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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은 왜 NBA에 도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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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3   2015.05.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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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1, 고려대)이 오는 6월 2015 NBA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지명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KBL에 일찍 나오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있다. NBA 드래프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이종현의 가장 큰 적은 매너리즘

현재 이종현은 대학무대서 특별히 배울 것이 없다. 지도자들의 역량을 지적하는 뜻은 아니다. 국내서 206cm의 이종현보다 큰 선수가 없다. 이종현은 특별한 기술을 발휘하지 않아도 사이즈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자신보다 크고 센 상대와 맞서며 기술을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 더구나 고려대는 이종현 외의 모든 포지션에서 국내최강이다. 이종현은 20분 정도 뛰며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종현은 항상 큰 무대에 도전했을 때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U18 아시아선수권에서 숙적 왕저린(21, 중국)과 상대했을 때, 경복고 3학년 신분으로 국가대표에 뽑혔을 때가 대표적이다. 자신의 클래스를 넘어 더 큰 상대와 부딪쳐야할 때 강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고려대 1학년 때는 김종규(24, LG)가 라이벌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에는 요나스 발렌츄나스(23, 토론토 랩터스)가 있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하메드 하다디(30, 이란)가 있었다. 이들과 부딪치며 이종현은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다. 절실하게 이를 만회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이종현이 세계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센터는 특별한 포지션이다. 신체적으로 완숙단계에 이르는 20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기량이 나온다. 20대 초반까지 신체적, 기술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 때 어떤 레벨에서 뛰느냐가 나머지 선수생활 전체를 좌우한다.




 

NBA 올스타 앤서니 데이비스(22, 뉴올리언스 펠리칸스)는 2011년까지 전미고교최고센터였지만 체격조건이 빈약했다. 그는 꾸준히 몸을 만들었고, 항상 더 높은 레벨에서 경쟁했다. 데이비스는 2012년 켄터키 대학을 NCAA 우승으로 이끌었고, 미국대표팀 상비군에 뽑혔다. 2012년 NBA에 입성한 뒤 2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성장했다. 불과 3년 만에 아마추어에서 세계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종현은 고려대에서만 뛰었고, 기량에 큰 발전이 없었다. 두 선수의 기량자체도 비교불가지만, 경쟁하는 리그의 수준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선수가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대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종현이 국내에서 배울 게 없다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지명되지도 않을 드래프트에 왜 나가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이종현이 2015 NBA 드래프트서 지명될 확률은 0%에 가깝다. NBA 드래프트에 전 세계에서 매년 수 백 명의 유망주들이 지원한다. 그 중 단 60명만 지명받는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는 총 91명이다. 그 중 해외선수는 43명이다. 아시아선수는 이종현이 유일하다. 그 명단 중에서도 이종현은 최하위권이다. 당연히 이종현의 이름을 부를 NBA 구단은 없다.

NBA구단은 베일에 가린 옥석을 발견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실시한다. 궁금한 선수를 직접 불러서 테스트해보는 자리다. 여기서 주가를 올리면 무명선수가 드래프트에서 극적으로 뽑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종현은 이 중요한 시기에 4주 군사훈련을 받을 계획이다. 하승진처럼 키가 220cm가 넘는다면 또 모를까. NBA가 이름도 생소한 동양선수를 보지도 않고 뽑을 일은 없다. 스카우트들이 이종현을 참고할 자료는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 정도다. 이종현은 세계농구에 제대로 선을 보인 적이 없는 무명의 선수다.




 

애초에 이종현이 원하는 것은 드래프트 지명이 아니라 서머리그 참가다.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서머리그 초대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종현은 올해 서머리그에 참가해 전세계 유망주들과 대결하고 경험을 쌓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잡고 있다.

기자는 이종현의 미국에이전트 마이클 나이딧치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타보 세폴로샤, 에네스 칸터 등을 고객으로 둔 에이전트다. 그는 정말로 이종현이 NBA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돕는 것일까. 나이딧치는 "이종현이 언젠가 NBA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종현이 서머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단 드래프트에 나와야 한다. 내 역할은 이종현이 정상적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서머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에이전트는 선수가 NBA와 실제로 계약을 맺어야 수수료를 받는다. 나이딧치는 이종현의 드래프트 참가를 위한 행정절차를 대신 밟아줄 뿐 지명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큰 금전적 보상 없이 이종현의 기량향상을 돕겠다는 일종의 조언자로 나선 것이다. 나이딧치는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서머리그 초대장이 나온다. 이종현이 서머리그에 참가하면 한국대학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중에 드래프트에 나가는 것이 더 낫다? NO

드래프트는 일종의 유망주 주식시장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시민권자나 미국대학을 다닌 선수는 만 22세가 넘으면 자동으로 드래프트 대상자에 포함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얼리 엔트리'나 해외선수는 따로 신청을 해야 된다.

이종현이 KBL 등에서 기량을 더 쌓고 나중에 드래프트에 나가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지적을 한다. 옳지 않은 소리다. 드래프트는 어차피 20대 초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유럽선수의 경우 현재 기량이 NBA급이 아니라도 미래를 위해 지명하는 경우는 있다. 나중에 그 선수가 NBA에 진출할 때 권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종현은 그 정도 레벨이 아니다.




 

2004년 드래프트서 하승진은 2라운드 46위로 포틀랜드에 지명됐다. 당시 하승진은 만 21세였다. 야오밍의 성공으로 장신선수가 큰 이점을 누릴 시기였다. 하승진은 신장과 나이의 이점으로 NBA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종현은 미국에서 신체적 이점이 전혀 없다. 드래프트서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은 나중에 FA자격으로 NBA에 갈 수 있다. 이종현이 NBA에 간다면 후자를 노려야 한다.

이종현이 드래프트서 지명되지 못하더라도 이익은 크다.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NBA 서머리그에는 30개팀 단장과 스카우트들이 대부분 출석한다. 이종현에게 이보다 좋은 홍보기회가 없다.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돈 주고도 못 얻을 경험을 가질 수 있다. NBA 진출은 나중 문제다.

유럽리그? D리그 도전? 또 다른 문제

이종현이 유럽리그나 D리그에서 먼저 뛰어보고 NBA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들린다. 하지만 이종현은 공식적으로 프로데뷔를 선언한 것이 아니다. 해외프로리그 진출이 목표도 아니다. 이종현은 아직 아마추어 신분이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는 산하대학소속선수가 프로진출을 위해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순간부터 아마추어 선수자격을 박탈한다. 그 선수는 NBA 드래프트서 지명되지 못해도 FA 프로선수로 간주돼 대학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이종현은 해외선수라 NCAA의 규정과 상관없다.

이종현의 미국에이전트 마이클 나이딧치는 OSEN과 인터뷰에서 "이종현은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더라도 프로팀과 계약을 맺지만 않는다면 그의 아마추어 신분은 보호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종현이 유럽 혹은 D리그 팀과 계약을 맺는다면 자동으로 프로선수 신분이 된다. 그럴 경우 이종현은 더 이상 고려대에서 뛸 수 없어 문제가 된다. 이종현은 아직 해외무대서 뛰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종현이 KBL에 빨리 데뷔하기 위해 혹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NBA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는 설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가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하더라도 고려대에서 잔여 학기를 마치는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이종현은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다.

이종현, "서머리그서 나를 알리고 싶다"

NBA에 못 가도 좋다. 이종현의 도전은 시도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금에서 안주하지 않겠다는 자아성찰은 발전의 시작이다. 고려대에서 이종현을 만났다.

Q: 대학무대 너무 쉽지 않나?

A: 대학에서 할 게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부족한 것을 더 연습해야 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무래도 상대 신장이 낮아 쉬운 부분은 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Q: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는데?

A: 서머리그를 뛰려면 무조건 NBA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그래서 신청했다. 서류절차는 미국 에이전트에게 일임한 상태다. 지금은 (NBA팀에) 뽑힐 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서머리그 나가서 나를 많이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주변 반응은 어떤가?

A: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해주신다. 도전이 어려운 것인데 선택을 잘했다고 했다. 안 좋은 소리도 들리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Q: NBA 서머리그 다녀와도 아마추어 신분은 유지된다.

A: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어차피 서머리그만 하고 다시 오는 것이다. 7월에 다시 한국에 온다. KBL에 일찍 가기 위해 몸값을 올리겠다는 시도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황당하다.




 

Q: 서머리그를 보고 D리그나 유럽 프로팀에서 입단제의가 온다면?

A: 부모님과 진지하게 상의를 해봐야 한다. D리그를 간다고 NBA를 가는 것이 아니다. D리그도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다. 유럽에서 제의가 와도 마찬가지다.

Q: NBA 드래프트 참가자가 얼리 엔트리만 91명이다. 그 중 해외선수 43명이다.

A: 내가 (지명)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에 가면 5번이 아니라 4번이다. 스피드도 있어야 하고 기술도 있어야 한다. 서머리그에 가면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 많이 배우고 싶다.

OESN 서정환 기자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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