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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의 역사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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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의 역사와 배경

  •  금강스님 불찬범음의례교육원 원장
  •  승인 2023.01.25 09:12
  •  호수 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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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업 쌓으며 생전예수재 지내면 이번 생 복락 충만

목숨 관장하는 신의 눈 가려
장애나 거리낌 없다는 ‘윤달’
묘 이장 등 꺼려왔던 일 시행
불가는 윤달 맞아 ‘생전예수재’

왜란 등 국가위기 극복과정서
민초의 복과 장수 발원 위해
본격적으로 생전예수재 ‘설행’
악업 참회하며 중생구제 서원

삼보 귀의로 계행 이어간다면
​​​​​​​명부 시왕과 권속 두렵지 않아
금강스님
불찬범음의례교육원 원장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엔 다가올 2월, 윤(閏)달이 든다. 흔히 윤달을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다고 해 “공달”이라 불렀는데 민간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관장하는 신(神)의 눈을 가려 노여움을 살만한 일을 해도 아무런 장애나 거리낌이 없다’라고 여겨 평소 꺼려왔던 일을 치르기도 하고 이사하거나 미뤄 온 혼례를 올리고 수의(壽衣)를 짓거나 조상의 묘를 이장하기도 한다.

불가(佛家)에서도 윤달을 맞이해 윤회의 과정에서 마주할 저승사자와 명부(冥府)를 관장하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열 분의 대왕(十王) 그리고 그 권속을 청해 노고를 위로하려 재회(齋會)를 펼친다. 다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예외 없이 다가올 죽음과 깊은 관련을 짓고 있어 손(損)을 타거나 부정 타지 않는다는 이때 맞춰 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흔히 알려진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를 윤달에 봉행하는 이유다.

살아 있을 때 미리 공덕을 닦아 사후 명복을 비는 생전예수재가 윤 2월을 맞아 전국 주요 사찰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2022년 10월 서울 봉은사에서 봉행된 생전예수재 모습.

생전예수재는 과거, 예수재(預修齋)·시왕생칠재(十王生七齋)·예수시왕재(預修十王齋)·생전시왕재(生前十王齋)·생전발원재(生前發源齋)·생재(生齋)·생칠재(生七齋)·예수대례(預修大禮)·예수무차회(預修無遮會) 등의 명칭으로 불려왔다. 그럼 이와 같은 왜 이 재회를 올리는 것인가? 말 그대로 “생전(生前)에 미리(預) 다스리려(修) 행하는 재(齋)”인 것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무슨 이유로, 무엇을, 어떻게 잘 처리하려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생전예수재는 불교가 중국으로 유입된 후 도교와의 접촉과정에서 생성된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경의 원제목은 <불설염마왕수기사중역수생칠왕생정토경(佛說閻魔王授記四衆逆修生七往生淨土經)>이며 흔히 <시왕생칠경>, <시왕경>이라 약칭하기도 한다. 내용은 염라대왕이 미래에 보현왕여래(普賢王如來)로 성불할 것이라는 수기를 전하고 <시왕경> 및 시왕상(十王像)을 조성하는 공덕이 한량없음을 밝혀 의심 없이 받아들이도록 권한다. 또한 명부에서 맞닥뜨리게 될 시왕의 명칭과 시기, 심판 내용 그리고 육십갑자(六十甲子)에 따라 전생에 빚이 얼마나 되며 누구에게 어떻게 헌납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물론 각 시왕에게 열 번의 재회를 올린다면 죽음 이후 저승의 고통을 면할 수 있음도 강조한다.

이 경을 기초로 완성된 생전예수재는 전생(前生)에서 죽음을 맞이한 다음 중유(中有)의 과정을 거치며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고자 빚진 걸 금생(今生)에 이르러 삼보에 귀의해 경전을 읽어 스스로 참회하고 사경을 통해 서원하며 저승에서 통용되는 금은전(金銀錢)을 만들어 명부세계로 전송하는 게 목적이다. 그 공덕으로 살아가는 동안 복과 수명이 늘고 내생(來生)에 이르러 극락정토에 태어나려 행함을 알게 한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기 전, 미리 다스려 닦아 실천해야 하기에 ‘생전예수재’인 것이다.

명부와 시왕에 관한 사상의 유입은 한국불교 사후세계관 정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고려에서는 시왕과 권속을 적극적으로 모셔 신행을 이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 따르면 “1003년, 궁성 서북 모퉁이에 시왕사(十王寺)를 세웠다”라고 전해 사상 유입과 함께 사찰도 건립됐음을 알게 한다. “1102년, 흥복사 시왕당(十王堂)이 완성되었으므로 태자에게 명하여 분향하고 왕이 후비와 함께 행차하여 낙성하였다”라고 밝힌 부분에선 시왕과 권속을 위한 전각을 따로 조성해 독립된 신앙체계를 완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1146년, 왕의 병이 심하여, 시왕사와 종묘, 그리고 사직에서 빌었다”라는 대목에선 시왕과 일체 권속을 병고를 물리쳐줄 성현으로 대하고 있어 이즈음 명부에 관한 사상은 단순한 믿음을 넘어 제도화된, 구체적인 법식을 갖춰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의 판각을 지속해 온 것도 이와 같은 추측을 가능케 한다. 고려 중기, 1246년 해인사 본을 시작으로 1720년 안음(安陰: 현재의 함양) 영각사 본까지 10여 종의 판본이 전해지고 있다. 깊은 관련성을 지닌 칠칠재(七七齋: 현재의 사십구일재)가 현재에도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봐서 명부시왕 사상은 한국불교 사후세계관 정착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것이 맞다.

불교는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시련을 겪었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시작된 억불(抑佛)의 정책은 교단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고 사회경제적인 토대가 완전히 박탈될 만큼 힘겨운 나날을 지속했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갈등과 자연재해, 기근, 전염병 그리고 외세에 의한 수탈과 전쟁이 계속될수록 인간 내면에 자리한 천재지변(天災地變)에 대한 두려움, 무병장수 그리고 사후명복을 비는 구복(求福)적인 바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불교를 배척했던 조선 사회라도 유교의 정치윤리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같은 수많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백성의 삶과 궤를 같이했던 승단의 희생은 민중불교의 태동을 불러왔으며 힘겨웠던 16~18세기, 삶에 지쳐 희망을 잃은 민초(民草)를 위해 복과 수명이 늘어나길 발원하기 위해 생전예수재를 봉행하기에 이른다. 이는 1576년 안동 광흥사(廣興寺), 1632년 경기도 용복사(龍腹寺)에서 간행된 대우(大愚)가 편찬한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가 이때를 기점으로 19차례에 걸쳐 집중적인 간행의 흔적을 보이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며 18세기를 넘어서는 수많은 범음집(梵音集)에 관련 내용을 수록해 전함으로 생전예수재는 16세기 이후 본격적인 설행을 이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는다. 기쁘고 성내고 슬프고 즐거운 수많은 순간을 마주한다. 자아를 찾아 성불(成佛)을 이뤄가는 과정에서도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벗어나려 안간힘 쓴다. 불교에서 현재 이 세상을 ‘괴로움이 많은 인간의 세계’란 의미의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윤달이 드는 계묘년 올해, 우린 이번 생에 조금이나마 전생부터 이어 온 업장을 소멸시킬 기회를 맞았다. 전생의 악업을 참회하고 중생구제의 서원으로 삼보에 귀의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계행(戒行)을 이어간다면 죽음 이후에 대할 명부의 시왕과 권속이 과연 두려울 것인가? 윤달이 아니어도 언제든 당당하게 청해 공양 올릴 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전 시대를 살아왔던 선망 조상님들은 매달 본인의 띠에 따라 십재일(十齋日)에 맞춰 기도를 올렸었다. 비록 그렇게 할 수 없다 해도 조금이나마 선업을 쌓아 올바른 법식으로 생전예수재를 봉행한다면 이번 생도 복락이 충만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전예수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자 민족 문화의 보고(寶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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