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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짐승이 법문을 익혀 듣고 문득 업장의 몸을 벗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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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진 때 법지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여항산에 들어가 토굴을 짓고 법화경을 읽어 외우는 것을 일과로 삼아 조금도 게으름이 없었다.

   그때 그 토굴 옆에 꿩 한 마리가 집을 틀고 있으면서 법지스님의 경전 읽는 소리가 있으면 곁으로 날아와 법문을 들어온 것이 그럭저럭 칠 년이라는 긴 세월을 채우게 되었다.

​

   그런데 하루는 그 꿩이 법문 소리를 듣고 날아왔는데 법지스님이 살펴보니 전과 달리 그 모양이 매우 수척하여져 있었다.

법지대사가 가엾게 여기고 날개를 쓰다듬으며 말하기를, "네가 비록 날짐승이나 법화경 법문을 잘 들었으니, 만일 축생의 몸을 벗어 버린다면, 반드시 인간 세상에 환생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법화경을 읽어 마쳤으나 웬일인지 꿩은 돌아가지 않고 뜰 아래로 왔다갔다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에 법지스님은 더욱 측은한 마음이 들어 저것이 혹 먹을 것을 찾는 것은 아닌가 하여 콩낱 같은 것을 던져 주었으나 잘먹지 않더니 그 이튿날 새벽에 그만 죽어 버렸다.

   대사가 그 몸을 염습하여 깨끗한 곳에 묻어 주었는데 그날 저녁 꿈에 웬 청의 동자가 나타나 공손히 절하며 가로되, 저는 오늘 아침에 죽은 꿩입니다.   스님의 법문소리를 많이 들은 공덕으로 이 산하동 왕씨의 집에 남자로 태어날 터이온데 바른쪽 겨드랑이에 조그마한 꿩 털이 붙어 있을 터이니 그걸 보시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하였다.

   꿈에서 깨어난 대사가 생각건대 내가 꿩이 죽기 전에 예언한 바도 있었고 또 꿈이 이상하기도 하니 한번 징험하여 보리라 하고 왕씨 집 형편을 비밀히 알아보았다.

그랫더니 과연 열 달 후에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하기에, 대사가 생각하기를 이 아이가 걸을 걷고 말을 배울 시기가 되거는 한번 찾아 보리라 다짐하였다.

​

그후 세월이 흘러 삼 년이 되는 어느 날 마침 왕씨 집에서 재를 베풀고는 대사에게 공양할 것을 청하는 지라 대사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생각하고 흔연히 내려가 그 부모를 만나보고 막 인사를 하는 판인데 그 어린 것이 달려들며 우리 스님이 왔다하고 무한히 반기는 것이었다.

대사 또한 그 아이를 사랑하여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로되 이 아이는 분명 꿩 아이라 하며 아이의 옷깃을 풀어 바른 편 겨드랑이 밑을 살펴보니 과연 조그마한 꿩 털 세개가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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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년 전 대사의 꿈과 일치함에 크게 감탄하는데 왕씨 내외가 이상히 여겨 묻기에 대사가 지나온 일을 낱낱이 설명하여 주고 다시 하는 말이 이 아이는 불문에 인연이 깊은 아이니 일곱 살이 되거든 나의 상좌가 되게 하시오 하니 그 부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흔연히 승낙하였다.

   칠 세가 되는어느 날 출가한 아이는 머리를 깎고 오계를 받을 때, 겨드랑이에 꿩털이 있다해서 이름을 담익이라 하였는데, 그에게 법화경을 보여주니 한 자도 서슴치않고 무른 땅 벗기듯, 술술 읽어 나갔다.

그는 대승경전을 섭렵하여 대법사가 된 연후에 동쪽 회계 땅에 놀다가 진망산에 들어 결 초위암하고 법화경을 전문적으로 외워 열두 해를 채웠다.

   그러던중 하루는 날도 저물었는데 천하 절색의 여자 한 명이 담익의 토굴로 들어서는 것 이었다.

몸에는 채의를 걸치고 손에는 대보금이를 들었는데 그 보금이 속에는 흰빛 돼지 새끼 한 마리와 큰 마늘 두 뿌리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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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는 스님 앞에서 울며, 자기는 이 산 밑 아무개 집의 딸로서 산중에 들어와 고사리를 뜯다가 그만 모진 범을 만나 도망쳐 왔는데, 날은 벌써 저물어 산 길은 희미하고 수목은 컴컴하며 무서운 짐승은 오락가락 할 것이니 집을 찾아간다 해도 살아날 방도가 없으므로 미안한 말씀이오나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게 하여 달라 하는 것이었다.

​

   담익대사가 생각건대 깊은 산중 무인지경에 젊은 남녀가 한 집에서 잠을 잔다는것이 매우 혐의스럽다 하여 허락하지 않았더니 여자는 슬피 울며 허락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담익대사는 풀자리를 따로 한 곳에 정하여 주고 다시 법복을 정제한 후 법화경을 읽어 나갔다.

​

   밤이 이슥하여졌는데 여자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하며 스님이 보아 주기를 청했다.   대사가 약을 던져 주었으나 여자는 먹지않고 아프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만일 스님이 나의 가슴을 만져 주신다면 곧 편안해질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금방 죽을 것 갑습니다.   하며 가로되 일찍이 불법은 자비 방편으로 근본을 삼는다 하였사오니 스님은 어찌 앉아 보시기만 하면서 한 번 손을 다하여 구제치 않습니까하였다.   이에 대사가 가로되 나는 계행을 지니는 스님으로서 여자의 몸을 만지는 것은 크게 당치 않는 일이라고 하였다.

​

​

    그러나 여자는 들은 척도 않고 그저 만져만 달라고 하는 까닭에 대사는 어쩔 수 없이 수건을 주장자 끝에 매어 멀리 앉아 여자의 배를 문질러 주니 조금 있다가 여자각 하는 말이 "병은 벌써 가라 앉았으니 감사합니다."하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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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아 여자가 일어나 뜰 아래로 내려서는데, 채복은 변하여 상서로운 구름이 되고 돼지는 변해서 흰 코끼리가 되었으며 마늘은 변해서 한 쌍 연화가 되었다.   그 여자가 발로 연화를 디디며 코끼리 위에 올라 구름을 타고 날아가며 하는 말이, 나는 보현보살이더니 네가 오래지 않아 보살도를 얻게 됨에 특별히 와서 한 번 시험 하였노라,

네 마음은 물 가운데 달과 같아서 더럽힐 도리가 없구나 하였다.

말을 마치고 표연히 날아가니 그때 공중에서 꽃비가 내리고 땅이 다 진동하는 지라.

​

   그날 회계 태수 맹공개가 새벽에 일어나 대청을 거닐 때 문득 남쪽 하늘에서 오색 구름이 일어나며 그 속으로 서기 광명이 비쳐 관청 뜰까지 환하여지고 그 상서로운 구름 밑으로는 금석사주지성이 은은히 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너무도 이상하게 여겨져 그 즉시 사방으로 탐문하고 나서는 담익대사가 보현보살을 만나 본 결과임을 알고, 대사의 행장을 갖춰 그 연유로 조정에 알려 임금의 명을 받아 그곳에 절을 지었으며,

임금께서 법화사라 이름지어 주시니, 그때는 동진안제 의희 십삼년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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