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난사람들 - 마지막언덕까지 배웅해주신 부처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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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0 2018.06.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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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종족에 좋은 가문 가난과 어려움을 모르고 자간 탓에
저는 남을 꾸짖는 데 너무 익숙했습니다. 방문을 열며 공손히 인
사하는 사미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쉴세 없이 다그
치고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호통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라도 맘껏 성질을 부린 날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늘 누
워 있어 심해진 등창을 깨끗한 소금물로 씻어줄 때였습니다. 짓
무른 상처에 천이 닿자 머리털이 곤두셨습니다. 날이 설대로 서
버린 전 도끼눈으로 사마에게 고함을쳤습니다.
"그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나, 이런 쓸모없는 놈"
상처를 닦던 천을 제 얼굴에 던지고 일어서던 그 사미의 눈빛
을 잊을수 없습니다. 그 눈빛은 바로 저의 눈빛이었습니다. 세속
에서 부와 명예를 자랑하며 늘 하인과 비천한 종족들을 그런 눈
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출가해서도 저는 늙고 덕 없는 비구들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런 쓸모없는 것"
사미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영긴 피고름의 악취에
구역질을 하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온갖 더러움과 수모를 참아내
며 벗들이 저를 보살펴왔다는 걸, 그러나 저의 뉘우침은 너무 늦
었습니다. 그날 이후 조그만 조의 방문은 좀체 열리질 않았습니다
흥건히 젖은 대소변이 딱땩하게 영켜 붙도록 문턱엔 그림자
조차 어른거리자 않았습니다. 피고름으로 방안은 악취가 진동했
고 싸늘하게 식은 팔다리는 늪에 잠긴 나무토막처럼 뭉그러졌습
니다.
이틀이 지난 후 쾅하고 방문이 열렸습니다. 사미였습니다. 전
용기를 내어 사미를 불렀습니다. 사미는 돌아보지도 않고 서둘러
음식 그릇을 내려놓고는 휑하니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오물로 법벅된 빨래를 부탁할 생각은 감히 하
지도 않았습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사과의 말을 하고 싶었는
데....... 그 기회마저 사미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이젠 눈물도 말라버렸습니다. 서러움과 분노로 머리맡을 적시
던 눈물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습을 바꾸고 후회와 미안
함으로 눈가를 짓무르게 하더니 그마저 언제부턴가 사라졌습
니다. 이젠 기억나는 일도 기억하고 싶은 일도 없습니다. 그저 마지
막으로 봅볕이 그리울 따름입니다.
"지금쯤 햇살이 참 좋을 텐데......"
한숨 섞인 넋두리를 내뱉을 때였습니다. 거짓말처럼 조용히 방
문이 열리고 발그스름한 아침 햇살이 상쾌한 공기와 함께 밀려들었
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승원에 아무도 없어야 했습니다. 깜짝
놀라 늘어진 목을 간추렸을때, 두 눈을 의심치 않을수 없었습니
다. 부처님이셨습니다. 초청을 받아 사왓티로 가셨을 부처님이
초라한 제 앞에 서 계셨습니다. 송구한 마음에 어떻게든 일어서
보려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가까
이 다가와 않으며 물으셨습니다.
"그대는 왜 공양에 참석하지 않았는가?"
목이 메어 차마 말을 이을수 없었습니다. 당신께서 초청에 응
하시고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뿐입니다. 명상에 들어
하늘의 신들에게 설법하시거나 병자를 돌볼때뿐이셨습니다. 당
신은 저를 위해 홀로 남으셨던 겁니다.
"무슨 병이기에 공양에도 참석하지 않고 이렇게 누어 있는가?"
"부끄럽게도 풍이 심해 전혀 거동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신 부처님은 한참이나 말이 없으셨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포정을 지으시는 걸 여태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
다. 오물로 범벅이 된 가사를 들춰부시곤 물으셨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벗들이 내버려 두었단 말인가. 간호하는 사
미는 없는가?"
다시는 흐르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당장 일어
나 자비로운 당신의 두 발에 입맞추고 싶었지만 도무지 움직여
지질 않았습니다. 울음을 삼키고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씀드렸습
니다
"저는 타고난 성질이 우둔해 항상 게으름만 피우고 교만한 마
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조금도 돕지 않습니다. 아무런 덕도 없는
저를 벗들은 그래도 정성껏 보살펴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들
에게 포악한 욕설과 교만한 눈빛만 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외롭
고 곤궁한 처지가 된 건 다 저의 잘못입니다."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부처님께서 두 팔을 걷으며 말씀하셨습
니다
"이 방엔 한기와 습기가 가득하구나 밖으로 나가자"
성스러운 손으로 저를 안고 햇볕 따사로운 곳에 누이셨습니다
그렇게도 보고 싶던 봄볕은 너무 눈부셔 한참이나 눈을 감아
야 했습니다. 짧은 그 순간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환희에 차 출
가를하고 젊은 사미들을 꾸짖고 늙고 뒤처진 자들을 나무랐던
저의 삶이 그림처럼 지나걌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부끄러움이
다시 밀려들고 간질거리는 햇볕의 온기 위로 뜨거은 눈물이 흘
렀습니다.
힘겹게 다시 눈을 떴을땐 찬란한 색상과 향기가 가득한 아름
다운 기원정사가 펼쳐졌습니다. 아름다운 새소리에 에워싸인 정
사엔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깨끗이 정돈된 마당 너머
로 자주 찾던 나무 그늘도 보이고 체접 기쁨에 겨워 거닐던 오솔
길도 보였습니다. 그 멀리엔 치기에 어려 어깨를 으쓱이며 말제
주를 자랑하던 강당도 보였습니다. 잠시 가벼운 미소가 입가를
맴돌았습니다.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불기2562무술년6월20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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