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난사람들 - 쫄라빤타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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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8 2018.05.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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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풍족한 음식에 좋은 옷을 입고 지낼수 있었지만 해
지면 찾아오는 허전함만큼은 채울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형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할아버진 아버지
와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은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우리 형제에게
극진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형제의 손을 잡고 종종 부처님을
찾아뵙곤 하셨습니다. 그럴때면 전 늘 나비를 쫓아 숲을 뛰어다
니기에 바빴고 형은 할아버지 곁에서 법문에 귀를 기울이곤 했
습니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형과 전
결혼을 해 한집에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영원히 곁에 있을
것 같던 형이 벼락같은 말을 했습니다.
"빤타까, 이젠 네가 이집의 가장이 되어줘야겠다. 난 부처님께
출가해 수행자의 삶을 살련다. 네 형수를 부탁한다."
모든 대소사를 처리하던 형의 반자리는 너무도 컸습니다. 우왕
좌왕하며 날이 가산을 잃어가던 제가 안타까웠는지 어느 날부
턴가 형수가 집안일을 도맡았고 저는 설 수 있는 자리도 서고
싶은 자리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떼 전 형을 따라 출가하기로 마음
먹고 동원정사로 찾아갔습니다. 어릴 적부터 소문난 영특함 덕분
이었는지 형은 숭단 안에서 이미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형님, 저도 형님을 따라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ㅣ 부처님의 제자가 되려면 먼저 갖춰야
할게 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수행자가 되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올바른 행동과
말씨와 마음가짐을 익혀야 한다. 충분히 익혀 수행자의 면모를
갖춰야만 부처님으로부터 비구가 되도 좋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다"
그날 이후 이제 막 출가한 어린 동자들과 함께 설법을 듣고 그
가르침들을 외웠습니다. 허나 전 우둔함 탓인지 잘 외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열 살이 갓 넘은 아이들도 줄줄 잘 외우는데 저는 도
무지 외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지도하시는 스님의 추궁에 늘 쩔쩔
매기마하는 저를 어린 도반들은 "멍청이 쭐라빤타까"라고 놀리
곤 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던 형은 저를 불러 한 가지만
외우게 했습니다.
"입을 삼가고 마음을 가다듬고 몸으로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행하는자, 이 세상을 제도하리라"
헌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앞 구절이 생각나면 뒷 구절
이 감감하고 뒷 구절이 생각나면 앞 구절이 막막했습니다. 4개
월동안 애써보았지만 그것 아나도 외워지질 않았습니다.
"입을 삼가고 마음을 가다듬고......... 몸으로........."
"멍청이 쭐라빤타까" 란 놀림에 형도 저만큼 화가나고 싫었나
봅니다.
"너처럼 게으르고 미련한 놈은 없을 게다. 게송 하나 외우지 못
하면서 매일 같이 밥만 축내는 너를 어떻게 부처님의 제자라고 하
겠느냐? 너는 불법과 인연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거라"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갈곳이 이곳뿐인에....... 눈물만큼이나
빗줄기도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아, 이젠 어쩌나.....
그때였습니다. 찬비를 뚫고 승원을 나서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형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눈물을 훔치고 달려갔습니다. 형이
아니라 부처님이셨습니다. 이 비를 맞으며 무슨 일로 승원을 나
셔셨을까요? 헌데 도리어 부처님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빹타까, 이 비를 맞음 왜 거기 서 있느냐?
복받친 설움에 한참을 울먹이고는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
다.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부처님께서는 저의 밀을 끝까지 들
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전의 외할아버지처럼 따스한 손길로 저
의 손을 잡으셨습니다.
"빤타까 승원으로 가자"
당신의 방으로 손을 이끈 부처님께선 깨끗한 천을 들어 보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빤타까, 이 천이 깨끗한가, 더러운가?"
"깨끗합니다.
또 물으셨습니다.
빤타까 , 내 발이 깨끗한가, 더러운가?"
"더럽습니다"
부처님께선 그 천으로 흙탕으로 더러워진 발을 닦고 물으셨습니
다.
빤타까, 내 발이 깨끗한가, 더러운가?"
"깨끗합니다."
발을 닦은 천을 저에게 보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빤타까, 이 천이 깨끗한가, 더러운가?"
"더럽습니다"
"이걸 깨끗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맑은 물에 때가 빠질 때까지 문지르고 햇볕에 말리면 됩니다"
"그렇다, 빤타까, 네 말과 같다. 때가 빠ㅣ질 때까지 여러 번 문지
르고 햇볕에 말리면 이 더러운 천은 곷 깨끗한 천이 되느니라. 빤
타까, 나를 따라 말해 보거라. 때를 없앤다>"
"때를 없앤다"
"그건 외울수 있겠느냐?"
너무도 쉬은 구절이었습니다. 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
로 대답했습니다.
"예, 부처님"
"깨끗해지기도 하고 더러워지기도 하는 이 천에 마음을 집중
하고 늘 되뇌어라"
부처님께선 부드러운 미소를 담아 더러워진 천을 내밀며 말씀
하셨습니다.
'빤타까, 때를 없애라"
아, 소나기가 그치고 단박5에 햇살이 번지듯 마음속이 환히 밝
아왔습니다. 전 그천을 받아들고 냇가로 달려가 씻고 또 씻었습
니다. 그날 이후 승원의 청소는 온통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지나는 곳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해졌고 얼마가지 않아 온 동원
정사가 거울처럼 깨끗해졌습니다.
불기2562무술년5월25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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