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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암 아자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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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1   2017.05.1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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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암 아자방 이야기

 

칠불사에는 스님들이 좌선하던 아자방 ( 亞字房 ) 이 있는데 , 아자형 ( 亞字形 ) 의 구조로 가운데는 50 ㎝ 쯤 낮게 통로가 나있고 , 높고 낮은 곳의 구별 없이 한 번 불을 때면 50 일 동안이나 방이 골고루 따뜻하여 세계건축연감에도 실려 있을 정도로 신기하다 .

이 온돌방은 스님들의 좌선하다 마비된 발을 낮은 데로 내려놓으면 저린 발이 금방 낫는다고 한다 . 또한 아자방에는 참선하는 스님이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눕지 말 것 , 말하지 말 것 , 하루 한 끼만 먹을 것 등의 3 대 규칙이 있다 . 이러한 엄한 계율 때문인지 조선시대 서산 , 부휴 , 금당 , 초의 , 융성 , 추월 등의 큰 스님들이 이곳 선방에서 도를 깨치기도 했다 한다 .

이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

조선조 중엽 , 새로 부임한 하동 군수가 쌍계사에 초도순시차 왔다가 꼭 아자방을 보고 가겠다며 억지로 문을 열게 하였다 . 늦봄이라 방금 점심공양을 마친 스님들의 형상은 , 하늘을 쳐다보며 졸고 있는 스님 , 땅을 보고 꾸벅꾸벅 조는 스님 , 몸을 좌우로 흔들며 방귀를 퉁퉁 뀌면서 졸고 있는 스님 등 말이 아니었다 .

이 모습을 본 군수는 ,

‘ 공부한다는 중들의 자세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 한번 혼을 내주리라 ’ 생각하고 돌아가서 편지를 보냈다 .

“ 귀사 ( 貴寺 ) 에는 도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목마 ( 木馬 ) 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동헌 ( 東軒 ) 마당에서 타고 놀도록 하라 . 만일 목마를 잘 타면 후한 상을 내릴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벌을 주리라 .”

이 전갈을 받은 쌍계사에서는 놀라 대책을 논의했으나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침울해 있을 때 , 한 사미승이 나섰다 .

“ 그 일은 제가 맡겠으니 목마를 만들어 주십시오 .”

스님들은 달리 방법이 없어 사미승을 동헌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

동헌에 당도한 사미승의 태도가 하도 당당하고 의젓하여 군수가 물었다 .

“ 목마를 타기 전에 묻겠다 . 칠불암에는 도인들이 많다하더니 앉아 졸고 있는 꼴들이 한심하더구나 .”

“ 도인이라고 별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

“ 하늘을 쳐다보고 졸고 있는 것이 무슨 공부란 말이냐 .”

“ 그것은 앙천성숙관 ( 仰天星宿觀 ) 이라고 합니다 . 즉 하늘을 보고 별들을 관찰하는 공부입니다 .

“ 별은 왜 보는 것이냐 .”

“ 위로는 천문 ( 天文 ) 에 능통하고 아래로는 지리 ( 地理 ) 에 밝아야만 천하만사 ( 天下萬事 ) 를 다 알게 되고 중생을 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 그렇다면 머리를 숙여 땅을 보고 조는 자들은 무슨 까닭이냐 ?”

“ 예 , 그것은 지하망명관 ( 地下亡命觀 ) 입니다 . 즉 사람이 죄를 짓고 죽으면 지옥으로 들어가 죄 값을 치르게 되는데 , 그들을 어떤 방법으로 구제할 것인지를 관 ( 觀 ) 하는 공부입니다 .”

“ 그럼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거리며 쓰러지려는 것은 무엇이냐 .”

“ 그것은 춘풍양류관 ( 春風楊柳觀 ) 이라 합니다 . 유에도 무에도 집착하면 안 되고 , 구락성쇠 ( 苦樂盛衰 ) 에 집착해도 아니 되므로 어느 것에도 걸리지 않는 공유달관 ( 空有達觀 ) 하는 공부이지요 .”

“ 좋다 . 그렇다 치고 , 방귀를 퉁퉁 뀌고 있는 중은 또 무슨 꼴이냐 ?”

“ 그것은 타파칠통관 ( 打破漆筒觀 ) 인데 , 남의 말을 듣지 아니 하고 제 고집대로만 하는 사또와 같은 칠통배를 깨닫게 하는 공부입니다 .”

이에 사또는 버럭 화를 냈다 .

“ 아직 입에 젖 냄새도 가시지 않은 너의 식견이 이러한데 그곳의 도승들이야 말할게 있겠느냐 . 어서 목마나 타보아라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미승이 목마에 올라 발을 한번 내구르니 말이 터벅터벅 동헌을 돌고서 공중으로 둥실둥실 떠올라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 이 모습에 놀란 군수와 육방 관속들이 발심하여 불교를 믿게 되고 칠불암을 생불주처 ( 生佛住處 ) 처럼 떠받드니 군민이 모두 따라 불교에 귀의하여 하동은 불해 ( 佛海 ) 를 이루고 화장세계 ( 華藏世界 ) 를 재현하였다 한다 .

제 5 화 만다라화 붉게 피우고

 

신라 문무왕 때 광덕과 엄장이란 두 스님이 있었다 . 이 스님들은 네것 내것을 가리지 않을만큼 몹시 절친한 사이로 공부하면서도 서로 알려주고 도우면서 성불을 향해 정진했다 .

“ 자네가 먼저 극락에 가게 되면 반드시 알리고 가야 하네 .”

“ 물론이지 이 사람아 .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

두 스님은 밤낮으로 만나기만 하면 이렇게 약속하면서 사이좋게 공부를 하였다 .

분황사 서쪽에 숨어 신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살고 있는 광덕스님은 부인을 거느렸는데 그의 처는 분황사 노비였다 .

엄장스님은 남악에 암자를 짓고 숲의 나무를 벤 후 밭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

어느날 저녁 , 엄장스님은 저녁 공양과 예불을 마친 뒤 집주위를 산책하고 있었다 .

그때 , 어디선가 한줄기 밝은 빛이 땅까지 비추더니 광덕스님의 음성이 들렸다 .

“ 나는 서쪽으로 가니 그대는 잘 있다가 속히 나를 따라오라 .”

엄장스님은 얼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 그러자 구름 속에서 신비스런 하늘의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

이튿날 엄장스님이 광덕스님이 살고있던 곳으로 가보니 과연 광덕스님은 열반에 들어있었다 .

“ 언제 가셨습니까 ?"

“ 어제 저녁 석양무렵에 가셨습니다 .”

“ 역시 그랬군요 . … ”

광덕스님의 우정어린 마지막 인사를 들은 엄장은 그 부인과 함께 유해를 거두어 다비식을 치뤘다 .

장례를 마친 후 엄장은 일어설 생각을 않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

“ 부인 , 부인께서도 아시다시피 광덕과 저는 서로 가릴 것 없는 절친한 사이 아니었습니까 . 이제 그가 먼저 서쪽으로 갔으니 그와 살았듯이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떻겠소 ?”

“ 그렇게 하시지요 . 광덕스님 섬기듯 성심껏 시봉하겠습니다 .”

광덕의 처가 거리낌없이 선뜻 답하자 엄장스님은 약간 의외이긴 했으나 기분이 좋았다 .

그날 밤 , 밤이 깊어 두 사람은 각각 잠자리에 들었다 .

엄장이 그 부인 곁으로 다가가 잠자리를 함께 하려하자 부인은 갑자기 놀라는 기색으로 말했다 .

“ 스님이 서방극락을 구함은 마치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

엄장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 초저녁 , 선뜻 함께 살기를 승낙했던 부인의 모습이 지금은 마치 고승의 준엄한 자태로 비쳐왔기 때문이다 .

엄장은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으나 마음을 굳게 다지며 다시 물었다 .

“ 광덕도 이미 수년간 그렇게 살았는데 나라고 안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이오 ?”

“ 남편은 10 여년이나 저와 동거했으나 하루 저녁도 동침 한 적이 없었습니다 . 밤마다 단정히 앉아 한결같이 아미타불 명호를 부르거나 16 관 ( 아마타경에 설해진대로 태양과 물 등 16 가지 일을 명상하는 관법 ) 을 하며 정진했습니다 . 또 밝은 달빛이 창에 비쳐들 때면 그 빛을 타고 가부좌를 틀었으니 미혹을 깨고 어찌 서방극락에 가지 않을수 있었겠습니까 .”

엄장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일 뿐이었다 .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부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

“ 대개 천리를 가는 사람은 그 첫걸음으로써 알 수 있는데 , 지금 스님의 생각이 동쪽에 있으니 서방은 미처 알 수가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

엄장은 부끄러워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벌떡 일어나 부인에게 큰 절을 올리며 말하였다 .

“ 몰라뵈옵고 무례했던 점 널리 용서하옵소서 .”

엄장은 부인에게 크게 사죄한 후 날이 밝기가 무섭게 분황사로 달려가 원효스님에게 간밤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고한 후 가르침을 청했다 .

원효스님이 정관법 ( 淨觀法 ) 을 일러주니 엄장은 그 길로 낙암암자로 돌아왔다 .

그동안 자신의 공부가 헛되었음을 절감하면서 그는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공부에 임했다 . 엄장스님은 오직 한 마음으로 관을 닦았다 . 몇 년이 지난 어느 초여름 해질 무렵 , 엄장 역시 광덕스님처럼 서방극락세계로 가게 되었다 한다 .

광덕스님의 부인은 비록 분황사 노비였지만 사실은 관음의 19 응신 ( 應神 )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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