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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외딴섬 '강남 판자촌'...들썩이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른 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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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2   2021.08.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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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리·유선희 기자
1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루마을 판자촌에 자리잡은 무허가 주택 사이로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 김창길 기자

1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루마을 판자촌에 자리잡은 무허가 주택 사이로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 김창길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잠원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지만, 둘 중 어느 출구로 나오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번 출구는 신반포 4차 재건축 현장과 맞닿아 있다. 이곳에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맞은편 4번 출구로 나오면 철제 슬레이트와 합판, 벽돌을 얼기설기 얹은 판잣집들을 마주할 수 있다. 무허가 주택 약 70여 가구가 모여사는 서초구 잠원동 ‘나루마을’이다. 

판자촌 안으로 더 들어가자 녹슨 철제문과 아무렇게 버려진 집기들, 벽면을 가득 메운 우체국 영수증 등이 보였다. 판자촌 앞으로 30층도 훌쩍 넘는 아파트들이 대조를 이룬다. 나루마을은 도시개발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각이 가능하도록 개발이 보류된 지역, 즉 ‘체비지’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고, 주민들은 체비지를 무단점유한 자에게 부과하는 ‘체비지 변상금’을 지불한다. 

이 마을에서 10년 동안 포장마차를 운영했다는 60대 A씨는 10일 기자와 만나 “저희는 아이들 세 명 데리고 처음에 천막을 치고 살다 이렇게 조금씩 정착했는데, 여기는 월세도 못내서 쫓겨나와 정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제일 싼 곳을 찾아 마지막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재개발이고 뭐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우선 먹고 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A씨는 “비록 체비지 변상금을 내야 하긴 하지만 적어도 월세로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신경질환을 앓아 치아가 다 삭아버렸다는 신옥순씨(44)는 “이 동네에서 15년 살았는데, (집이)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며 ”언제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건물들이 들어설 텐데, 구청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면 우리가 얼마나 살 수 있는지 보러 오는 것 같아 괜히 속이 상한다“고 했다. 신모씨(74)는 “여기는 주소도 한 개로 통일돼 있어서 우체부도 한 군데에 그냥 가져다 놓는다”며 “아직 나가라는 말이 없어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했다. 

10일 촬영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루마을 판자촌과 길 건너 고층 아파트. / 김창길 기자

10일 촬영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루마을 판자촌과 길 건너 고층 아파트. / 김창길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 역시 양재대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마주보고 있다. 1107가구가 무허가 주택에 사는 구룡마을 입구에서 길 건너 35층 높이 아파트까지 직선거리는 약 120m에 불과하다. 도로 맞은편에서는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구룡마을 입구에선 방치된 쓰레기더미로 악취가 진동했다. 슬레이트 보온시트로 벽면을 덮어놓은 집이 있는가 하면 청테이프로 칭칭 감은 연통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 도시활성화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구룡마을 도시개발 사업 실시계획에 대한 인가가 나온 이 곳에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룡마을 입구에는 ‘임대 반대 투쟁’이라고 적힌 빛바랜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36년 전 구룡마을에 터를 잡았다는 B씨(89)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 갈 데가 없어 여기로 왔는데, 이제는 다른 데로 갈 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36년째 구룡마을에 거주 중인 이애란씨(75)는 “여기에서 몇십 년을 살았는데, 사람이 살 수 없게 생긴 집을 고치고 고쳐서 살고 있다”고 했다. 

10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한 집 벽면이 슬레이트 보온시트로 덮여 있었고, 연통도 청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이두리 기자

10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한 집 벽면이 슬레이트 보온시트로 덮여 있었고, 연통도 청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이두리 기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0.20%이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다. 서울 도심 곳곳에선 새 아파트가 올라가는 중이다. 하지만 아파트 그늘 아래 판자촌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절대적인 판자촌 수는 줄었어도 여전히 정비되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것“이라며 ”정비할 곳을 제대로 정비하고 보존할 곳을 제대로 보존해 도시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도시재생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어 ”불량주택에 대한 정비는 정비사업대로 하되 공급자 중심의 공공주택 활성화 촉진 방식 대신 수요자들의 생활여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경주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는 “판자촌은 대부분 국공유지나 사유지 점유형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재생처럼 주거지 보전 방식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도시재생방식을 적용하기에는 현장 상황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원주민이 임대주택 방식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개발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 가격상승 대책에 너무 매몰돼 주거복지에 써야 할 힘을 단기적인 시장안정에 쓰는 측면이 있다”며 “주거복지 개선에 더 힘써야 한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01619021#csidx22ade6c76a1876983d9513c61eef520 onebyone.gif?action_id=22ade6c76a1876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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