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옆 사진관]유진상가 하천길, 빛과 소리가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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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9 2020.07.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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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유진상가 아래 하천길을 찾은 한 시민이 하천을 가로지르는 42개 콘크리트 기둥에 빛을 비춰 만든 라이트 아트(Light Art) ‘온기(팀코워크)’를 감상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지정된 센서에 체온이 전해지면, 기둥에 설치된 조명의 색이 변하는 인터렉티브 기술이 적용됐다.
50년간 버려져 폐허로 남아있던 서대문구 유진상가가 빛과 소리가 흐르는 ‘예술길’로 다시 태어났다.

홍제유연 작품 배치도.
서울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통해 유진상가 하부공간을 50년 만에 발굴해 시민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인 ‘홍제유연(弘濟流緣)’으로 만들어 지난 1일 개방했다. 홍제유연은 ‘물과 사람의 인연(緣)이 흘러(流)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홍제유연의 작품 중 하나인 ‘미장센 홍제연가’ 홀로그램이 상영되고 있다.

홍제유연의 작품 중 하나인 ‘미장센 홍제연가’ 홀로그램이 상영되고 있다. 홍제천의 생태를 다룬 미장센 홍제연가는 공공미술 최초로 3D 홀로그램을 적용했다. 중앙부에 설치된 길이 3.1m, 높이 1.6m의 스크린은 국내 야외 스크린 중 가장 큰 규모다.
‘유진맨숀’이라 불리기도 했던 유진상가는 오래된 외관 때문에 언뜻 철거를 앞둔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1970년 처음 완공되었을 때만 해도 국내 최초 주상복합 아파트로 주목을 끌었다. ‘김신조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되었던 당시에는 북한의 남침을 대비하는 ‘대전차 방호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조명작품인‘숨 길’은 200m가 넘는 홍제유연 길에 자연의 빛이 드리운 듯한 숲 그림자 산책길을 만들어, 사운드 아티스트의 소리를 배경으로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걸음과 호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공미술 대상지 공모로 장소성과 역사성 등을 종합평가해 유진상가 지하공간을 공공미술 공간으로 선정했다. 시 관계자는 “한국의 현대사를 안고 있는 유진상가를 보존·기억함과 동시에 빗물의 통로로만 쓰였던 하부 공간을 시민들에게 예술 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홍제유연 초입에 위치한 ‘홍제 마니차’를 한 시민이 관람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내 생의 빛, 소중한 순간’이라는 주제로 1,000여명의 시민의 메시지들을 한곳에 새겨, 손으로 돌려가며 감상할 수 있는 아날로그 인터렉티브 작품이다. ‘마니’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롱하게 빛나는 보배로운 구슬’이라는 의미다.
홍제유연 작품들은 빛, 소리, 색 등 ‘비물질’로 구성되어 유진상가 지하 공간을 원형 그대로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됐다. 건물을 받치는 100여개의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각종 설치미술과 조명예술,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 8개 작품이 설치돼 오묘하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흐르는 빛, 빛의 서사’가 콘크리트 기둥에 비치고 있다. 이 작품은 홍제천의 깊은 역사와 북한의 남침 대비 탱크 전초기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진상가의 근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한 빛 그림자들이 움직이는 만화경처럼 기둥과 물길에 투사 되는 설치미술 작품이다.
유진상가 아래 하천길 홍제유연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콘크리트 기둥에 설치된 미디어 라이트 작품 ‘온기’.

‘미장센 홍제연가’의 홀로그램에서 청둥오리가 나타나고 있다.

‘내 생의 빛, 소중한 순간’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이 보낸 메시지를 적은 ‘홍제 마니차’에 이다경씨가 보낸 ‘주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홍제유연의 작품 중 하나인 ‘미장센 홍제연가’ 홀로그램이 상영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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