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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장군의 잉과응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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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얼마 있자니,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불쌍한 송서방이 죽었다고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제를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송서방이 평소 좋아하던 찹쌀떡이 있었습니다.

송서방이 달려들어 정신없이 찹쌀떡을 먹고 있는데, 그 와중에 동네 사람들이 바싹 마른 자신의 시신을 가져다가 밧줄로 묶어 남산 어디쯤에 가져다 묻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송서방은 그때까지도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별로 실감하지 못한 채 그다지 서운한 마음도 없고, 그저 찹쌀떡이나 한 번 더 먹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송서방은 며칠 동안이나 그 집을 지켰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해서, 어슬렁어슬렁 장터로 나가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찹쌀떡이 또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외상으로 몇 개만 먹자고 했는데도 사람들이 못들은 척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애라 먹고 보자하는 마음으로 몇 개 먹고 다음에 갚겠다고 인사를 하였으나 역시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먹었지만 상관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아내 생각이 나서 처가가 있는 충청도 땅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어느 만큼 가다보니 잔치 집이 있었습니다.

출출하기도 하여 둘러 보았더니, 회갑연을 하는데 진수성찬들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먹어도 시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경험한 송서방은 먹고 싶은 대로 실컷 먹고 고방에 들어가 잘 익은 밀주까지 한바가지마시다 보니 취기가 올라 어느 방으론가 들어가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쏴-아 하는 소리에 눈을 뜨고 둘러보니 왠예쁜 처녀가 얇은 속옷만 걸치고 요강에 쉬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풍만한 몸매와 허연 엉덩이가 송서방의 빠진 넋을 또 빼놓고 말았으니, 바로 곁에 누워 다시 새근새근 잠을 자는 처녀를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모르다가 '이것도 인연인데 말이라도 걸어 보자'라고 생각하며 처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눈을 뜬 처녀는 그만 꽥! 소리를 지르며 벌러덩 까무러치고 마니, 제풀에 놀란 송서방은 방귀퉁에 숨어 가뿐 숨을 몰아 쉴 뿐이었습니다.

옆방에 자던 부모들이 뛰어와까무러친딸을 깨우는데, 깨어난 처녀는 구석의 송서방을 보고 또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문 밖으로 도망치고 싶었으나,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끌려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송서방이 보이지 않으나 송서방 귀신의 애착이 붙은 처녀의 눈에는 송서방이 보이는 것이었으니, 무당 불러 굿을 하고 별짓을 다하였으나 백약이 무익하였습니다.

   하루는 스님 세분이오셔서 경을 읽으시는데, 송서방의 불안스럽던마음들이 편안해지며 자신의처신이 부끄러워지고 글줄 깨나 읽고 수양을 쌓았다는 선비가 할 짓이 아님을 깨닫게 되니, 부끄럽기 한이 없었습니다.

   스님들께서 김서방, 박서방 나중에는 송서방하고 부르시며 '애착을 끊어라!   무엇을 애착하고 무엇을 화한한단 말이냐? 아무 것도 애착할 것이 없느니라.

너는 이미 세상 인연 다하여서 죽음에 이르렀으니, 그 동안 살았던 인생살이 한판 꿈이었음을 깨달아라.

   너는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님을 깨달아라.

너를 버티던 뼈대는 한줌 흙으로 돌아갔고 너를 움직이던 기운도 한 가닥 바람으로 돌아갔으며 네 가슴 오르내디던 피와 물은 한 줌 물기로 돌아갔고 네 가슴 따뜻이 데우던 온기 역시 화기로 돌아갔다.

부디 미망과 애착에서 벗어나서 네갈곳으로 가거라.

무릇 그 모양이 영원하지 않은 이치를 알면 스스로 자유로워지리라.''

   스님의 간절하신 법문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송서방은 그 집을 나와 정처 없이 길을 떠났습니다.

멀리 경기도 여주땅에 도착했는데, 또 그 놈의 떡 생각이 났습니다.

마침 어디에선가 떡 냄새가 바람에 실려와 따라가보니, 젊은 아낙이 장독대에 시루떡을 올려놓고 두 손 모아 빌고 있었습니다.

   ''칠성님!   그저 사내자식 하나만 점지해 주십시오.

그러면 애지중지 잘 키워서 나라의 동량이 되게 하고 이 집 가문을 잇게 하겠습니다.   칠성님!''

   가만히 듣고 보니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지쳤고 한곳에 정착하려면 이곳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집에서 태어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자비한 여인이여!   내 그대 자식 노릇을 하리라!''하고 합장을 하고 두 내외 자는 품으로 들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아낙은 태기가 있어 열 달만에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나면서부터 울음이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귀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세 살도던 해 봄에 아버지가 입춘 대길이라는 부적을써서 부치는데, 누워 있던 아이(송서방)가 보니 자주 대하던 글이라 ''입춘 대길이로다.''하고 큰 소리를 내어 읽으니아버지가 기겁을 하고 '이거 큰일이군 왕자와 같은 시기에 태어나는자가 천재이면 왕손을 꺾고 역적이 된다 하여 삼족을 멸한다는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와 뭐라고 귓속말을 하더니 옆에 있던 큰 맷돌과 다다미 돌을 가슴에 올려놓고 이불을 뒤집어씌우니, 아이는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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