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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대법 ‘존엄사 인정’ 첫 판결···그리고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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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2   2019.05.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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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5월 22일 대법 ‘존엄사 인정’ 첫 판결
 

[오래 전 ‘이날’]5월22일 대법 ‘존엄사 인정’ 첫 판결···그리고 10년

10년 전, 식물인간 상태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법원이 ‘인간답게 죽을 권리’와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이었습니다.이후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법 제정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당시의 판결 자세히 살펴보시죠.
 

2009년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김할머니(77)의 자녀들이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연세의료원을 상대로 낸 소솔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생명과 직결되는 진로 중단은 생명존중의 헌번 이념에 비춰 신중히 판단해야 하나, 짧은 시간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해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업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환자의 치료 중단 의사는 본인의 사전의료지시에 의해 확인할 수도 있지만, 평소 가족·친구 등게게 밝힌 의사표현과 가치관 등에 비춰 환자가 치료 중단을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판단을 것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씨는 2008년 2월 폐조직 검사를 받던 중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김씨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평소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해왔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도 13명 대법관 중 9명의 다수 의견으로 “김씨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며 자녀들에게 ‘기계에 의해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해왔던 점을 치료 중단 의사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뗀 김할머니는 그 후 201일간 자가호흡을 하며 생존하다 2010년 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래 전 ‘이날’]5월22일 대법 ‘존엄사 인정’ 첫 판결···그리고 10년

‘존엄사’를 인정한 당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자기 결정권에 근거해 품위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는데요, 이를 계기로 존엄사를 제도화하는 법률 제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그럼에도 법이 만들어지고 제도로 작동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섣부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조치지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의료계), “악용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종교계)는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됐습니다.
 

이후 2016년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명 ‘웰다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합법적인 길이 열리게 됩니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로 기소되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십팔년 만이었습니다

 

" target="_blank">[관련기사]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가능…‘존엄사’ 법으로 허용

 

법률안은 ‘연명의료’를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이나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로 정의했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임종과정’으로 규정했는데요, 환자는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의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 1명과 논의해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되면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진통제나 영양분·물·산소는 계속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해당 법률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 후 1년 동안 연명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6000명에 이릅니다. 임종이 임박했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숫자도 11만 명에 육박합니다. 한 해 사망자가 3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존엄사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관련기사]‘연명의료 결정’ 3만6000여명 이행
 

[관련기사]‘존엄사법’ 시행 11개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10만명 넘어

 

존엄사법은 시행 1년을 맞아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한 차례 더 손질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했습니다. 더불어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확대했습니다.

 

[관련기사]임종 말기 환자 가족도 동의 땐 연명의료 중단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죽음은 이제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고픈 ‘인간의 권리’로 이야기되어 집니다. 존엄사를 바라보는 시민 의식과 임종 문화도 달라지고 있지요.
 

관련 법률과 제도 역시 한발짝씩 나아가며 앞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한번은 죽습니다. ‘어떻게 죽을것인가’에 대한 고민, 우리 모두의 숙제 아닐까요?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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