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발달과 소통을 돕는 악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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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켜야만 악기 교육이 아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 손에 마라카스를 쥐여줘 흔들어보게 하고, 막대로 실로폰을 마음껏 두드려보게 하자. 신나게 사물이나 악기를 두드리며 내는 불협화음만으로도 교육이 된다.
두뇌 발달과 소통을 돕는 악기 연주
어린 시절 '피아노학원'은 또래 사이에서 필수 코스였 다.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가방을 들고, 바이엘이며 체 르니 등 책을 서너 권씩 넣어 가지고 다녔다. 오랜 시 간이 흘렀지만 음악 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열정은 여 전하다. 앙증맞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 라 피아노를 연주하는 딸, 두 눈을 지그 시 감은 채 첼로 선율에 몰입하는 아 들을 꿈꾸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 에는 언제부터 악기를 시킬 수 있는 지, 어떤 악기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꼭 전공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특기 하나 쯤 만들어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가까이 접하면 정서가 안정 되고, 감성이 풍부해지며, 두뇌가 발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도 한 이유다. 실제 음악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 궁무진하다. 그중 하나가 심신의 발달을 돕는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체 의 움직임과 감각들을 일깨우며 유아기 에 꼭 필요한 듣고 말하기, 감정 표현, 상상력을 관장하는 우뇌를 발달시키는 효과와 함께 사고력과 이해력 등 지적 성 장을 돕는 것. 일상에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음악 활동의 기회를 접하다 보면 음악성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통합적인 발달을 이 룰 수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음악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엄마들이 음악을 가까 이 해주려는 생각에 집에서 배경 삼아 음악을 틀어놓 곤 한다. 전문가들 역시 아이의 귀를 열어주기 위해서 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려줄 것을 권한다. 음악 에 대한 감이 생기고 흐름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단순히 음악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자신이 직접 음악 속에 뛰 어들어 온몸과 감각으로 제대로 느낄 때 음악이 주는 효과는 배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몸과 감각으로 음악을 접하는 가장 좋은 방 법이 바로 악기 교육이다. 유아기 악기 교육은 신체와 정서, 인지를 통합적으로 발달시켜 효과를 배로 거둘 수 있다. 특히 우뇌 발달은 10세 안에 이루어지기 때 문에 유아기에 좋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두뇌 발달 에 큰 도움이 된다. 뇌량을 발달시켜 양쪽 뇌를 활발 하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뇌가 안정 돼 학습 능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 생각과 감정을 구 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미숙한 아이에게 자신의 감 정을 표현하는 소통의 도구 역할을 해 사회성 발달에 도 좋다. 악기는 표현을 전제로 하는 예술 활동으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 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연령별 발달에 따른 맞춤 악기
많은 엄마들이 악기 연주는 대여섯 살부터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악기 교육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 는 피아노가 소근육 발달 등의 이유로 그 시기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령아 낮아도 신체 발달에 맞는 악기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는 타악기가 그 것. 단순히 악기 연주만이 아니라 신체의 움직임과 함께 접하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가 따라서 흔들거나 부딪치며 소리를 내게 해 보자. 리듬악기 역시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다. 탬버린, 캐스터네츠 등 다양한 리듬악기로 리듬감과 박자감을 경험하다 보면 연령이 높아지면서 점차 피아노나 플루트, 바이올린 등 선 율 악기로 확장할 때 훨씬 효과적이다.
생후 6~15개월: 셰이커와 드럼
이 시기는 눈과 손의 협응력이 발달하는 시기로 빠른 아이들은 5개월 무렵부터 작은 물건 들을 끌어 모으고 집어 올릴 수 있다. 점차 소근육이 발달하면서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잡 을 수 있고, 물건에 따라 잡는 힘의 강도를 조절할 줄 안다. 소리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삑 삑 소리를 내며 노는 것을 즐기는 등 손이나 발을 움직여 사물의 소리를 내려고 한다. 모방 이나 기억력, 사고력 또한 발달한다. 이 무렵 아이들에게는 손에 쥐고 연주하기 쉬운 셰이 커 종류의 악기나 드럼이 좋다. 연주할 때 구슬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파도소리 북 같이 시각 추적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악기도 좋다.
생후 15~30개월: 리듬막대와 탬버린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시기다. 악기만이 아니라 냄비나 책 등 쉽게 볼 수 있는 주변의 사물을 두드리면서 소리를 실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음악에 맞춰 다양 한 움직임을 보이고 리듬을 탄다. 소근육과 대근육이 발달해 한 손으로 악기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채를 가지고 연주할 수 있으므로 리듬막대나 마라카스, 탬버린, 투톤블럭, 핸드드럼 등 흔들거나 두드려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악기를 추천하다.
생후 30~60개월: 실로폰과 트라이앵글
악기에 관심이 생기고 악기 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리듬악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악기로 음악의 속도를 표현할 수 있다.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 만의 생각을 음악적 분위기로 표현할 수 있고, 60개월에 가까워지면 어느 정도 정확한 음정을 모방할 수 있다. 실로폰이나 공명벨, 핸드벨 등 선율 악기를 접하게 해준다. 다양한 연주 기술을 표현할 수 있으므 로 트라이앵글, 기로, 레인스틱 등 수준 높은 악기 연주도 가능하다.
놀이로 시작하는 악기
연주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악기는 정확한 자세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접할 때 부터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악기를 정해진 방식으로 연주하지 않으면 '이렇게 해, 저렇게 잡아'라며 간섭하곤 한다.전문가들은 악기별로 올바른 연주법이 있고, 정확히 연주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유아기에는 그보다는 악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악기 놀이를 할 때 악 기의 정확한 연주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탐색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여유가 필요하 다.아이가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고, 두드려보기도 하고 흔들기도 하면서 악기 고유의 음색을 접하고 다양한 리 듬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교육이 된다. 그 후에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놀이를 해보자. 악기 를 좋아하는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면 연주법에 대한 교육도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재미난 악기놀이
북
박자와 리듬을 강조할 수 있는 악기로 돌 이전 아이도 연주가 가능하다. 손이나 채를 이용해 소리의 크기와 빠르기 등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❶ 나 따라 해봐요
엄마가 북에 손을 얹고서 '나처럼 해봐요' 노래를 부르며 북을 연주해본다. 아 이에게 북을 쥐여주고 엄마처럼 해보게 한다. 아이가 먼저 두드리고 엄마가 따라 하는 것도 좋다. 아이가 잘 두드리지 못해도 괜찮다. 아이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엄마가 여러 번 먼저 연주 해보면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리듬을 만든다.
❷ 누구의 발소리일까?아이와 함께 다양한 동물들의 걸음 소리를 북으로 표현해보자. 쿵쿵 코 끼리, 엉금엉금 거북, 깡총깡총 토끼, 다그닥다그닥 말 등 다양한 동물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내용에 맞춰 북 소리를 내본다.
❸ 팝콘이 통통북 위에 팝콘이나 종이 조각 등 작고 가벼운 물체를 올려놓고 두드려보자. 세게 두드릴 때와 살짝 두드릴 때 팝콘이 어떻게 튀어오르는지 관찰해본다. 다양한 리듬으로 북을 두 드리면서 팝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살펴본다
탬버린
밝고 빠른 음악이나 강하고 악센트가 있는 박자를 연주할 수 있다. 신체를 다양하게 움직이며 연주할 수 있어 표현력을 길러주며, 악기 연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❶ 리본 탬버린
탬버린 한쪽 끝에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의 리본을 길게 매달아준다. 리본이 춤추 듯 보이도록 탬버린을 움직여본다. 느리게 움직이다가 빠르게 움직여보고, 흔들어도 보고, 탬버 린을 굴려보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흔들면서 리본의 움직임과 함께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 법까지 익힐 수 있다.
❷ 탬버린 댄스흥겨운 동요를 틀고 탬버린을 연주하며 춤을 춰보자. 꼭 탬버린을 한 손으로 잡고 흔들 필요는 없다. 양손으로 운전대처럼 잡은 채 부릉부릉 운전도 해보고, 바퀴처럼 굴려도 보자. 북처럼 두드리기도 해보고 옆으로도 흔들어보자. 경쾌한 탬버린 소리가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캐스터네츠
소리 내는 방법이 어렵지 않고 소리가 맑고 경쾌해 아이들이 좋 아한다.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 손의 미세 근력과 눈과 손의 협응력을 발 달시킨다.
❶ 내 심장 소리를 들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쿵쾅쿵쾅 뛰는 심장 소리를 느껴본다. 엄마 의 심장은 어떻게 뛰고 있는지 귀를 대본다. 손과 귀로 느꼈던 심장 소리를 캐스터네츠로 표현해보자. 기쁠 때, 슬플 때, 무서울 때, 화가 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심장은 어떻게 뛰 는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뒤 캐스터네츠로 표현해본다.
❷ 비눗방울 냠냠냠!캐스터네츠에 2개의 눈 스티커를 붙인다. 엄마는 배고픈 캐스터네츠 에게 움직이는 비눗방울 과자를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비눗방울을 분다. 아이는 캐스터 네츠를 벌렸다 오므렸다 반복하면서 비눗방울을 터트리며 논다.
실로폰
선율 타악기로 정확한 음정 표현이 가능해 음감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음의 높낮이를 눈으로 볼 수 있어 음의 높낮이 개념을 형성하는 데 도 좋다.
❶ 미끄러지기
실로폰 채로 실로폰의 가장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한 번에 미끄러지듯 긁 어보자. 반대로 가장 높은 음에서 낮은 음까지 긁어 내려온다. 연주하기도 쉽고 재미있는 소리가 나서 아이의 흥미를 이끌고 집중하게 한다. 음계가 미끄러지듯 들릴 때 어떤 동작으로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거나 손가락으로 피아노 걸음을 걷는 식으 로 직접 동작을 표현해봐도 재미있다.
❷ 무엇으로 두드려볼까아이와 함께 실로폰 채를 대신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본다. 젓가락, 색연 필, 동전, 스펀지, 그림책 등 다양한 소품으로 실로폰을 두드려보자. 각각의 물건으로 실로폰을 두드리며 어떤 소리가 좋은지 골라보자. 어떤 사물로 실로폰을 두드릴 때 가장 아름답고 울림 있 는 소리가 나는지, 어떤 것으로 두드렸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나는지 알아본다.
악기 교육, 꼭 메모하세요
❶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선율 악기 교육은 너무 일찍 시작하지 마세요
이런 악기들은 손가락 근육이 발달하고 악보 읽기에 필요 한 인지 능력이 갖춰지는 6~7세에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다.
❷
욕심이 장애가 될 수 있어요음악의 교육적 효과나 악기 연주법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이는 악기 놀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서 악기를 접해야 악기 연주에 대한 관심과 음악적 잠재력이 커질 수 있다. 너무 많 은 규칙과 통제는 악기 놀이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❸
악기 놀이에서 어떤 악기를 사용하는가도 중요해요아이의 악기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발달에 맞는 악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사이즈가 너무 크거나 세밀한 연주 기술이 필요한 악기는 잠시 미뤄둔다.
도움말 장은경(짐보리 교육연구소 연구원) | 일러스트 정지연 | 사진 최상규 | 글 이경선(자유기고가)
기자/에디터 : 이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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