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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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15-12-06 09: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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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재경제에디터
어떤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국가수반…영연방 국가의 여왕으로도 군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올해 미수(米壽·88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26년 4월에 태어나 25세의 젊은 나이로 대영제국의 여왕 자리에 올라 60년 넘게 재위해온 그가 미수를 맞은 것이다.
1952년 2월 케냐에서 수렵을 즐기던 도중 부왕(父王) 조지 6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접한 25세의 가냘픈 공주는 자신이 과연 대영제국의 국가원수 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1953년 6월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이 어린 나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노라”고 선언한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의 40번째 군주이며, 8번째 여왕이다.
그가 왕위계승자가 된 것은 1936년 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퇴위한 뒤 아버지 조지 6세가 왕위에 오르면서부터였다. 1066년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해롤드 왕을 무릎 꿇게 한 노르만 족의 군주 윌리엄의 후손인 엘리자베스 2세는 1945년 영국 여자국방군(ATS)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2년 뒤인 1947년 당시 그리스 왕위 계승서열 6번째이던 필립 왕자와 결혼했다. 필립 왕자는 1921년 그리스 코르푸에서 태어났으며, 여왕과 마찬가지로 빅토리아 여왕의 직계손이다. 스코틀랜드 고든스타운 학교와 다트머스의 왕립 해군사관학교에서 수학한 필립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으로 복무했고, 태평양 전쟁에도 참전했다.
필립과 결혼하기 전까지 엘리자베스 2세는 정규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주로 윈저궁에서 왕위계승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사와 법률, 음악과 예술 등을 교육받았다. 영국 왕실이 왕위계승자에게 일반 정규교육 과정을 밟게 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교육을 시키는 것은 영국의 왕이 그 어디에도 비견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여왕은 입헌군주제 국가가 으레 그렇듯 국가수반으로서 어떤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있다. 여왕은 의회를 소집하고 해산하며, 매년 가을 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개회사와 함께 의회의 새 회기를 연다. 또 여왕은 총리를 임명하는데, 영국 총리는 관례적으로 하원 다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지도자가 임명된다. 매주 화요일마다 여왕은 총리와 개별회의도 갖는다.
여왕은 영연방 54개 회원국의 수장으로 인정되며, 다수의 영연방 회원국들의 여왕이기도 하다. 여왕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영연방 국가 수반회의에 참석, 각국의 국가 수반이나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유럽의 다른 여러 왕실들이 공화주의의 물결에 밀려 붕괴한 데 반해 엘리자베스 2세는 60여년 간 왕실체제의 권위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영국 언론들은 엘리자베스 2세가 식민지들이 무더기로 독립하던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쳐 영연방이 확립되기까지 능숙한 외교력을 발휘, 대영제국의 위신을 지켜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현실정치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영국 왕실의 불문율이지만 1989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담에서는 여왕의 힘이 크게 작용해 회담이 파국을 모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영연방 국가들이 가까스로 합의에 이른 남아공에 대한 금수(禁輸)조치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영연방 국가 정상들의 분노를 샀다. 왕실의 한 대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중재 노력이 없었다면 영연방 국가들은 영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연방을 해체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느슨한 형태의 정치·경제 협력체인 영연방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여왕의 존재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왕도 연방이 존재해야 국내에서 최소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연방이 존재하지 않는 영국의 왕실은 그야말로 무가치한 과거의 유물로서, 선정적인 기사거리를 쫓는 3류 대중매체들의 가십거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하기위해 엘리자베스2세 여왕(왼쪽)과 함께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빅토리아 여왕이후 5번째로 60년 넘게 재임한 군주…자녀들로 인해 큰 상처 받기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피폐해진 영국의 재건에 앞장선 엘리자베스 2세는 1950~60년대 영국의 중흥기와 1970년대 이후 대영제국의 몰락을 모두 지켜봐야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무려 63년 간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 이후 5번째로 60년 넘게 재임한 군주이다. 그러나 여왕에 대한 비난 여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영국군이 걸프전에 참여해 생사의 갈림길에 서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여왕의 부군인 필립 공과 아들 찰스 황태자는 새 사냥을 다니는가 하면 경제불황 속에서도 왕족들은 스위스의 호화 휴양지로 스키 여행을 떠나 세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영국 내 일부 인사들은 여왕이 단 한 푼의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조세 형평’ 원칙에 어긋난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재위기간 동안 여왕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왕실의 ‘말썽꾼 가족’들이다. 여왕의 4자녀 중 앤 공주, 찰스 왕세자, 앤드류 왕자 등 세 자녀는 이혼을 했다. 왕위계승자인 찰스 왕세자는 여왕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다. 찰스는 1981년 유치원 보모로 일하던 다이애나와 결혼했다.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거행된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결혼은 말 그대로 ‘세기의 결혼’이었다. 찰스는 당초 다이애나의 언니인 새러와 교제했으나 여왕의 권고로 다이애나와 결혼식을 올렸다.
다이애나는 결혼 1년 만에 아들 윌리엄을, 다시 2년 뒤 아들 해리를 출산했으나 찰스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찰스에게는 결혼 전부터 왕실 시종무관의 부인이었던 카밀라 파커 볼스라는 여인이 있었다. 찰스는 다이애나와 끊임없이 불화를 겪다 여왕의 권고로 1996년 이혼했다. 다이애나는 ‘왕세자비’라는 공식직함을 유지한 채 위자료로 2250만 달러를 받았다. 그 뒤 다이애나는 에이즈, 암 퇴치 운동 등에 앞장서기도 했으나 1997년 8월, 당시 연인이었던 이집트 재벌 2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려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찰스의 방탕한 사생활과 관계없이 엘리자베스 2세는 가끔 왕위를 찰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압력을 받곤 한다. 그러나 여왕은 아직까지 왕위를 찰스에게 넘겨줄 뜻이 없는 듯하다. 영국 정가에서 찰스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찰스는 문란한 사생활로 잦은 문제를 일으킨데다 오랫동안의 금기(禁忌)를 깨고 정치에 빈번하게 개입, 영국 정치인들의 노여움을 사곤 했다.
2002년 엘리스베스 2세가 즉위 50주년을 맞았을 당시 영국에서는 ‘왕실 반대론’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일간지 ‘가디언’은 ‘늙은 할머니가 국가를 대표할 수 있으면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라고 비꼰 뒤 ‘여왕의 즉위 50주년은 신하들의 충성심을 마지막으로 시험하는 것’이라며 왕실의 인기 하락을 꼬집었다. 영국 왕실의 위엄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해왔다. 이에 따라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영국 지폐는
영란은행이 발행하는 영국 지폐는 5·10·20·50파운드 등 4권종 체제이다. 영국의 모든 지폐 앞면에는 1960년부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인물초상이 새겨져 있다. 지폐 앞면 왼쪽에는 브리태니아 여신상과 영란은행 출납국장의 서명이 표기돼 있다. 모든 권종의 지폐에는 ‘이 은행권을 지닌 사람에게 액면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는 글귀가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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