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입장 내지 않고 숙고···전직 검찰총장 등 원로들 의견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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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4 2020.07.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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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수사지휘를 내린 지 나흘이 지났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가 전례 없고, 수사지휘 수용 여부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놓아도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숙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윤 총장은 6일 전국 검사장 회의 등에서 나온 의견을 보고받았다. 또 전직 검찰총장 등 법조계 원로들로부터도 의견을 들었다.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성급하게 결정을 내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총장이 숙고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검찰은 지난 3일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대다수 의견 내지 공통된 의견”을 공개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사장들은 대부분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에 따라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토록 한 지휘는 사실상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또 ‘이번 일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윤 총장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다수였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았다고 대검은 전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소집을 결정했던 자문단 절차를 중단하고, 윤 총장이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지 않고 결과만 보고받도록 조치하라는 두 가지 지휘를 내렸다. 이에 대검은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일 전국 고검장·검사장 25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검사장들의 의견은 전자를 수용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이의제기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모인 것이다.
윤 총장이 숙고한 끝에 추 장관에게 특임검사 임명을 역제안하며 재지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는 만큼 제3의 특임검사를 통해 사건을 수사하자는 것이다. 특임검사는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법무부는 지난 3일 특임검사 방안을 두고 “추 장관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현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사건을 계속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임검사를 검찰총장이 임명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휘선상에서 배제하고 그 아래 1차장이나 형사1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하는 절충안도 언급된다. 다만 이번 사건에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만큼 검사장급을 특임검사로 임명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특임검사 도입 방안만을 두고도 검찰과 법무부의 입장이 다른 상황이어서 윤 총장이 ‘묘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입장문에 추 장관의 지휘를 두고 ‘유감’ ‘위법·부당’ 등 강한 표현과 ‘존중’ ‘재고’ 등 완곡한 표현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고민할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선택지 중 하나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꼽기도 한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간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법재판소가 해석을 통해 권한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권한쟁의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 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행정부 내에서 법률 해석을 두고 충돌했다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우선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대통령이 나서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국무총리를 통해서라도 조정을 해야 한다”며 “이런 갈등 양상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혼란만 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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