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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만난사람들 - 앙굴리말라의 고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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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   2018.01.0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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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서른이 되던 해였습니다. 그날도 스승님은 큰 제사를

주관하기 위해 멀리 출타하셨습니다. 전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

안팎을 단속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들고 난 물건들을 파악

하고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나니 이미 밤은 깊어 있었습니다. 불

을끄고 잠자리에 들때였습니다. 어디선가 가녀린 여인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전 다시 일어나 불을 켜고 시종을

불렀습니다.

"무슨 일인지 살피고 오라"

잠시후 시종이 와서 알렸습니다.

"얼마 전에 들어온 스승님의 애첩입니다. 스승님이 계시지 않

으니 두렵고 무서워 잠을 이룰수 없다고 합니다. 금방이라도 도

적이 쳐들어올 것만 같은데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고 야단이 십

니다."

부와 명성 덕분에 스승님은 여러 여인을 아내로 두고 있었습

니다.

"도적이 쳐들어올 일도 없지만 설사 쳐들어온다 해도 이곳은

용맹한 코끼리들이 지키고 있질 않느냐? 정 두렵다 하시면 코끼

리 막사 옆에 있는 깨끗한 방으로 모셔라."

그렇게 명하고 전 다시 고단한 몸을 뉘였습니다. 헌데 꿈결인

듯 다시 여인의 울음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전 다시 시종을 불러 연유를 물었습니다.

"도무지 막무가내십니다. 씩씩한 코끼리와 건장한 사내들이

지키고 있는 막사로 모셨건만 파리한 얼굴로 울음을 그치지 않

습니다."

"안되겠구나. 스승님도 계시지 않는 이때 탈이라도 나면 큰일

이지 않느냐, 어서 이곳으로 모셔오너라. 이곳이면 혹 안심하실

지 모르겠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지혜롭지 못한

섣부른 동정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단 걸 그땐 미처

몰랐습니다.

"이곳은 이 집에서도 가장 가운데위치한 곳입니다. 이젠 마음

이 놓이십니까?"

"네 조금 전까지 견딜수 없이 무섭더니 이젠 좀 낫습니다."

"그럼 오늘밤은 이곳에서 주무십시오,전 다른 방에 잠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하루도 스승님 없이 잠든 적이 없습니다. 사방에는 낯선

사내들뿐이라 무서워서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습니다.제가

믿을 사람이라곤 덕망이 높으신 아힘사까 당신뿐입니다.저를

가엾이 여겨 잠들 때까지만 곁에 있어주실수 없나요"

여인의 슬픈 눈물을 보고 차마 거절 할 수 없었습니다.

"부인께서 잠드실 때까지 제가 꼼짝도 않고 곁에 있겠습니다.

걱정말고 주무십시오"

"고마워요 아힘사까"

여인은 은근슬쩍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베고 누웠습니다. 보

드라운 여인의 살결이 닿고 진한 분내가 풍기자 온몸이 불덩이

처럼 타올랏습니다. 저는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꾸짖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스승의 부인이시다. 스승은

아버지와 같고 그 부인은 어머니와 같다."

그때였습니다. 저의 번민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여인은 가볍게

코를 골며 잠꼬대처럼 흥얼거렷습니다.

"당신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요.

하연 속살을 드러내고 뒤척이던 여인이 잠투정이라도 하듯 품

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저의 손을 잡아 자기의 젓가슴으로 끌

어당겼습니다. 나무토막처럼 굳었던 저는 벌떡일어나 달아나듯

그방을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문밖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오늘밤은 이곳에서 편히

주무십시오"

얼마후 쾅 소리를 내며 방문을 열고 나온 여인은 새치름한 눈

빛으로 한참을 노려보다 획하니 자기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렇게 두려훈 그 밤이 지나갔습니다.

며칠 후 출타하셧던 스승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묻는 스승님에게 다른 일은 낱낱이 고했지만 차마 그 일만큼은

말씀드릴수 없었습니다. 그일로 상심하고 분노하실 스승님도

걱정이지만 화를 당할 그 연인이 불쌍해 차마 말씀드릴 수 없었

습니다. 허나 여인은 영악했습니다. 거절당한 사랑에 원한을 품

고 또 저간에 있었던 일을 제가 일러바치면 어쩌나 두려웠나봅

니다. 연인은 얼굴에 멍이 들고 옷이 갈가리 찢겨진 모습으로 스

승님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쓰러져 흐느끼며 깊

은 밤 몰레 자기를 불러 욕보이려는 것을 죽음을 불사하고 정절

을 지켰노라고 했나 봅니다. 스승임은 진노했습니다.

"청정한 범행을 지키는 줄 알았더니 인륜도 모르는 놈이었

구나."

스승님은 저를 쫓아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나 봅니

다.게다가 막무가내로 쫓아내면 머리도 좋고 힘도 센 제가 어찌

나올지 두렵기까지 했나봅니다. 스승님은 한 자기 꾀를 내었습

니다. 며칠 후 저를 부른 스승님은 주위를 물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아함사까, 네가 나에게 수학한 지도 어언 20년이 흘렀구나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 너의 능력을 발휘하고 모든 이들에게 이

익을 베풀 때가 되었다."

갑작스런 말씀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스승님, 아직 전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아함사까, 오랜 세월 청정한 범행을 지키며 참된 바라문의

길을 걸어온 너는 모든 이들의 스승이 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

추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모든 이들이 너를 받들고 공경할 것

이다."

"스승님 전 아직 그만하 인물이 못됩니다. 끊임없이 저 자신을

다독이고 채찍질해 보지만 집착과 애욕의 굴레를 벗어났다고 확

신하지 못합니다. 또한 이런 상태라면 죽은 후에 최고로 청정한

세계인 범천에도 태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나의 수제자가 그런 자신 없는 소릴 하다니, 안되겠다. 네 마

음속 집착의 굴레를 벗길 특단의 방법을 써야겠다."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최고의 바라문들에게만 은밀히 전수되는 비법이 있느니라.

그걸 이제 너에게 전수할 시기가 되었구나 잘 듣고 깊이 마음에

새겨라. 인간이 가진 집착의 근원을 추궁해보면 모든 것이 생존

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되느니라. 살고 싶어 하는 욕방이 모든 악

을 저지르게 하고 청정한 세게에 태어남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

러니 삶은 곧 구속이나라. 네가 진정 온갖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청정한 세계에 태어나고 싶다면 먼저 다른 이들의 구속을 풀어

주어야 하느니라. 네가 백 사람의 목슴을 끊어 삶의 구속으로부

터 그들을 해방시켜주고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든다면 너

는 곧 청정한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네가 만일 가장 큰 애착의

대상인 어버이를 죽일 수 있고, 만인이 존경해 마지않는 성자마

저 죽일수 있다면 너는 이미 모든 삶의 애착으로부터 벗어난 것

이고 죽은 뒤엔 하늘 중에서도 가장 높은 대범천에 태어날 것이

다. 아힘사까, 가거라. 내가 너에게 가르칠수 있는 것은 모드 가

르쳤다.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 마지막 가르침을 실천하라."

전 스승님이 그처럼 힘주어 말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

다. 섬뜩한 말씀이긴 하지만 은밀히 전해오는 최고의 비법을 저

에게 전수해줬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넘

치는 기쁨을 안고 꿈에 그리던 고향 사왓틱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고향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예전엔 공터마다 사람들

에게 에워싸여 지혜로운 말씀을 일러주고 간단한 제의를 베풀던

바라문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거리마다 요란한 수레 수리가 끊이지 않고 광장엔 장사꾼들만

가득했습니다. 사왓티 사람들은 예전처럼 바라문을 존경하지도

받들지도 않았습니다. 애써 사람들을 만나고 배운 학문을 여기

저기서 토로해보았지만 초라함만 확인케 할뿐 누구하나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버지

와 어머니의 눈길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

들이 될 길을 잃어버린 전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골방에 틀여박

혀 괴로워하다 스승께서 말씀하신 마지막 비결이 생각났습니다.

"네가 백 사람의 목슴을 끊어 삶의 구속으로부터 그들을 해방

시켜주고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다면 너는 곧 청정한 세

계어 태어날 것이다."

 

불기2562무술년1월3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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