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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냉정하게 비추어보며 경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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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7   2016.11.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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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방장 원명스님

숙석청운지(宿昔靑雲志)여
 차타백발년(蹉跎白髮年)이라
 수지명경리(誰知明鏡裏)의
 형영자상련(形影自相憐)이리오

오랜 옛 적에 품었던 청운의 뜻이여!
의지와는 달리 어느덧 백발이 되었네.
누가 알았겠는가?
거울속의 얼굴을 보면서 안타까워 할 줄을.

산천의 초목도 선정에 드는 삼동겨울의 문턱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때가 되면 우리 대중도 언제나 결제에 들어갑니다. 결제의 초입에는 모두가 의지를 굳게 다지고 반드시 공부의 성취를 보고야 말겠다고 결심합니다.

초지일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입니다. 생사는 폭포와 같아서 잠시도 여유부릴 틈이 없는데도 어느덧 망념의 꼬임에 빠져버립니다. 결제에 들어가는 각자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간절한지 부터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때가 되어서 의례히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고인의 말씀을 뼈에 새긴 뒤 한바탕 공부를 지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나약한 의지는 한 가지씩 이유를 붙이고 변명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맙니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무리 안타까워하고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입니다. 훗날 그런 통한의 아픔을 맛보지 않으려면 결제하는 오늘 자신의 모습을 냉정하게 비추어 보며 경책해야 합니다.

“두 번 다시없을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사무치게 파고 들어가라.”고 말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한 창 때는 두 번 오지 않고 하루에 있어서 새벽이 다시 오지 않는 것처럼 공부인에게 다음은 없습니다. 다음이라는 변명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마음속에서 지워버려야 합니다. 그런 다음 화두를 들고 생사의 큰 적과 맞붙어야 합니다.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는 무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외외하고 낙낙한 주인공을 만나기 위한 정진의 배에 오르는 날입니다. 이제 일념의 화두로 노를 삼아 배가 멈추지 않게 해야 합니다. 부디 질긴 업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앙천대소하는 그 순간까지 굳은 신심과 용맹심으로 정진에 몰두해야 할 것입니다.

구사취인심사월(口似醉人心似月)인댄
 회도수수입전시(回途垂手入廛時)하라
 무명산상대법거(無明山上大法炬)하고
 번뇌해중선벌사(煩惱海中船筏師)어다

술 취한 듯 횡설수설 하지만 마음은 밝은 달 같구나.
이제 가던 길 되돌려 중생들 세상으로 들어갈 때라네.
무명의 높은 산위에서 빛나는 진리의 횃불이 되고
 거센 생사번뇌의 바다 건너가는 훌륭한 선장이 될지어다.

불교신문  webmaster@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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