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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라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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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금선대라는 명칭을 가진 곳이 세 군데 있다.

 

그 중의 한 곳이 묘향산에 있는 금선대다.

 

   옛날, 이 곳에서 두 스님이 열심히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그만 수도 생활에 싫증이 났다.

그 동안 실컷 닦았으니 수도는 좀 쉬었다 하고, 한양이라는 곳이 어떻게 생긴 곳인지 한번 구경이나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스님은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그러고는 한양을 향해 길을 떠났다.

우연히 푸줏간을 들여다보니, 한 젊은 백정이 날카로운 칼로 한참 고기를 벼르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도 신기하여 넋을 잃고 바라보니, 날랜 손놀림으로 뼈와 뼈 사이 구석구석 붙어 있는 살점까지 깨끗이 발라내는 백정의 솜씨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는 감탄한 나머지 생각하였다.
 

   '옳거니, 마음도 저 백정이 뼈마다 구석구석까지 살점을 발라내듯이 그렇게 철저히 닦아야겠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스님은 철저히 닦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즉시 몸을 버리고 그 푸줏간 집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었다.

 

마침 젊은 백정은 아내를 맞이하여 아기를 간절히 원하던 때였으므로....

 

   아상이 많이 닦인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는 한 생각에 빠지면 즉시 일이 성사되는 법이다.

 

   푸줏간 집 아들로 태어난 스님은 나이가 들면서 소원대로 고기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한편, 묘향산에 남아 수도를 계속하던 스님은 세월이 어느덧 팔십여 세가 되었다.

 

   '누가 곁에 있어야 죽으면 시체라도 거두어 줄 텐데....

한양 구경 떠난 스님은 영 돌아오지 않으려나.

떠난 지 벌써 이십여 년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게지.'

   스님이 정에 들어 관찰해 보니, 그 스님은 멀리도 안 가고 박천 언저리에 푸줏간 백정이 되어 있었다.

스님은 그를 찾아나섰다.

 

박천을 지나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그 푸줏간이 있었다.

푸줏간 안을 들여다보니, 과연 열심히 고기를 다루는 젊은이가 있었다.

 

   '흐음, 그래 한양 구경도 못 해보고 겨우 푸줏간 백정이 되엇구먼.'

 

   닦아서 도를 깨쳐야 할 사람이 고기 다루는 일에 빠져 있는 것이 측은하고 안타깝기도 하여, 스님은 그를 다시 발심시키기로 하였다.

 

스님은 푸줏간 앞에서 크게 세 번 목탁을 두드렸다.

 

 

   목탁 소리를 들은 젊은 백정은 제정신이 들며 자신의 전생을 기억해냈다.

그는 즉시 칼이며 도마며 고기를 다 내던지고 스님을 따라 나섰다.

 

집에서는 훌훌 털고 나가는 아들을 붙잡을 엄두도 못 내고 멍하니 보고만 있을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그 푸줏간 집과는 아무런 업보가 없었던지라 감히 붙잡지를 못했던 것이었다.

 

   묘향산으로 가는 길, 새파란 젊은이와 머리가 하얗게 센 노장 스님이 서로 반말을 하며 박장대소를 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러나 내용을 아는 두 사람은 아무런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닦는 이라면 다른 길에 빠졌다가도 그 젊은 백정과 같이 목탁 소리에 미련 없이 털고 일어나, 다시 수도에 전념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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