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음 어떻게 닦나-14
페이지 정보
955 2023.03.17 10:41
본문
내가 금강산 암자에서 홀로 수도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먹물 장삼을 만들기 위해 천을 마르고 바느질을 하는데, 안섶을 호고 뒤어어야 하겠건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윗목을 보니 웬 늙수그레한 중이, 어쩌면 나 같기도 한 사람이, 나와 똑같은 옷을 꿰매면서 아섶을 호아 뒤집고 있었다.
그사람이 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며 무릎을 탁 치는데, 순간 그 늙수그레한 중도 바느질하던 옷감도 은데 간데가 없었다.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누가 와서 먹물 장삼을 하나 만들어 주기로서니, 뭐가 그리 신기해서 무릎까지 치며 방정을 떨며 그이를 쫓아 냈단 말인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