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월 300만원 기본소득 도입 투표 한달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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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월 300만원 기본소득 도입 투표 한달 앞으로
경향비즈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입력 : 2016-05-08 17:05:00 ㅣ수정 : 2016-05-08 22:21:23
·전 세계에 기본소득 논의 확대하는 계기될 지 주목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스위스 국민투표안이 한달 안으로 그 가결 여부가 결정된다. 다음달 5일 실시되는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 제안이 통과될 경우 모든 스위스 성인 시민과 합법 거주자는 월 2600달러(약 300만원), 모든 아이들은 650달러(약 75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받는다.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는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그 제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제도에 따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안에 대한 찬성률은 40% 정도로 부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지층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이미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 운동을 벌이고 있는 21살의 여성 마리올라 윌리가 스위스 화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출처:기본소득 스위스
■스위스 기본소득안 내용은?
기본소득은 노동 여부나 소득 수준, 재산의 많고 적음과 관계 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액수의 최저 소득을 보장한다. 현재 네덜란드와 핀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소규모 도시나 지역 단위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는 현재의 사회보험을 대체하는 수준인 월 550~800유로 정도의 최저소득 또는 마이너스 소득세 형태로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실험을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스위스의 경우 제안된 기본소득의 액수가 대다수 국가·지역에 비해 상당히 크다. 스위스 기본소득안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성인 시민에게 세후 월 2600달러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아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경우 이 액수를 전부 다 받게 된다. 이보다 더 적은 돈을 벌고 있을 경우 2600달러에서 현재 소득을 제한 차액만큼을 받는다. 월 소득이 1600달러라면 1000달러만 받는 식이다.
월 6500달러 이상을 벌 경우 기본소득을 받지 않지만 대신 2600달러 만큼의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면제된다. 복지 수당 등으로 2600달러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고 있을 경우 이는 기본소득으로 통합된다. 복지 수당이 이를 넘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금이 붙는다. 이론적으로 두 명의 아이와 무노동 상태인 성인 두 명으로 구성된 가정은 정부로부터 매달 6500달러(2600×2+650×2)를 받게 된다. 연간 소득으로는 7만8000달러로 이는 미국 가구당 평균 연소득의 거의 두배에 가깝다.
■기본소득 지지 VS 반대 여론 팽팽
스위스의 임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도 품위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네바 대학에 다니는 21살의 대학생 클로에 위베르는 USA투데이에 6일(현지시간) “(기본소득은) 굉장한 생각이다”며 “주말에만 일을 하는 나로서는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기본소득 스위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변인인 체 와그너는 “기본소득은 노동에 대한 동기 부여를 강화하고, 더 인간적이고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경제로 이끌 것이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노동 의욕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재정적 부담을 지적한다. 스위스 국회의원 레이몽드 클로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일하고 훈련을 받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며 “이 시스템을 개선해야지 일 할 의욕을 파괴하는 기본 소득을 도입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반대론자들이 추산한 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재정부담액은 연간 2000억달러(약 231조1000억원)다.
반면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지난 1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기본소득이 지급될 경우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며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을 꺽일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재정부담도 이들이 과하게 추정했다고 보고있다.
실제 지난 3월 11일 스위스 사회보장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재정부담은 250억프랑(약 30조2455억원)으로 이전 추정치인 1540억프랑(약 186조3122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물론 이 금액 역시 조달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정부 측은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세금 인상과 복지 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국민들이 이 제안을 거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 여론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반대 여론이 더 강하다. 스위스의 여론조사 기관 ‘타메디어’가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기본소득에 33%가 ‘찬성’, 7%가 ‘다소 찬성’을 택했다. ‘반대’50%, ‘다소 반대’ 7%를 합하면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스 위스의 여론조사 기관 ‘타메디어’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0%가 기본소득에 찬성 입장을 57%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어권에서는 지지 여론이 50%에 달했으나 독일어권에서는 반대 여론이 62%로 높았다. 이탈리아어권에서는 지지율이 42%, 반대율이 51%였다. 출처:기본소득 스위스
그러나 지지여론은 올해 초 이뤄진 설문 조사 결과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단체 ‘비앙 스위스’의 안나 베아 뒤파크는 “스위스에서 지지 여론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이다”며 “여전히 찬성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는 세계 각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정치학 교수는 이달 2일 스위스 일간 타게스 안차이거와의 인터뷰에서 스위스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이런 논의를 광범위하게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이미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그는 기술진보로 거의 모든 일자리가 위협받는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향후 25년 내로 오늘날 중산층을 구성하는 좋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의 약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며 “기본소득은 이들이 완전한 빈곤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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