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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루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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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   2017.08.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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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전등사)

"스님-."

"......."

"노스님-."

童僧은 백발이 성성한 노스님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목청을 높였다. 노스님은 마치 천년고목인양

눈을 감은 채 말이없다.

하늘을 덮은 두 그루 은행나무가 서있는 일주문 밖에 노스님은 아침부터 그렇게 앉아 있었다.

"노스님!"

사미승은 염주가 들린 노스님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스님, 관가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또 무슨일로?"

"상감께 진상할 은행을 작년의 두 배인 20가마를 내라는 전갈입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산까치 울음소리가 고요한 가을 山寺의 적막을 깬다.

노스님은 육환장을 짚고 일어나 동승과 함께 일주문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善敗야, 너 벼슬아치 성화가 무서우냐?"

 "아뇨, 다만 해마다 은행은 10가마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데...."

"그래도 바쳐야지."

"소승은 벼슬아치들이 부처님 도량에 와서 행패를 부릴때면 그들이 측은하게 생각됐는데 이제는

그들이 미워집니다. 스님, 어찌하면 남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선재야."

"네, 스님."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마주 바라봤다. 老師와 동승은 마치 자신들의 전생과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자기를 아끼기 때문이니라, 자기를 아끼는 마음은 남을 미워하기도 사랑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인연따라 일어나는 일이니 나의 業연으로 인해 남을 미워함은 곧 나를 미워함과 같으니라.

출가한 사문은 이런 마음을 버려야한다. 오늘날 조정은 물론 사대부까지도 불법을 욕되게 하나 그렇다고

그들을 미워해서는 안된다. 부처님法은 결코 더럽혀지는 것이 아니니 자비로써 대해야 하느니라."

동승은 老스님 앞에 머리숙여 합장했다.

불교탄압이 심했던 조선조 시절. 나라에 共物을 바치고 使役을 해야했던 스님들은 깊은 산에 들어가

은거했다. 따라서 많은 절이 폐사 또는 퇴락해 갔다. 이럴즈음 강화도 전등사에도 벼슬아치와 토호들이

토색질이 심했다. 젊은 스님들은 강화성을 쌓는데 사역나갔고 나이든 스님들은 절에서 종이를 만들어

바쳐야 했다. 스님들은 이런 어려움을 수행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0가마 이상 열리지 않는 은행을 20가마나 공물로 바치라니 어이가 없을 수 밖에.

 종이를 만들던 한 스님이 동승과 함께 다가오는 노스님을 향해 합장하며 말했다.

"스님, 스무가마의 은행을 어떻게 바치겠읍니까?"

"글쎄 어찌 하면 좋을꼬?"

"스님, 나랏님께 상소하는 것이 어떨까요?"

"상소? 소용없는 노릇이야."

"그럼 탁발을 해서 바쳐야 할까요?"

"그것도 안될일. 만약 그것이 알려지면 우리가 좋은 은행은 다먹고 탁발한 은행을

진상했다고 트집 잡을 것이다."

 노스님 주변으로 山內 대중들이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너희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어여가서 열심히 공부나 하여라.

佛法의 길은 각자가 하는 일속에 있으니 소임에 충실하거라."

"선재야, 너는 곧 백련사에 가서 秋松스님을 모셔오너라"

말을 마친 노스님은 육환장을 끌면서 神室로 들어갔다.

"그렇지! 그 스님이면 될거야. 바람과 비를 몰아오는 신통력을 지녔으니 은행 20가마

열리게 하기란 어렵지 않을거야."

 땅거미가 질 무렵, 추송스님은 동승을 앞세우고 전등사에 도착했다.

 추송스님은 곧장 주지실로 들어갔다. 수인사를 마친 두 스님은 한동안 무엇인가 의논했다.

 이윽고, 노스님이 동승을 불렀다.

"선재야, 모든 대중을 일주문 밖 은행나무 아래로 모이도록 일러라. 그리고 별좌스님은

은행나무아래 제단을 마련하고 3일기도 올릴 준비를 하도록 해라."

"스님, 은행을 많이 열리게 하는 기도인가요?"

"그렇다. 어서 정하기나 해라."

 노스님을 동승을 재촉했다.

 이튿날 아침부터 은행을 더 열리게하는 3일기도가 시작되엇다. 이 소문은 곧 인근

마을에서 마을로 알려져 강화섬 전역에 퍼졌다. 구경꾼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구경나온

아낙들도 추송스님을 따라 절을 하면서 함께 기도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올리는 재는 점점 고조되어갔다. 당대의 道僧 추송스님이 친히

3일기도를 올린다하니 강화섬 벼슬아치들도 호기심을 갖고 기도장에 나타났다.

"노인 당신이 주지요?"

"그렇소?"

 포졸 서너명과 함께 나온 군관이 노스님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 재는 왜 올리는거요?" 나라에 공물을 바치기 싫어서 상감마마와 백성을 저주하는

기도가 아니요?"
"어찌 그런 무엄한 말을.... 우리는 상감마마에게 진상할 은행이 많이 열리기를

 기원하고 있을뿐이요."

"핫핫핫, 은행이 어디 사람 맘대로 더 열리고 덜 열릴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어리석은 소리로군."

 군관은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비웃었다.

 그때였다. 웃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군관은 얼굴을 감싸고 땅위에 나둥그러졌다. 새파랗게

질린 군관이 정신차려 일어셨을때 군관의 한쪽눈은 부은채 멀어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구경꾼은 자꾸만 늘어났다.

 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목탁과 바라소리, 그리고 염불소리가 일시에 멎었다. 신비로운

적막이 천지를 뒤덮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추송선사의 낭랑한 음성이 적막을

깨뜨렸다.

"...오늘 남선부주, 해동 조선국 강화도 전등사에서 3일기도를 지성봉행하여 마치는 대중들은

두그루 은행나무에 열매가 맺지않게 해주기를 축원하나이다. 백년이고 천년이고..."

 모였던 대중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선사의 축원이 끝나자 마자 바람이 일고

뇌성이 치더니 때아닌 먹구름이 일면서 우박과 비가 퍼부었다. 그위로 은행열매가 우수수

떨어졌고, 육환장을 짚고선 노승과 동승이 마주서서 크게 웃고 있었다.

 이날 이후 老.童僧도 추송선사도 보이지 않았으며 관가의 탄압도 없어졌다.

 또한 두그루의 은행나무는 오늘까지도 열매을 맺지 않는데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 하나를

노승나무, 다른 하나를 동승나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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