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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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3 2021.05.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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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라디오
사그작 , 사그작 .
하나 , 둘 밟아보는 나뭇잎 소리가 주변에 퍼졌다 .
집 앞 둘레 길을 따라 오솔길을 걷다보면 늘 보고 싶은 할아버지가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
‘ 할아버지도 이런 산길을 따라 , 홀로 그 먼 곳에서 도망쳐 내려오셨을까 ?’
할아버지 모습이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그 때로 돌아가는 듯 하다 .
꼬옥 .
할아버지는 내 손이 멀어지기라도 할까 , 두 손을 꼭 잡아주셨다 . 그리고는 부쩍 마른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남기신 할아버지는 , 다시 입을 열고 찬찬히 내용을 이어 나가셨다 .
“ 내다보면 , 거북등처럼 작은 언덕이 하나 보인단다 .”
“... 평안남도 진남포 화도리 .”
고향 이야기를 하는 할아버지 모습에는 , 그리움과 아련함이 있는 것 같았다 .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말만 들어도 얼마나 고향이 그리운지 충분히 알 수 있다 .
할아버지는 나를 앞에 앉혀 놓고는 늘 고향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다 .
이야기는 재밌는 옛날이야기처럼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나의 궁금증에 할아버지께서는 더욱 신이 나는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셔서 할아버지의 역사 속으로 실타래처럼 엮여 할아버지 고향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
그렇지만 , 할아버지는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셨다 .
했던 말씀을 또 하시곤 , 또 하시곤 하셔서 우리 아빠는 웃으며 할아버지 이야기를 ‘ 고장난 라디오 ’ 같다고도 말하셨다 .
나중에야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미 할아버지는 중증 치매 상태셨다 .
그 당시 나는 치매가 뭔지 잘 몰랐지만 그러고 보니 가끔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신 거 같다 .
할아버지는 반복적인 이야기로 고향에 대한 기억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것이다 .
짝짝꿍 할아버지 . 19 세 때에 고향에서 남쪽으로 도망치듯 내려오셔서 전쟁과 분단에 막혀 70 여년을 친가족 없이 외롭게 살으셨다 .
나는 단 하루 , 아니 한 시간도 가족이 없다면 상상하기도 힘든데 우리 할아버지께는 수많은 세월을 어떻게 견뎌내셨을까 .
하지만 , 짝짝꿍 할아버지께서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을 못 가보시고 작년에 돌아가셨다 .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난 내가 실향민 3 세로 존재 한다 는 것을 실감했다 .
꼬깃꼬깃 접힌 종이돈을 지갑에서 꺼내 손녀 용돈이라고 건네주시던 할아버지의 손끝이 떨리는 것도 나는 눈치 채고 있었다 . 이건 건강이 좋지 못하단 것이다 .
용돈에 이끌려 할아버지 앞에 앉은 나는 고장난 라디오를 다시 들어야 했다 .
할아버지의 반복되는 이야기 줄거리 중 하나는 북한 이야기였다 .
만약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북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셨다면 나에게 북한은 교과서 한쪽 페이지에 나와서 무심코 넘기는 그저 하나의 나라라고 받아드려졌을 것이다 .
하지만 할아버지의 고향인 북한은 우리와는 다르고 먼 국가가 아닌 , 우리와 같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같은 민족이고 , 언어나 생김새 등이 우리랑 다를 게 전혀 없었다 . 그건 마치 충청도 , 경상도 , 전라도 사투리로 지역을 구분하는 느낌이다 .
우리 할아버지가 북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북한에 사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 그저 우리는 한때 전쟁으로 인해 갈라진 사이였던 것이다 .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그 전쟁을 피해 이 곳으로 온 것이다 .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온지 이미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 고향의 골목과 들판 , 그 밖에 소소한 것들을 다 기억하고 계셨다 .
꼴깍 .
마른침을 넘기면서 까지 고향이야기를 하실 때 할아버지의 모습은 매우 진지 하셨다 .
우리 오빠와 같은 10 대의 어린 나이에 고향과 가족을 떠나 슬픔과 두려움을 견뎌내고 홀로 산길을 걸으셨다는 건데 ,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할아버지는 매우 대단하신 분이라고 느껴진다 .
우리 오빠는 맨 날 엎드려서 핸드폰 게임이나 하는데 ...
할아버지는 고향의 모든 것들을 그리워 하셨다 .
나는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것이 매우 속상하고 마음이 아렸다 .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라도 북한 땅에 발을 디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쉬운 일이 아닐지는 몰라도 통일을 하는 날이 어서 와서 , 내가 북한 땅에 발을 디딘다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내려다보시며 미소 짓지 않으실까 ?
이제 우리 가족들 곁에 할아버지는 안계시지만 , 내 마음속에 영원히 물들어 계신다 .
할아버지 !
저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꼈어요 .
항상 주말마다 놀러 가면 반겨주시고 , 전화를 하면 항상 포근한 목소리로 반겨주셨던 할아버지께서 하루아침에 사라지셨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감출 수 없는 정말 큰 빈 자리와 같아요 .
그 슬픔을 글로 담기에는 매우 어려울 만큼 말이에요 .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저희 곁에는 잊을 수 없는 많은 여운들이 남았어요 .
할아버지 댁 대문과 마당 , 방의 구조 , 냄새 , 할아버지의 침대의 촉감 , 할아버지의 부드러운 손등과 목소리 등등 아직도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곤 해요 .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해주셨던 고향 이야기도 인상깊게 남아요 .
아직도 고향 이야기를 하시던 할아버지의 진지한 모습과 그리워하는 눈동자가 눈앞에 아른거려요 .
항상 저를 마주보고 얘기를 해주셨던 할아버지의 그리운 고향 .
그 고향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시고 돌아가셔서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제가 대신이라도 할아버지의 고향 땅에 가보고 싶어요 .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 통일이 된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보셨으면 좋겠어요 .
- 할아버지 손녀 김수리 올림
이번 주말에는 아빠와 상의를 해서 현충원에 들러 할아버지를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는 서울에 살지만 할아버지는 순국선열이 되어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셨다 .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고향과 더 멀어진 것 같다며 우리 아빠도 내내 마음아파 하셨고 나도 그랬다 .
드넓은 파란하늘을 이불삼아 같이 배위하신 짝짝꿍 할머니와 함께 현충원의 푸른 잔디에 앉아 고향땅을 바라보고 계실 짝짝꿍 할아버지 .
그럼 통일이 되어서 이산가족들이 모두 만나고 , 대한민국이 넓어지며 더욱 발전하는 그 날을 기다리며 , 이 글을 마칠게요 .
할아버지 ,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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