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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만난사람들 - 괭이자루를 던진 바라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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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   2018.06.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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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하는 주제에 빈 그릇을 내미는 손은 또 어찌 그리 당당한

지. 우리마을 사람이었으면 냅다 괭이자루가 먼저 날아갔을 겁

니다. 오늘은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어야겠단 생각에 괭이를 짚고

서서 그 젊은 게으름뱅이에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사문이여, 우리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그대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에 드십

시오"

그 정도면 알아듣고 얼른 도망이라도 쳐야 했습니다. 헌데 부

끄러운 기색도 물러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답답하게 대꾸까지

하는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저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괘씸한 생각이 불끈 일었습니다. 괭이로 땅을 치며 큰 소리로

호통쳤습니다.

"뭐요, 수행자입네 하고 융내나 내고 다는 줄 알았더니 이젠

거짓말까지 하는 구먼 난 당신이 농사짓는 걸 한번도 본 일이 없

소, 드대의 멍에도 쟁기도, 징기날도, 물이 막대도 황소도 보지

못했소. 그러고더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

를 뿌린 뒤에 먹습니다. 라고 말한단 말이오?"

그젊은 수행자는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천천히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믿음은 씨앗, 감관의 소호는 단비

지혜는 나의 멍에와 쟁기

부끄러움은 쟁기자루, 삼매는 끈

바른 마음 새김은 나의 쟁기날과 몰이막대

몸을 수호하고 말을 수호하고

알마즌 양으로 음식을 절제하며

진실함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낫을 삼고

온화함으로 멍에를 내려놓습니다.

속박에서 평온으로 이끄는 정진

그것이 내게는 짐을 싣는 황소

스류픔이 없는 열반에 도달하고

가서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와같이 밭을 갈아

불사의 열매를 거두고

이와같이 밭을 갈아

모든 고통에서 해탈합니다.

 

팍팍한 먼지를 잠재우는 이슬비처럼 노래는 가슴에 스며들었습

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게으르고 볼품없는 사문으로만 알

았는데 운율이 갖춰진 그의 게송은 너무도 감미로웠습니다.

"듣고 보니 고따마도 훌륭한 농사꾼이군요, 맞습니다. 당신도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당신 말대로 불사의 과보를 가져다주는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하하"

이런 지혜와 재능이라면 굳이 쟁기를 잡지 않더라도 한 그릇의

공양을 받기에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바가지 가득 우유죽을 듬뿍

담아 내밀었습니다.

'자 여기있소 멋진게송의 대가요."

허나 그 젊은 수행자는 발우를 내밀지 않았습니다.

"왜 그러시오 모자라면 잡수고 더 드시오. 내 마음껏 드리

리다"

젊은 수행자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자

또렷한 음성을 말했습니다.

"저는 게송의 대가로 음식을 구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 발로 찾아와

서 음식을 달라고 하더니 이번엔 줘도 받지 않겠다니 이상한 구

석이 안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음식을 원하는 거요?

"전 보시를 원합니다."

"지금 조시하고 있지 않소"

"그건 보시가 아닙니다"

"이게 보시가 아니면 그럼 당신이 말하는 보시는 어떤거요?"

"보시란 선물입니다. 아끼고 보살펴야 할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보다 못한 이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나보다 훌륭한

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베푸는 것이 보

시입니다. 보답을 바라고 음식과물품을 주는 것은 보시가 아니

라 거래입니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내가 원하는 일을 이

루기 위해 내뜻에 맞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내 뜻대로 움직여주

기를 바라며 베푸는 것은 거래입니다. 그런 물건엔 탐욕과 원망

의 독이 베어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내민 그 우유죽은 샘명을 살

리른 보시가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독입니다."

꽤나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바탕 꾸짖어주려다 도리어

충고를 들은 꼴도 우스광스러웠지만 기껏 배푼 회의마저 거절당

하고 보니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이건 이미 당신 몫이요 , 그럼 이걱 어찌란 말이요"

"그 음식을 먹고 몸이 편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 하늘

이건 악마건 바라문이건 사문이건 어떤 천신 어떤 세상 사람도

그 음식을 먹고 편안할수 없습니다. 바라문이여 그 음식이 제

몫이라 생각한다면 벌레갸 살지 않는 물이나 풀이 나지 않는 땅

에 버려주십시오"

젊은 사문은 그 구절 게송을 남기고 말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불기2562무술년6월8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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