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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만난사람들 - 괭이자루를 던진 바라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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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3   2018.06.14 16:03

본문

게송을 읊고 음식을 얻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지견을 갖춘 자가 하지 못할 짓

깨달은 자 가르침의 대가 바라지 않나니

그저 진실에 모물며 법을 실천할 따름,

사랑스럽고 안타깝고 불쌍한 이들

바라문이여, 그들에게 음식을 베푸소서.

모든 번뇌 참재운 고요한 성자

바라문이여, 그 말에 씨를 뿌리소서.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친 것처럼 멍멍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부끄러움보다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뱃속부터 치밀었

습니다.

"괘씸한 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놈에게 재주가 가상타 싶

어 우유즉까지 주었더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에게 화를 낼 수도

할 말도 없었습니다. 멀어지는 모습에 눈알을 부라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처먹기 싫으면 말라지"

분한 마음에 바가지에 든 우유죽을 옆에 있던 도랑에다 휙 하

니 부어버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치 풀무에 달군 부습을 물속에 넣었을 때처럼

칙~ 칙~ 소리를 내며 연기가 일고 부글부글 물이 끓어 올랐습니

다. 그리고 곧 배를 하옇게 깐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둥둥 떠오르

는 것이었습니다.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참 눈

을 비비고 다시 보았을때 그 도랑엔 물고기며 개구리, 도마뱀

이름도 일수 없는 온갖 벌레들이 사체로 빼곡했습니다. 놀란 가

슴에 번뜩 고따마가 남긴 말이 스쳤습니다.

"당신이 내민 그 우유죽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독입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않고 말았습니다.

"아니 정말 독이었단 말인가? 정말 독이었다면 맛있게들 먹고

멀쩡한 우리는 또 뭐란 말인가?"

먼지 날리는 들판처럼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도랑물에 힘없이

밀ㄹ히는 시체들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알았습니다 전

진정 그을을 위해 베풍 일이 없다는 것을 우유죽 한 그릇을 내밀

며 제가 한 짓이라고는 두 어깨를 활개로 펴고 두 눈을 부라리

고 풀무질이라도하듯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른 일이 전부였습니

다. 저들은 저 우유죽 한그릇에 연방 겉눈질로 한절부절못하고

목과 어깨를 움츠려야 했을 겁니다. 끓어으로는 분노가 자괴감을

삭이며 어쩘 없이 먹어야 했을 겁니다.

"야 정말 독이었구나 벌겋게 달군 쇠불이처럼 이 우유죽이 저

들의 뱃속에서 블글거렸겠구나"

"생명을 죽이는 저런 독을 내밀며 밤낫으로 다그치고 그렇게

도 당당했던 난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

감당할수 없는 부끄러움이 주위를 에워쌌습니다. 그랬습니다.

전 여태 무언가를 해주는 자에게만 무언가를 주었습니다. 이유

없이는 콩 한쪽도 줘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만큼 그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땐 불같이 화를 내고 원망했습니다. 그러

면서도 전 늘 그들이 나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고마워하

지 않는다고 그런데도 저는 그들을 보살피고 있노라고 큰 소리

쳤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은 기쁨의 선물이 아니라 독어었습니다.

그들을 옥죄고, 두렵세 하고 고단하게 하고 결국엔 죽음으로 몰

고 가는 독이었습니다. 가장 떳떳하게 세상을 살아간다던 자부심

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저의 부지런함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헌신은 정직을 가장한 탐욕이었습니다. 저의 명예, 저의 가족 저

의 마을 저의 땅이 저은 노력으로이룬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

만 아니었습니다. 그건 수많은 이들이 고난의 멍에를 대신 지고

서 저에게 베푼 선물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많은 걸 저에게 주고

도 한번도 대가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많은 선물을 주고도 고

개를 숙이고 묵묵히 모욕을 감수했던 것입니다. 밀려드는 자괴감

에 두다리로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전 자랑스럽게 짚고 다니던 괭이자루를 던져버렸습니다. 저의

자부심 저의 가족 저의 마을 저의 토지를 던져버렸습니다. 고

단한 소 울음에 날카로운 채직 소리를 뒤로 하고 아들히 날리는

먼지 사리로 북은 가사 자각을 뒤쫓았습니다.

 

불기2562무술년6월14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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