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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한국불교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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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1   2016.12.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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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불자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300만명 가량 감소, 현재 760만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허정스님이 '정직하고 청빈한 출가 지도자 선출을 위한 직선제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스님의 글을 옮겨 싣는다. [편집자 주]


꼬위다스님! 우연히 들른 스님의 절에서 편안하게 자고 먹으며 수행할 수 있게 배려하여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공부하겠다고 찾아오는 외국의 출가자들을 아무런 차별 없이 따듯하게 받아주는 사방승가의 전통을 확인하게 되니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한국불교는 절에 객실을 마련해놓지 않아서 스님들이 사찰에 방문해서 하룻밤 머무는 것도 어렵습니다. 정진은 오전에 4시간 오후에 4시간 좌선과 행선을 번갈아가며 하고 오전 정진이 끝나면 스승과 제자들이 질문과 대답이 이루어지는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이곳 선방에서 수백명이 넘는 수행자가 신도님들의 후원으로 정진하고 있고 외국인도 백명이 넘는다고 하니 부처님 당시 영산회상을 보는 듯합니다. 선방에는 하얀 개인용 모기장이 줄 맞추어 놓여있고 그 안에 보일 듯 말 듯 수행자들이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정진하는 모습은 환희심을 자아냅니다.

꼬위다스님! 우리의 사찰운영은 여기서처럼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대학입시기도 조상천도기도 같은 기복적인 신앙과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사찰들이 걷어 들이는 문화재관람료, 주차장임대료, 각종임대료등 부동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람료징수, 방범, 청소등 사찰운영에 필요한 재가자를 고용하다 보니 어떤 절은 스님들보다 재가자가 더 많은 사찰도 생겼고, 스님이 스님을 고용하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관계로 변질되기도 하였습니다. 스님들이 사찰을 관리하는 자본가의 입장에서 살다보니 청빈해야 할 수행자가 고급스런 꾸띠(토굴)를 짓고 고급 외제차를 타는 것에 대해서도 당당합니다. “스님이 고급차를 타면 됩니까?”라는 물음에 “스님이 고급차를 타야 교통사고를 당해도 다칠 확률이 적고, 스님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중생제도를 오래도록 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중생제도 할 실력과 수준을 갖춘 수행자라면 차마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말입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으로 한국불교가 탁발정신을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불교를 변질시켜 놓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기후조건과 경제성장등의 변화로 우리가 탁발을 할 수는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탁발정신 만큼은 이어 갔어야 하는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탁발정신을 포기하였습니다. 탁발정신에는 밥 한 끼를 소중히 여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무소유정신, 신도님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유지, 오후불식, 음식에 대해 탐착하지 않음,중생에 대한 연민등의 태도를 포함합니다. 그리고 탁발은 음식만을 보시받는 것이 아니라 임야, 사원, 의복, 약품등 수행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체를 보시 받습니다. 임야와 사원등은 항상 승가의 이름아래 보시 받아서 수행자를 외호하는 공적자산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곳 수행처에서 마하야나 수행자들에게도 탁발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고, 무료로 꾸띠(처소)가 분배되고, 기타 필요한 모든 물품이 무료로 지급되는 것은 이러한 전통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몇 년째 살고 있는 한국스님과 재가불자는 사는동안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곳처럼 승가의 공적재산은 세계 어느나라 사람에게도 동등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단체는 부자여도 구성원은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 즉 '승가는 부자여도 스님들은 가난하게 사는것'이 탁발정신의 요체입니다. "부자승가, 가난한 스님"이라는 이 간단한 말속에는 승려노후복지, 대중생활, 계율, 평등, 화합등 승가공동체의 모든가치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조계종단은 탁발정신을 팽개치고 이제 직접 돈을 벌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수행정신과 물질과 바꾸는 어리석고 불행한 일입니다.

스님! 어느 승가나 마찬가지로 승가의 타락은 2차결집의 이유에서도 드러나듯이 개인소유를 인정하는데 있습니다. 저는 이곳 테라와다스님이 보시를 받아서 절을 세우거나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절을 세워도 그것은 상가의 재산이지 개인재산이 아니다라는 말을듣고 정신이 번쩍 뜨였습니다. 우리는 사설사암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지은 사찰을 개인 재산으로 여기고, 심지어 절을 사고팔기도 합니다. 우리가 진작부터 출가자가 건립한 모든 절은 승가의 공동재산이라고 하는 인식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빈부의 차이가 나는 승가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지금 돈과 명예와 권력을 다 갖추고 어른노릇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무소유와 청빈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슬프게도 공부문제와 소유문제는 묻지 않는 것이 한국불교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승가공동체에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대중스님들이 깨어나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불교인구가 2015년 불교인구가 10년전보다 300만명이 줄어 760만명이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자업자득입니다. 관람료든 주차료든 모두 받지 말고 스님들은 다시 가난해져야 합니다. 절에 오는데 관람료 주차료를 받는 것은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런 돈을 받아서 포교할 생각하지 말고 아예 그런돈을 받지 않는 것이 제일 적극적인 포교입니다. 사찰은 누구나 와서 무료로 수행하고 쉬어가도록 개방해야 합니다.

스님! 그러나 탁발정신을 되살리고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위와같은 주장에 귀 귀울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가진 것을 내려놓기가 그리 쉬울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마지못해 차선책으로 바라는 것은 현재 종단의 수입금이나마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여 공적인 일에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청빈한 지도자가 필요한데 지금 같은 간선제로는 그런 지도자가 나올 수 없습니다. 대중스님들이 각자의 손으로 지도자를 뽑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이미 스님들 대부분이 원한다(80%)는 것이 드러난 직선제를 실현시키는 일은 한국승가의 마지막 희망이 될 것입니다.

스님! 소유의 문제는 비단 한국불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티벳불교든 남방불교든 세계의 모든 승가가 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미얀마 여행을 통해서 저는 실제로 자가용을 운전하는 스님과 오토바이를 타는 스님, 대합실에서 담배 피우는 스님, 지갑을 열어 음식을 사먹는 스님을 보았습니다. 스님들이 탁발을 할 때 신도님들이 돈을 보시하고 스님들이 돈을 받는 것도 자주 보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 되다보면 이제 테라와다 스님들도 개인 통장을 갖게 되고 개인차와 개인 토굴을 갖게 되어 승려들사이에 빈부의 차이가 커지게 될 것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대승불교권의 타락의 과정을 테라와다는 주의깊게 관찰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꼬위다스님! 스님이 계신 사찰은 아직까지 스님들이 신도님들이 돈을 보시해도 받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그러한 전통을 이어나가는 스님들의 승가정신을 저희들과 이곳을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배워갈 것입니다. 자본에 먹혀버린 한국불교의 전철을 밟지 마시라는 뜻에서 한국불교의 허물을 스님께 드러내 보였습니다.

지난 세월 40년 넘게 미얀마 군부독재로 미얀마 국민들이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정의를 외치는 젊은 스님들이 붙잡혀 들어가서 고문을 당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독재자들이 미얀마를 세계경제로부터 고립시킴으로서 빈민국가로 남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불교가 자본의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거세게 불고 있는 자유화 개방화 바람에 미얀마의 승가도 자본의 유혹에 노출되게 되었습니다. 이곳 승가가 그 자본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켜보겠습니다. 불멸후 26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렇게 부처님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미얀마승가는 경이롭습니다. 이런 승가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도 혼란스런 다른 나라의 승가에 등불이 될 것입니다. 승가공동체는 인류와 세계불자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오래된 미래입니다.

허정스님_ 전 천장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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