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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경제 틀어쥔 ‘돈주’… 당국 비호 속 자본주의식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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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8   2015.09.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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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붉은 자본가’

73626095.1.jpg 올해 2월 평양 대동강변에 건설되고 있는 대규모 주택단지 위로 김정은이 탑승한 전용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최근 쳥양에서는 부유층의 투자로 아파트 건설붐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 경제는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정확한 경제 관련 통계를 얻기는 힘들지만 일정한 경향성은 확인할 수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북한 경제의 호전은 당국의 노력이 아닌, ‘돈주’로 불리는 신흥 자산계급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 김정은 시대 번창하는 붉은 자본가 ‘돈주’  

돈주는 ‘돈의 주인’이란 뜻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서 자산(資産)이 많은 부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보통 1만 달러(약 1180만 원) 이상을 보유하면 돈주로 불린다고 한다. 북한에 돈주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최소 수만 명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돈주들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며 북한의 시장화를 빠르게 이끌고 있다. 현재 북한의 돈주들은 투자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데, 어선에 투자하면 ‘선주(船主)’, 광산에 투자하면 ‘광주(鑛主)’, 운송업에 투자하면 ‘차주(車主)’, 땅에 투자하면 ‘지주(地主)’로 불리는 식이다. 돈주들은 수익금을 다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이윤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북한 돈주들의 집중 투자처는 부동산, 운송, 광산업, 서비스업 등이다. 나진선봉 지역에서 대학교수를 했던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은 “요즘 평양에서 가장 핫한 투자처는 건설업”이라며 “여럿이 돈을 모아 아파트 한 채를 지으면 최소 30% 이상의 이윤이 남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그는 “평양에서 건설되는 대다수 고급 아파트들의 건설 주체는 공기업이지만 건설 자금은 돈주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그야말로 자본주의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나온 길에 본보 기자와 통화가 된 한 평양 주민은 “돈주가 투자해 건설한 아파트가 평양에만 최근 5년 동안 5만 채가 넘는다”며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김정은의 지시로 국가가 투자해 건설한 아파트는 5000채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올해 4월에는 김정일의 경호부대가 사용하던 건물까지 돈주에게 팔려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건물은 평양 시내 노른자위 땅인 중구역 경흥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한 돈주가 60만 달러에 사서 살림집으로 개조한 뒤 되팔아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운송업 또한 돈주의 독무대로 자본주의식 경영이 활발하다. 지난 2년간 중국과 한국에서 탈북자 및 북한 무역상 수백 명을 인터뷰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신의주나 원산 같은 곳은 시내버스도 민간 자본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며 “중고 버스를 중국에서 5000∼1만 달러에 사와 당국의 비호 아래 운영하고 이윤을 나누는 형태”라고 전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평양의 택시 운행 대수가 최근 대략 1000대가 넘었는데, 60∼70%는 돈주의 소유라고 전했다.  

석탄, 금 등의 채굴도 돈주의 집중 투자처다. 아오지 탄광으로 유명한 함북 은덕군에서 2년 전 탈북한 A 씨는 돈주가 운영하는 탄광에서 일당을 받으며 석탄을 캤다고 한다. 돈주가 국영기업인 탄광에 돈을 주고 폐갱을 산 뒤 일당직 노동자 10여 명을 고용해 탄을 캐서 장마당에 파는 회사였다. 이런 식으로 돈주가 운영하는 탄광은 은덕군에만 100개가 넘으며, 전국적으론 수천 개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 시대 들어 민간 자본에 대한 단속이 거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현재 북한 경제는 정부가 아닌 돈주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시장경제 마인드의 급격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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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부르고 있다. 북한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로 변하는 싹들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초보적 수준의 자본주의적 마케팅 기법이 적극 도입되고 있는 것.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한 외국인은 “평양의 한 카페에서 음료 10잔을 마시면 1잔을 공짜로 주는 쿠폰을 나눠 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더 이상 국가 주도 공사에 무보수로 끌려가 일하려 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벌여놓은 평양의 대규모 공사장에서도 돌격대원들이 무리로 이탈하는 현상이 빈발한다는 것. 실제로 평양의 개인집에서 실내 인테리어나 연탄만들기 등을 하면 중국 인민폐 수십 위안을 하루 일당으로 챙길 수 있다고 한다. 군인들도 일당을 챙기기 위해 민가에 가서 며칠씩 일한 뒤 부대로 복귀해 지휘관에게 뇌물을 주는 현상이 전국에 일상화됐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인력시장도 형성됐다. 주요 도시 장마당 앞에는 일감을 얻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몰려 서 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는 일과 기술 숙련도에 따라 보수는 인민폐 10위안(북한 돈 1만3000원)부터 100위안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돈주가 주도하는 북한의 경제 성장이나 자본주의화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소규모 상거래나 유통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가 기간산업은 여전히 회복 불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을 다녀온 서방의 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는 평양순안공항 완공 전 활주로 공사 현장을 목격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 건설 현장에는 크레인 등 기계장비를 쉽게 볼 수가 없다. 모두 다 인민이 수작업으로 한다. 아프리카 극빈국보다 못하다. 공항 활주로 건설장에도 기계는 하나 없고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활주로 시멘트를 손으로 바르고 있더라. 정말 놀랐다.” 북한 주민생활 개선을 북한 경제 호전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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