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서울국제불교박람회 개막일 ‘담마토크’ 개최
현대사회에서 불교 역할과 가치 조명 강연 및 대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세계적 명상지도자 차드 멩 탄과 현대사회에서의 선(禪)명상 가치와 필요성을 주제로 대담을 펼쳤다. 2023서울국제불교박람회 개막일인 3월30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담마토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차드 멩 탄이 대담을 나눴다. 이번 행사는 이날부터 4월2일까지 진행되는 불교박람회 일환으로 2023서울릴랙스위크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대담에 앞서 ‘현대사회에서의 간화선과 명상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진우스님은 이 자리에서 “간화선은 바로 이와 같은 공식 위에서 모든 사랑, 분별, 감정을 단박에 방하착하고 끊어버리는 수행법으로 최고의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수억 겁에 걸쳐 금강석과 같이 굳어 있는 인과의 감정을 쉽게 놓을 수 없으니 선명상을 통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상의 가장 큰 의미는 현재 마음과 감정이 평안하느냐”라며 “모든 명상 방법은 이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명상은 선과 동의어로 선은 평상심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락이라는 상대적인 분별심을 놓아야 한다”면서 “명상과 선은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 고요히 하려면 감정을 무분별로 만들어야 하는데 선명상을 통해 능률이 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더불어 차드 멩 탄은 ‘불교를 왜 지혜의 종교라고 하는가’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불교가 나의 생명을 구했다”면서 “불교는 내게 일어난 일 중 최고의 일이었으며 불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10년 이상 불교 명상가로 일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훈련시켜 내면의 평화와 기쁨 그리고 연민을 발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면서 “그것이 바로 불교에서 나오는 명상 수행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차드 멩 탄은 구글 직원 교육프로그램 ‘내면검색’의 개발자이자 엔지니어 출신 명상지도자다.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내면검색리더연구소를 창설했다.
강연에 이어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차드 멩 탄은 곽정은 메디테이션랩 대표가 모더레이터(사회자)로 참여한 가운데 ‘이 시대,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심도 있는 대담을 펼쳤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 자리에서 명상을 일반인들에게 강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되도록 쉽게 접하고 효용을 느껴야 한다는 데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특히 고민이 많은 젊은 세대일수록 명상을 하루빨리 익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총체적 난맥에 처해있다”며 “이 가운데서도 특히 젊은 세대가 고민이 많고 진로에 대해 힘듦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젊은 세대가 가진 고민을 명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조계종단 차원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명상에 대한 이해와 친근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보급해 일상 생활에 보급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종단 차원의 명상 프로그램 개발, 지역 사찰과 도심 속 명상 센터 건립 등이 그것이다.
차드 멩 탄 또한 명상이 사람들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확실한 믿음이 있다고 동의했다. 저명한 뇌과학자, 심리학자들과 함께 세계 최대 검색 업체 구글에 어울리도록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과학적 명상 프로그램을 만든 차드 멩 탄은 실제 효과를 본 사례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차드 멩 탄이 직접 개발한 ‘내면검색’ 프로그램은 7주에 걸쳐 20시간 명상을 하는 수업이다. 차드 멩 탄은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참가자는 7주 간의 수업 중 3주차 수업에서 이미 명상이 자신의 결혼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했다”며 “오랜 시간 장모님과의 불화로 결혼 위기에 달했던 그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해병대 군인이었지만 명상을 통해 확실히 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 하는 이, 직장 생활에서의 승진과 인간 관계로 힘들어 하는 이,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절망을 겪는 이 등 수업에 참가한 다양한 경우의 사람들이 명상을 통해 인생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친절한 눈으로 보게 됐다’는 것. 차드 맹 탄은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마음챙김 수업이 개개인의 삶에 아주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며 “개인 뿐 아니라 그들이 이끌고 따르는 조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명상, 결코 어렵지 않다”
명상은 그 어떤 진통제보다 가장 쉽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적 방편이 될 수 있다. 차드 멩 탄은 그 예로 ‘피아노 연주’를 언급했다. 차드 멩 탄은 “우리가 일상에서 피아노를 완전히 마스터해서 교향악단과 합주를 하려면 수천, 수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간단한 악보를 치는 정도는 15시간, 아니 100분 정도면 가능하다”며 “그간 내가 개발한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자들만 봐도 100분 정도면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두 시간 정도가 지나면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며 “명상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명상 지도자들이 강연장을 대거 찾아 조언을 구한 데 대해서도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어떻게 하면 명상이 일반인들에게 쉽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불교의 간화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를 대중화한 명상 수행법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들이 생길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상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을 핵심 종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일반인들에게 체계적으로 명상 수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뿐 아니라 유용한 공간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전국에 있는 각 사찰과 지방 명상센터 등을 연계해 언제 어디서든 명상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명상의 핵심은 불교 수행
간화선과 명상은 어떻게 다를까. 불교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과 대중이 원하는 명상 프로그램과의 간극은 좁힐 수 있을까.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그 간극 사이 ‘선명상’이 있다고 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명상은 광의적인 의미로 참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명상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 간화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시심마(是甚麽, 이뭣꼬), 뜻 앞에 잣나무 등 간화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화두 공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간화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직접 돕기도 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간화선은 언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1700공안이라 하지만 하나의 화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간화선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화두를 본다, 화두를 챙긴다는 것으로 화두를 듦으로 해서 고락의 분별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며 “명상은 그 때 그 때 일어나는 감정 하나하나를 조금씩 떨쳐 나가는 과정이라 한다면 간화선은 그야말로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뚫고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즐거움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는 것,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 그 어느 것도 총량의 법칙, 인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깨달아 고락이라는 두 가지 감정 또는 때때로 일어나는 수만가지 감정을 사라지게 하고 화두를 듦으로 해서 분별을 차츰차츰 없애는 것이 우리가 수행이라 부르는, 불교의 간화선이라는 뜻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분별이 사라지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며 “감정에서 벗어나 생각에서 벗어나 완전히 해탈하는 그 길을 우리는 깨달음이라 한다”고 말했다.
자기 감정을 탁탁 놓아 버리라(방하착, 放下着)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이야기에 차드 멩 탄은 “스님의 이야기에 동의한다”고 했다. 차드 맹 탄은 “명상을 하지 않고서는 현대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길 없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즉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세속에서 무엇을 얻든 잃든 가장 현명하고 명징하게 해결하는 지혜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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