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무자성 종심기 심약멸시죄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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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 2022.07.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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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은이가 부처님 밑에서 수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 처소는 부처님을 뵙기 위해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항상 들끓었다.
두 비구는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시끄럽고 분주하니 어떻게 수도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어디 조용한 수도처를 찾아보아야겠다.'뜻을 모은 두 사람은 부처님 곁을 떠나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 동굴로 가서 수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구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갔다.
그가 떠난 후 갑자기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비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그쳤고, 바고 그때 마을로 내려간 비구의 누이 동생이 오빠를 만나기 위해 비에 흠씬 젖은 채 동굴에 나타났다.
홀로 남아 있던 비구는 친구의 누이동생이 날이 다 저물어서 비에 젖어 오들오들 떨며 찾아왔는데 오빠가 없다고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그는 화톳불을 지펴 여자를 앉혀 옷을 말리레 하고, 더운 음식을 장만해 주었다.
날은 저물어 어둠이 깔렸는데도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화톳불 곁에 앉은 여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내부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정을 느꼈다.
여자의 상기된 모습이 한동안 잊고 지내던 정념에 불을 당긴 샘이었다.
이윽고 욕정의 불길에 휩싸인 그는 그만 자제력을 잃고 여자를 범하고야 말았다.
불길이 사그라지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는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파계를 하다니....'
그는 가슴을 치며 후회하였다.
한편, 밤 늦게 마을에서 돌아온 비구는 그들을 보고 아연실색하였다.
그는 격분하였다.
친구도 친구려니와, 외딴 곳에서 수도하는 젊은이 앞에 나타나 화근을 일으킨 누이동생이 더욱 괘씸하게 생각되었다.
흥분한 그는 성스러운 수도자를 파계시킨, 구제받지 못할 요망한 계집이라며 순간적으로 누이를 죽이고 말았다.
자신의 발께에 죽어 넘어진 누이동생의 시체를 보는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자신은 간음보다 더한 살생이라는 계율을 범한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두 비구는 끌어난고 목놓아 울었다.
그처럼 엄청난 파계를 했으니, 이제 도를 이루기는 커녕 지옥에나 떨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앞길이 막막해진 둘은 부처님 처소로 내려왔다.
부처님께 말씀드릭, 자신들이 구제받을 길은 없겠는지 여쭈어 보고 싶었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계율 제일이라는 우팔리 비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참회를 하면 자기들 같은 사람도 성불할 희망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우팔리 비구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들은 다시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롯하여 부처님의 십대 제자들을 두루 만나 자문을 청하였다.
그러나 그들 역시 두사람의 딱한 처지를 동정은 하면서도, 시원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간음과 살생이라는 파계의 멍에를 걸머지고 더 살아갈 희망과 의욕을 상실한 그들은 마침내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수도자들에게 자아의 울타리를 벗어나 부처의 경지로 나아가는 성불은 생명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그때, 마침 유마힐이 두 파계자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울부짖는 두 비구의 사연을 알게 된 유마힐이 지혜의 눈으로 살펴보니 두 사람의 선근은 우팔리 비구의 그것보다 훨씬 깊었다.
두 비구의 죽은 마음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한 유마힐은 그들과 함께 우팔리 비구에게 갔다.
유마힐은 우팔리 비구에게 물었다.
''우팔리 존자시여, 이 두 사람의 죄는 과연 어디에 존재할까요?
마음 안 입니까, 혹은 밖입니까?
아니면 중간입니까?''
이에 대해 우팔리 비구는 대답을 못 하고 안절부절 못하였다.
유마힐이 그에게 말하였다.
''우팔리님, 만약 그 마음이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 마음은 여전히 더럽혀져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죄라는 생각은 망상이고, 망상은 때와 같습니다.
우리의 모든 관념은 물 속에 비친 달, 거울에 비친 그림자와 같이 우리의 망상에서 생긴 것입니다.
때를 닦으면 맑은 거울이 드러납니다.
망상을 없애면 그대로 청정한 마음입니다.
이 이치를 아는사람이야말로 참으로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며, 깨달은 사람입니다.''
유마힐의 말에 두 비구는 비로소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수도에 전념, 높은 경지에까지 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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