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난사람들 - 앙굴리말라의 고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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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4 2018.01.0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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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의 이름은 각가와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만띠나입니
다. 온 세상이 부드러운 풀과 화사한 꽃으로 뒤덮인 어느 봄날
설렘과 염려로 문턱을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저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늘그막에 그렇게 고대하던 아
들을 둔 아버지는 더없이 기뻐하며 저에게 "누구에게도 해를 끼
치지 않는 자"가 되라는 뜻으로 아함사까라는 이름을 지어주셨
습니다. 가세가 기운 탓에 살림살이는 넉넉지 못했지만 즐 편안
한 웃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보살핌속에서 전 가난이란 걸 모
르고 자랐습니다. 한때 꼬살라 왕의 종교적 조언자였던 아버지
는 가문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아힘사까, 내가 부덕한 탓에 가세가 기울긴 했으나 너는 신께
서 가장 큰 축복을 내린 바라문 종족이다. 이를 항상 명심하라"
훤칠한 외모에 머리까지 영즉했던 저는 주변의 칭찬과 부러움
을 독차지하며 자라났습니다. 저의 재능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
는 남달랐습니다.
"우리는 학문과 덕행ㅇ드로 그 이름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
르내리며 칭송받았던 선조를 둔 고명한 집안이니라. 우리 가문
의 명성을 이젠 네가 일으켜 세울 차례다."
열두 살 되던해,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에게서 제 손
을 빼앗아 멀리 서북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간다라의 딱까
실라, 할문의 중심지인 그곳에서 아버지는 당신과 동문수학했던
바라문 발타라를 찾아갔습니다. 바라문 발타라는 벗은 발로 달
려 나와 오랜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식사가 차려지고 웃음이 끊
이지 않는 대화가 긴 시간 이어졌습니다.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서 낯선 눈길로 두리번거리던 저에게 드디어 아버지께서 손짓하
셨습니다.
"이 아이가 아함사까라네 잘 부탁하네"
"네가 아함사까구나, 아버지를 닮아 영특하게 생겼구나. 어린
시절 네 아버지를 따를만한 벗은 없었단다. 정작 너를 가르칠
사람은 네 아버지인데 나더러 가르치라고 이리 고집을 피우는
구나."
아버지는 씁쓸한 미소를 감추며 먼 하늘을 바라보셨습니다.
"내 자네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니 학비는 어느 학생의 반만
내도록 하게."
친구의 마지막 말에 아버지는 연신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그
렇게 뒤돌아섰던 아버지의 처진 어깨를 전 지금도 잊을수 없습
니다. 오백명의 제자를 둔 스승 발타라는 딱까실라에서도 명성
이 자자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에게 수학하는 이들 또한 간다라
는 물론 코살라와 왓지 그리고 멀리 마가다에서 찾아온 명문가
의 자제들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씁쓸한 미소를 가슴에 품고 저
는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몇년의 세월이 흐른 뒤 딱
한번 찾아오셨습니다. 스승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릴 형편이 아
니었던 어머니는 그 면 길을 오시고도 담장 너모에서 하염없이
눈길만 보내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한적한 숲길을
거닐때 어머니는 누가 볼까 부끄러운 듯 연신 눈치를 살피다
겹겹이 싼 음식을 품 안에서 꺼내셨습니다. 어머니의 체온과 더
위에 짓무른 밀가루 덩어리를 보고 전 처음 보는 진귀한 음식인
냥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렇게 입이 꽉 차도록 오물거리는 모습
을 보고서야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전 눈물을
삼키며 다짐하였습니다.
"최고가 되고 말거야, 스승님ㅂ처럼 수많은 사람의 부러움과 존
경을 받는 최고의 바라문이 될거야, 그것이 아버님과 어머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야."
저는 스승으로부터 리그배다. 삼마베다. 야주르베다는 물론
우빠니샤드와 베다의 부속학문인 음운. 제례. 문법. 어원. 발성
과 천문학까지 자례차례 섭렵하였습니다. 또 니간타를 비롯한
외도의 사상도 배우고, 수학 .신화 .서사시 .경제학 .정치학 .수
사학.놀리학을 배우고, 승마.창술.궁술.격투기.수영등의
군사학도 배웠습니다. 나는 새를 잡을 정도로 행동이 민첩하고
지혜역시 뛰어났던 저는 스승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간간이 찾아오시는 아버지
에게 스승님은 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한 가정을 이루어도 충
분하다 여기셨는지 아버지는 저에게 결혼을 권유하셨습니다.
"아함사까, 그만큼 학문과 명성을 쌓았으면 충분하니 이제 가
정을 일구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지만 전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 청정한 범행을 지키며 바라
문의 길을 걷고 싶을뿐이었습니다. 제 마음속엔 스승님을 능가
하는 최고의 바라문의 도리라는 열망 외엔 조금의 빈자리도 없
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습니다. 언제부턴가 스승님은 제
자들 가르치는 일을 저에게 맡기셨고 멀리 출타라도 하실때면
온 집안의 대소사를 저에게 일임하셨습니다. 스승님에겐 명성
에 걸맞은 엄청남 부와 권력이 있었지만 전 즐 공정하게 관리하
며 조금도 탐내지 않았습니다. 오직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청정한 삶을 누리는 범천의 경지에 오르게 될 날만을 고대했습
니다.
불기2562무술년1월2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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