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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을 펼쳐 수행을 읽다. 8 한걸음 물러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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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6   2019.06.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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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물러서서







거울속에도내게귀가 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 있소
      …중략…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이내가 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 게요
시․이상, 거울 中
하루는 가까이 지내는 이가 걱정거리를 갖고 찾아와서는 전후 사정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길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결론은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혹은 조언을 구했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반신반의를 하며 나는 최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그가 처한 상황과 성품을 고려하여 제시해주었다. 또한 그의 생각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언급해 주었다. 현재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그가 실천하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달해주었다.
그러나 후에 들려오는 소식에는 그이는 애초에 자신이 생각했던 방법대로 일을 풀어나갔다 한다. 결국, 예견했던 문제가 발생 했고 지금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왜 결국 ‘마이동풍(馬耳東風)’인 걸까?
‘조언’을 구하러 내게 상담을 청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나는 문제의 경중이나 친분여부를 떠나서 문제 상황을 살펴보고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와 조언을 구하는 이의 이익을 고려해서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자세히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열심히 고민하고 조언한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앞선 예와 같이 ‘마이동풍’으로 끝나는 경우가 사실 허다하다.
애초에 자기 생각대로 일을 추진할 요량이면서 왜 시간과 마음을 들여 ‘조언’아닌 조언을 구하려 하는 것일까? 그런 줄도 모르고 열심히 ‘조언’을 했다. 나로서는 ‘허공에 대고 신소리를 해댔구나!’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어쩌면 처음부터 내게 ‘조언’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어서 터럭만큼이라도 좋으니 ‘동의’나 ‘공감’을 해주십사하며 다른 이를 찾아다니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왜 이미 마음먹은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이에게 조언이나 상의를 하는 것일까? 결국, ‘내가 그 상황에 있기 때문에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내 판단이 맞을 것이다’라는 내 결정에 대한 ‘지지’나 ‘동의’를 구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요구의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이다.
사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내가 제일 잘 아니 당신은 조언 말고 동의나 해 라는 식의 생각은 언뜻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과연 그럴까? 라는 의심이 생겨난다. 사실, 조언을 구하려했던 당사자가 속사정을 온전히 내보여 정보가 완전히 동일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다면 나와 당사자의 생각이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언부터 결정까지의 모든 것이 늘 다르다. 어째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어쩌면 혹시 내게 속내를 다 보이지 않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문제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결국 ‘나’라는 생각이 혹은 독단이 객관적이며 현실적인 조언을 흘려듣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자의식 즉 ‘아상(我相)’에 사로잡혀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상(我相)이란 오온(五蘊)이 일시적인 인연에 따라 모여 자기를 형상하는 것을 중생들이 영원한 실체로 착각하여 생기는 관념이다. 수많은 과거생의 업식들이 자의식으로 오판하여 나와 남의 구별을 짓는다. 이로써 잘난 체하고, 행복한 체 하고, 능력 있는 체 하며, 자기의 지식과 학문, 능력이나 지위를 자랑하며 남을 멸시하는 결과를 만든다. 결국, 참나(眞我)를 감추고 스스로의 감정의 노예가 되고 불행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의식에 대하여 『중용(中庸)』에서는 여지(予知)라고 이야기하며 경계해야할 대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子曰 人皆曰予知 驅而納諸罟擭陷阱之中而莫之知也.
人皆曰予知 擇乎中庸而不能期月守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잘 안다’고 주장하나 몰아서 그물이나 함정에 들여 놓아도 그것을 피할 줄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잘 안다’고 주장하나 중용을 선택하여 한 달 동안 지키는 것도 할 수 없다.”
『중용(中庸)』 제7장 中
일을 추진함에 있어 자신감 즉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적극 임하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 즉 본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거나 혹은 과대평가한 스스로를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을 그르치는 가장 많은 이유는 바로 지식과 학문, 경험과 배경을 오판하는 일 즉 여지(予知)이다. 강한 자의식(我相)은 상대에 대한 과소평가를 야기한다. 결국 객관적이지 못한 현실 이해는 실패로 결말지어진다.
즉 그물이나 함정에 빠질 수 있을 만큼 현실에 대한 이해와 판단력이 결여된 믿음은 자만(我相)을 만들어낸다. 상황을 똑바로 보지 못하여 스스로가 함정에 매몰되어 버리는 것이다. 상황에 매몰되면 갖고 있던 지혜마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이럴 때는 그야말로 행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지 않는다. 결국 어려운 형국에 놓여 심한 좌절을 맞게 된다.
일을 함에 있어서나 수행을 함에 있어서 ‘아상(我相) 혹은 ‘여지(予知)’ 어쩌면 ‘나’를 버리고 순리에 따라 차분히 한 호흡 가라앉히고 한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실천이 필요하다.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려 애쓰지 않고 이를 관(觀)하여 망상을 버리고 참나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한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실천하는 것과 수행이 다른 것이 아니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갈등과 번민 속에 놓여있을 때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고민을 관(觀)하려는 노력과 실천이 이루어졌을 때 순리의 이로움이 올 것이다. 이것이 또한 수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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