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난사람들 - 쫄라빤타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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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6 2018.05.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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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없앤다. 때를 없앤다"
나날이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며 저의 승원 생활은 활
기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해질녘 먼 곳에
서 비구 스님이 한분 찾아오셨습니다. 전 그분의 더러워진 신발
을 보고는 닦아주고 싶어졌습니다. 저녁 시간 남몰래 신발을 가
져와 천으로 부지런히 닦았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쉽게 닦이는데
다른 한쪽은 배인 땟자국이 좀체 가시질 않았습니다. 닦고 닦고
닦고..... 또 닦았습니다. 새벽이 밝아 올 무렵, 뽀얀 신발을 스
님의 방 앞에 살며시 내려놓고 돌아서며 생각했습니다.
"잠깐, 먼지가 묻어 ㄷ러워진 것도 깨끗이 하기가 이렇게 어려
운데 하물며 마음속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일까, 오랜 세월 한
번도 닦지 않았으니 얼마나 더러울까, 하지만 아무리 깊이 베인
때도 닦고 또 닦으면 언젠가는 없어지는법"
태양 앞에선 아무리 짙은 어둠도 쉬이 자리를 내주듯 마음이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발고고 상컴한 오원의 어느날 부처님께서
는 저에게 구족계를 주고 정식 비구로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때
저보다 기뻐한 이는 형이었습니다. 구족계를 받고더 늘 걸레를
들고 청소하는 저의 일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난다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빤타까, 비구들이 돌아가며 비구니들을 지도하고 훈계하도록
부처님께서 명하신 것을 알고 계시지요?
"예 알고 있습니다"
"다음은 당신이 비구니 스님들을 지도하고 훈계할 차례입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난다여, 저는 근기가 둔하고 또 아는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지난 여름 안거동안 외운게송
한수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어린 동자들이나 외우는 짧은 게송
말입니다. 아나다여, 저는 누구를 가르칠 만한 위인이 못됩니다.
부디 저를 불쌍히 여겨 다음 차례 스님에게로 그 임무를 넘겨주
십시오"
고개를 숙이고 한참 고민하던 아난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차례를 따라 설법하게 한 것은 부처님이 제정하신 계율입니
다.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으니, 부처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
니다"
전 합장하고 아나다께 공손히 예배하였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난다"
하지만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 다시 아난다께서 찾아오셨습
니다.
"빤타까, 당신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다음 차례 수님에게 설법하
게 해주십사 청하였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일은 빤타까가 비구니들을 가르치고 훈계할 차례이다. 그
가 설법하게 하라"
빤타까, 부처님의 명을 거역해선 안 됩니다"
전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부처님께서 않아계신 곳을 향히 예배
하였습니다.
"제자 빤타까가 스승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 밤이 지나고 늘 그랬듯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왓티로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사로 돌아와 걸레를 들
고는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찾아올 비구니 스님들이 않을 자리
까지 깨끗이 닦아 놓은 다음 방에 들어가 조용히 좌선하였습니
다. 해가 기울무렴, 오백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바스락거리는소
리 하나없이 기원정사로 찾아와 그림자처럼 조용히 자리에 않앗
습니다. 저는 대중 앞에 마련된 법상에 앉아 큰 목소리로 말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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