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여백’을 만들어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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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5 2019.11.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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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여백’을 만들어야 행복하다
불교 중도의 시각에서
살펴본 ‘유불합일’
중용을 펼쳐 수행을 읽다
동양의 고전은 언제나 지혜를 준다. 그 인기는 오랜 역사성과 사유의 심오함에서 나오는 힘이다. 불교 그리고 유교는 동양사상의 두 근간이다.
비록 그 이념은 장구한 세월 속에서 서로 반목하고 경쟁한 적이 많지만,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규명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사상사에서 불교와 유교는 서로 비판하고 충돌하면서도 유불합일(儒佛合一)이란 이름으로 융합되기도 했다.
결국 불교를 잘 아는 이가 유학까지 섭렵할 수 있다면 그 안목의 두터움은 감히 비할 바가 없을 것이다. <중용을 펼쳐 수행을 읽다 - 중용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성찰하다>의 저자도 이와 같은 생각이다.
책을 쓴 성민스님은 유교와 불교라는 두 위대한 사상이 결국 서로 다르지 않음을 절감하고 유가의 핵심사상이 담겨 있는 <중용>에서 그 정수를 뽑아냈다. 어릴 적 유가경전을 배운 소년이 출가수행자가 되어서도 중용을 바랑에 넣고 다니며 참구하다가 비로소 결과물을 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공자(孔子)의 손자 자사(子思)의 저작으로 알려진 <중용(中庸)>은 사서(四書)의 하나로 동양철학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다.
‘중용(中庸)’의 사전적 의미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함, 또는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여기서 ‘중(中)’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며, ‘용(庸)’이란 평상(平常)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은 공간적 불변성과 균형성이며 용은 시간적으로 그런 것이다.
불교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중용이 중도(中道)와 비슷하지 않을까 궁금증을 갖게 마련이다. 물론 저자도 그렇다. 중용의 의미가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의 의미와도 상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보고, 중용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설명하고 있다. 중도이나 중용이나 다가가기 쉽지 않은 철학적 개념이지만, 그 설명방식은 일상적이고 평이한 편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의 천태만상을 예로 들며 친절하게 다가가고 있다.
책은 모두 33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의 첫머리에는 앞으로 전개할 이야기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전 또는 시 구절을 제시한다. 이어서 생활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중용의 원문과 해석을 배치함으로써 인간의 실질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어떻게 중용에서 말하는 가르침과 접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찰나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그것을 중용과 중도에 결부시켰다. 고전의 통찰력이 읽는 이의 마음에 차분히 자리 잡게 된다.
아울러 본문에 인용한 <중용>의 핵심적 문구들은 고전에 대한 흥미를 북돋우고 인문학에 눈 뜨게 한다. ‘제1장 본성의 삶’에서 ‘제33장 삶의 여백’까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혜안과 인내력을 얻을 수 있다. 향이 진한 차를 마시는 것과 같아, 내가 살아온 자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만히 생각하게 해준다.
“정작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유행처럼 번지는 힐링이나 위로가 아니다. 내 마음에서 혹은 상황에서 스스로 한 걸음 물러서 ‘여백’을 만드는 능력일 것이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관계나 상황에서 한 걸음을 물러났을 때 비로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들의 본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야 진정한 위로와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254쪽)”
저자인 성민스님은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인하대에서 언론정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재단법인 아천문화교류재단 이사장이다. 법호(法號)는 아천.
“고민과 불안으로 가득한 요즘 시대,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의 충돌로 먹먹해져 스스로 어딘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이 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은 신선한 청량감을 선사해 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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