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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만 피우는 김종인표 ‘노동개혁’의 실체는…제3범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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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6   2020.10.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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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6일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을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것”으로 규정하고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임이자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거처럼 해고 유연성 강화라는 것은 오해”라며 ‘쉬운 해고’ 프레임을 거부했습니다.

설왕설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정작 그 누구도 김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노동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1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제안하는지에 따라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직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짐작가는 부분은 있습니다.

“점차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단일 기준으로 모든 근로 형태를 관리·조정할 수 없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다만,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도 근로기준법과 동시에 필요합니다. 국민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 시장을 보장해야 합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 바로 계약자유화에서 시작됩니다.” (지난해 7월4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가장 기본적 법률인 근로기준법이 산업화 시대의 ‘나인 투 파이브’(오전 9시 출근~오후 5시 퇴근)에 맞춰진 법이다. 플랫폼 노동을 포괄할 수 있는 노동자율계약권 등을 전반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 (지난 10월6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나 전 원내대표와 당내 노동관계법 개정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내정된 임 의원은 공통적으로 ‘노동자유계약’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임 의원은 현재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을 구체적인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배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를 전통적인 노동자로 간주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하는 구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 노동을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제3범주(회색지대)’로 설정하고, 입법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접근법을 취한 대표적인 곳이 플랫폼 기업인 우버·리프트입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독립계약자(자영업자)로 취급하는 것을 규제하는 AB5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일종의 ‘당근’을 제시하며 절충에 나서려 했습니다. 우버·리프트가 지난해 6월12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공동으로 실은 입장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인지 독립계약자인지 관계 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려 한다. 유급휴가부터 퇴직급여,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 독립계약자들이 현재 누리지 못하는 안정성 수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제3범주론은 노동법 규제를 우회하려는 기업의 논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꼼수’를 통해 플랫폼 기업들은 최저임금 보장, 사회보험료 지출 등의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무임승차’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국내·외에선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거나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하는 것을 막는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캘리포니아의 AB5 법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재분류하지 않고 있다며 우버·리프트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우버 운전기사가 노동자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페인 대법원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일감을 받아 배달 노동을 하는 이들이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지난 5월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운전기사가 타다 운영사 VCNC 모회사인 ‘쏘카’의 노동자라는 중앙노동위원원회 판정이 나왔습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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