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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4일 군대가 된 대학…‘교련’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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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   2021.04.2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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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1년 4월26일 교련 전면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26일 교련 전면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0년대 대학생들의 교련 철폐 운동
 

50년 전 오늘(1971년 4월14일) 경향신문에는 <대학생들 데모 계속>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는 서울대학교 학생 100여명이 “학원을 병영화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교련’을 철폐해달라는 시위를 했다가 경찰 진압에 막혔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김신조씨 등 북한 특수요원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968년 문교부는 전국의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입니다. ‘교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군사훈련은 정규과목으로 매주 2시간씩 교과에 편성됐습니다. 남학생들은 총검술 교육을 받았고, 여학생들은 제식훈련과 응급조치술을 연습했습니다. 학교는 사실상 군대 조직처럼 변했습니다. 

문제는 1971년 커졌습니다. 문교부가 새학기부터 대학의 교련 시간을 늘리고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전쟁사·국방개론부터 총검술·화생방 체력단련·대간첩작전·적전지 답사까지 일반교육 315시간, 집체교육 396시간 등 총 4년간 711시간의 교련 학점을 따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대학생 전체 수업시간의 20%나 차지했습니다. 교관도 현역 군인을 세웠습니다. 대학생의 안보의식을 높이고 북한의 기습 남침에 대비한다는 게 교련 강화의 목적이었습니다. 

1971년 4월26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교련 전면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26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교련 전면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자 교련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71년 4월2일 연세대 학생 500여명이 “교련 수업 거부”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교문 밖으로 나와 신촌로터리 쪽으로 걸어가다가 경찰의 제지로 해산했습니다. 이날 이후 연달아 대학생들의 시위가 열렸습니다. 서울대 뿐만 아니라 고려대·연세대·중앙대·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서울대 상대 학생들은 무기한 단식투쟁을 하겠다며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고려대 학생들은 “군사훈련을 철폐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다 경찰과 부딪혔습니다. 연세대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현역 교련 교관을 모두 예비역으로 바꿔줄 것’, ‘실기 위주의 교련 교육을 정훈교육 위주로 바꿀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건의문을 총장을 통해 문교부 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시위는 단순히 군사훈련을 하기 싫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교련 철폐 운동은 박정희 정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은 박정희 정권이 학생들을 명령에 복종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독재 장기 집권을 도모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권이 대학을 점령해 대학 자율화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교육의 본질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1971년 10월엔 수도경비사령부 소속 군인 20여명이 고려대에 난입해 학생 5명을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학생들은 ‘고대 난입 군인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971년 4월13일 교련 반대 시위로 서울대 법대 휴강과 도서관 휴관을 알리는 행정대학원 교문 앞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13일 교련 반대 시위로 서울대 법대 휴강과 도서관 휴관을 알리는 행정대학원 교문 앞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정희 정권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1971년 10월15일 ‘학원질서 확립을 위한 특별명령’을 통해 교련을 거부하거나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을 학교에서 추방하고 교련 강화를 강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의 부당한 교련 강제에 항의하고 민주주의를 호소하는 대학생들 목소리에, 그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방법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학생 데모는 없애야 한다. 데모는 뿌리를 뽑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보도에 나옵니다. 

박 대통령은 서울 전역에 위수령을 발동하고, 학생들을 잡아들였습니다. 문교부는 주요 대학에 휴업령을 내리고, 시위 주도 학생들을 제적시키도록 각 대학에 강요하면서 이들을 입영 조치했습니다. 대학의 서클은 해체하고 간행물을 폐간했습니다. 이같은 탄압 때문에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계속된 교련 철폐 운동은 막을 내렸습니다. 대학생 군사교육은 민주화 이후인 1989년에서야 폐지됐습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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