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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칠불암에서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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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칠불암에서 일곱 분의 스님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원님이 초도 순시차 칠불암에 오게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불교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스님들을 불러다 노역도 시키고 도성 출입도 금지시키곤 하였다.

따라서 스님들에게 원의 존재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원이 칠불암에 나타났는데, 어찌된 일인지 영접하는 스님이 아무도 없었다.

호기가 등등했던 원 일행은 그만 어안이 벙벙해져서 스님들 방문을 열어 보았다.

 

   방안에서는 일곱 명의 스님들이 참선을 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 광경이 가관이었다.

한 스님은 손으로 턱을 고인 채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고, 한 스님은 다리 한 쪽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런 식으로 일곱이 저마다 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 한결같이 아무도 원 일행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었다.

매우 기분이 상한 원은 그 중에 나이가 가장 어려 보이는 스님을 지목해서 곤장을 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곤장을 맞는 스님은 조금도 반항하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몸이 비쩍 말라 비실비실한 것이 산 속에 앉아 잘 먹지를 못해 그런 것 같았다.

갑자기 측은한 생각이 든 원은 일곱 대를 치고는 그만두록 명령을 거두었다.

미안한 생각이 든 원은 고을로 돌아가며, 곤장 맞은 스님에게 삼 년 동안 양식을 대어 주도록 하는 좋은 마음을 냈다.

 

   한편, 매맞은 스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원은 도대체 나를 왜 때렷으며, 또 때렸으면 때렸지 양식은 왜 주는 것일까.'스님이 이러한 의문을 곰곰히 생각하며 수도를 하던 중, 삼 년쯤 되니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느 생인지 알 수는 없는데, 그 스님이 어떤 암자에 행자로 있었다.

하루는 암자에 재가 들어와, 음식을 잘 차려 법당에 갖다 놓고 잠깐 부엌에 다녀왔다.

그런데 그 사이, 동네에서 가끔 올라오는 큼직한 개 한마리가 법당에 들어와 상 위에 놓인 떡 한 조각을 물고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본 행자는 불공드리려고 차려 놓은 떡을 못쓰게 만든 개가 괘씸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발로 걷어차니, 개는 입에 물고 있던 떡을 떨어뜨리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그 꼴을 보자니 불상한 마음이 일었다.

어차피 그 떡으로 불공드릴 수도 없는 일, 행자는 얼른 땅에 떨어진 떡을 집어 개에게 던져 주었다.

   전생의 그 개는 절에 자주 드나들며 부처님을 향했던 공덕으로 사람 몸을 받아 그 고을 원이 되었다.

개에게 발길질한 인연은 곤장 일곱 대, 던져준 떡은 삼 년 먹을 양식으로 돌아온 것임을 알고, 스님이 노래를 남겼다.

 

   발길질 한 번하고 떡 한 조각 주었더니

   곤장 일곱 대에 삼 년 먹을 양식으로 돌아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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