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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른 ‘탄환 열차’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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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2   2021.04.0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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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오래 전 ‘이날’] 세계에서 가장 빠른 ‘탄환 열차’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

■1991년 3월27일 “최신형 탄환열차 시속 336㎞ 기록”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탄환열차’라는 열차에 관한 내용이 짤막하게 실렸습니다. 기사는 “일본의 신형 탄환열차가 26일 시속 336㎞의 속도로 달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일본 열차속도의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런 열차가 한두 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기사는 뒤이어 “일본의 앞선 기록은 지난달 28일 수퍼히카리 탄환열차가 세운 시속 325.7㎞”라고도 전하고 있네요. 

시속 300㎞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는, 탄환처럼 빠른 일본의 열차. 정체가 무엇이었을까요? 기사에는 ‘탄환열차’, ‘수퍼히카리’ 정도의 단어만 나올 뿐이지만 짐작은 가시죠? 바로 ‘신칸센’ 열차들입니다. 

당시 ‘시속 336㎞의 속도로 달리는 데 성공한’ 열차의 기록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뒤에 언급된 “수퍼히카리 탄환열차가 세운 시속 325.7㎞”라는 문구를 보면 이 열차는 당시 일본의 최신 고속열차였던 ‘신칸센 300계 전동차’의 한 종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신칸센 300계 9000번대 전동차는 1991년 3월11일 도카이도 신칸센 구간에서 최고 영업 속도 시속 325.7㎞를 기록했다”고 돼 있습니다. 기사에 적시된 날짜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록 속도가 일치하고 당시 운행 중이거나 개발 중이던 전동차 중에 그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전동차는 300계 전동차가 유일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수퍼 히카리’란 명칭은 신칸센의 등급을 나타내는 단어로 보입니다. 무궁화호·새마을호 등으로 등급이 나뉘는 한국 철도처럼 일본의 열차에도 노선 등급이 존재하는데요. ‘신칸센’에는 별도의 등급이 있습니다. 최고급 등급인 ‘노조미’, 중간 등급인 ‘히카리’, 마지막으로 ‘코다마’급입니다. 이 중 ‘노조미’급은 1992년 새로 만들어졌는데요. 기사 게재 시점이 1991년임을 감안하면 ‘수퍼 히카리급’은 현재 ‘노조미’급의 전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최고급 등급이었던 만큼 최신 전동차가 배차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1991년 3월27일자 경향신문

1991년 3월27일자 경향신문

시속 300㎞라는 속도는 현재 한국의 KTX도 내기가 쉽지 않은 속도입니다. 이 속도를 30년 전 달성한 신칸센은 1964년에 처음 개통했습니다. 도쿄 올림픽(1964) 개최에 맞춰 1959년부터 ‘제2도카이도선 공사’를 시작했고, 계획대로 1964년 10월 개통에 성공합니다. 이 노선이 바로 ‘도카이도 신칸센’입니다. 당시 ‘0계 전동차’는 이미 최고 속도가 시속 200㎞를 가뿐히 넘었습니다. 이후 ‘산요 신칸센’이 개통되는 등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어갔고, 전동차도 꾸준히 개발돼 0계, 100계, 300계, 400계 등 00계 시리즈와 E1, E2, E3 등 E0계 시리즈 등의 계보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2013년 출시된 초전도 자기부상 방식의 전동차, 일명 ‘L0계 리니어모터카’는 2015년 4월 유인 시험운전 중 시속 603㎞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60년대에 시속 200㎞를 넘는 속도의 열차를 상용 운행한 ‘신칸센’의 구상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추진되던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탄환 열차’였습니다. 기사에서 신칸센 열차들의 이름이 ‘탄환열차’인 것도 바로 여기서 유래한 거죠. 일설에 의하면 ‘탄환열차’ 계획은 당시 조선을 지나 중국 대륙까지 관통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 때문에 한·일해저터널을 뚫는 것까지 고려했었다 합니다. 

일본이 일찌감치 이런 계획을 세운 배경은 무엇일까요? 중·일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일본은 주로 철도를 통해 병력과 물자를 전선으로 수송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도카이도 노선과 산요 노선의 용량은 물량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죠. 결국 일본은 이들 노선을 따라가는 새로운 노선 즉 ‘신칸센(새로운 간선)’을 개통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물자와 병력을 ‘탄환’처럼 빨리 수송하기 위해 철로의 폭을 넓히고 노선의 커브 구간도 최소화했습니다. 이 공사는 이후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1943년 중단됐지만, 1960년대 제2도카이도 노선 공사에 의해 계승돼 ‘신칸센’의 토대가 됐습니다. 즉 침략 전쟁에서 승리하고 일본이 말하는 ‘대동아 공영권’ 즉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을 구축하기 위해 이처럼 선구적(?)인 계획을 세웠던 셈입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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