승준’과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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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5   2015.06.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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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사인데 잦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이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출판사 관계자와 통화 중에 내가 “그 정도로 심각하다면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어요?” 했더니, 남성인 그의 분석이 흥미로웠다. “선생님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 우리나라는요, 병역만 아니면 다 컴백해요. 무슨 일을 저질렀어도 병역(비리)만 아니면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큰소리’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승준 봐요. 지금 벌써 몇 년째예요? 그 사람이오? 1년 안에 다시 책 냅니다. 두고 보세요.”

그의 요지는 ‘비리의 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사람은 누구나 양과 질의 차이일 뿐(물론 그 차이는 크다) 부정부패, 타인에 대한 차별, 갖가지 비윤리적 행동을 한다.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관행”으로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부패 둔감 문화에 비해, 유독 남성들은 병역 문제에 대해서는 치열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다. 주지하다시피 역대 두 차례 대통령 선거는 모두 병역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이회창씨 집안은 두 아들과 사위까지 모두 군대에 가지 않았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스티브 유씨(유승준·39)는 병역 기피로 입국이 금지되었다가 13년 만에 해외에서 국내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그 자신도, 보는 사람도 민망했을 것이다. 그도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가 잘못이 없다는 사람은 없어도 13년이라는 세월에는 놀라는 이가 적지 않다.

그래서 유승준씨 비난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황교안 청문회’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는 설득력이 있다. 메르스 정국과 ‘유승준 불가’의 최대 수혜자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될 판이다. 고위 정치인의 책임과 역할을 생각하면 황교안씨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 유승준씨의 그간의 ‘고난의 시간’에 비하면,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문화적 처벌, 사회적 무관심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승준씨와 황교안씨에 대한 분노의 차이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정치인은 아예 포기한 것일까. 연예인과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다르고, 연예인에 대해서는 비난 접근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역시 차별적인데 일부 연예인의 여성과 약자 혐오 발화에 대해서는 병역 문제만큼 비난하지 않는다. 비판은커녕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를 받으며 지금도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특권층의 병역 비리에 대한 분노는 우리 사회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권은 부랴부랴 “국민은 모두 병사”라며 국민개병(皆兵)제도를 실시했다. 이는 국민의 범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남성들은 신분과 빈부 격차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sameness)하다는 환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병역이 공평하게 시행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병역과 관련해서 국민은 3등분 된다. 군대에 안 가는 사람, 가기 싫은데 가야 하는 사람, 못 가는 사람(여성, 장애인…). 특히 ‘못 가는 사람’은 비(非)국민으로서, 배제된 것인데 마치 면제된 것처럼 간주된다. 평등은 이 세 그룹 사이의 관계 분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병역 비리 논란은 언제나 그들만의 리그, 즉 가야 하는 남성과 안 가는 남성들 사이의 문제로 축소된다.

이처럼 군사(軍事) 문제가 남성 간의 ‘평등’에 집중되다보니, 군사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나 개인의 종교적, 사상적 이유로 인한 거부는 사회적 의제로 상정조차 되기 힘들다. 배제, 기피, 특혜, 거부는 모두 다르다. 군대를 안/못 가는 이유는 섬세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분노의 이유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한 사회의 성숙도와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다. 병역 비리에 대한 분노가 압도적이고 대상에 따라 선별적으로 작용할 때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혐오 현상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사소화되기 쉽다. 앞서 언급한 지인의 말대로 “군대 문제만 아니면 다 용서되는” 경향은 군대 비리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이는 흔히 말하는 ‘자숙의 기간’과 별도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두 번째 기회’는 중요하다. 주가조작, 불량 식품 생산, 논문 표절, 배우자 구타 등으로 ‘13년 동안’ 사회 활동, 아니 입국을 막는 경우가 있는가.

똑같은 잘못을 해도 매장당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이와 관련한 억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황교안씨는 군대에 가지 않고도 승승장구해왔다. 그는 가정폭력 옹호 발언, 공안 검사 경력까지 ‘청문회 비리 종합 세트’에 새로운 목록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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