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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다 부처님께로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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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밑에서 공부하는 한 청년이 물었다.

''몇년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가 다니는 학교 기숙사에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친구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고 헤어진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분에 대한 인상이 마음 깊이 새겨져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요사이는 선생님 밑에서 수도 생활을 해서 그런 생각이 일어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기이하게 생각되는 것은, 이성도 아닌 같은 남자끼리 어떻게 그처럼 잠까지 못 이루도록 그리워질 수가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와 유사한 경우를 내가 금강산에 있을 때도 구경한 적이 있다.

장안사에 법문을 하러 갔을 때였는데, 당시 대중 가운데 이십여 세 된 젊은이와 사십여 세 된 부인이 우연히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다.

 

처음 만남이었건만, 대면하는 순간부터 둘은 서로에게 미쳐 버려서 상대를 칭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한 광경이 하도 이상스러워서 왜 근런가 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니 사십대 부인네와 이십대 젊은이는 전생에서 부자지간으로 생활이 매우 궁핍하였다.

그래서 아버지였던 부인네가 아들이었던 젊은이를 데리고, 이 절 저 절 얻어먹으며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아버지는그러한 생활에서 벗어나고다 아들을 어느 절에 맡겨 놓고는 기반을 잡으려고 먼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아버지는 절에 맡겨 둔 아들을 잊을 수가 없었고, 어린아들 역시 아버지를 그리며 지냈다.

 

   이들은 서로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가, 금생에 장안사 법회에서 비로소 만나게 된 것이었다.

전생의 일을 기억하지는 못하나, 그리던 마음들이 교감하여 처음 보는 순간부터 애끓는 감정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종류의 감정을 놓고 심리학에서 이러쿵저러쿵하지만, 그것은 다 제 소리일 뿐 사실과다르다.

모두 전생에 원인이 있어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런 감정이 마음에 남아 있으면, 그 마음이 밝아지기가 매우 어렵다.

 

   어떤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이 예사롭지 않다면, 필시 그 사람과 전생에

엮어 놓은 원인이 있을 것이니, 그 마음을 닦아 해탈하여야 한다.

 

   그립다거나 밉다거나 하는 생각이 나거든, 그 생각을 얼른 부처님깨 바쳐라, 그런 생각이 없어진 듯하여도, 혹시 숨겨진 감정의 찌꺼기라도남아 있는지 일부러 찾아서라도 바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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