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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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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   2017.03.2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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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원광법사가 출가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도를 닦기 위하여 지금의 경주에 있는 삼기산(三崎山)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지 몇 년이 지나서 한 스님이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따로 절을 세우고 살게 되었다.

그는 성품이 사납고 주술(呪術) 배우기를 매우 좋아하였다.

어느날 원광법사가 밤에 홀로 앉아 불경을 읽고 있을 때 갑자기 산신령이 나타나 말하였다.

“잘하십니다. 잘하십니다. 무릇 수행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법대로 올바르게 수행하는 사람은 드문 법입니다. 지금 이웃에 있는 스님을 보니 주술을 닦고 있으나 소득은 없을 것이요, 그 소란한 소리는 남의 정념(靜念)을 괴롭히며, 내가 다니는 길에 거주하고 있어 방해가 되므로, 언제나 다닐 때마다 미운 생각이 듭니다. 스님이 나를 위해 그에게 찾아가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계속 머무른다면 아마도 내가 스스로 살생의 죄를 저지를 것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튿날 원광법사는 옆에 사는 스님에게 찾아가 말하였다.

“내가 어젯밤에 산신령의 말을 들었는데 스님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 것 같소.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재앙이 따를 것이오.”

스님이 대답하였다.

“수행이 지극한 사람도 귀신에게 홀림을 받습니까? 스님은 어찌하여 귀신의 말을 믿고 근심한단 말입니까?”

마치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수행이나 열심히 하라는 듯이 비웃으며 말하였다. 그날밤 산신령이 다시 나타나 말하였다.

“어젯밤에 제가 말한 일에 대하여 그가 무엇이라고 대답합니까?”

원광법사는 산신령이 노할까 두려워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직 미처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만약 얘기한다면 어찌 감히 듣지 않겠습니까?”

“내가 이미 다 들었거늘 스님은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가만히 계시고 내가 하는것만 지켜봐 주십시오.”

이와 같이 말하고는 산신령은 사라져 버렸다.

한밤중에 갑자기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원광법사가 나가보니 산이 무너져 내려 그 스님이 머물던 절을 묻어버리는 것이었다.

다시 산신령이 나타나 말하였다.

“나는 나이가 3천년에 가깝고 신술(神術)도 뛰어납니다. 또한 장래의 일뿐만 아니라 천하의 모든 일들도 다 통달하여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스님이 이곳에만 계신다면 비록 자신을 이롭게는 할지 모르나 남을 이롭게 하는 공덕은 없을 것이니 중국으로 가서 공부를 더하고 돌아와 이 나라의 어리석은 중생들을 제도하지 않으시렵니까?”

원광법사가 대답하였다.

“저도 중국에 가서 도(道)를 배우는 것이 소원이나 바다와 육지가 멀리 막혀있어 가지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길을 인도하여 드리겠습니다.”

산신령의 도움으로 원광법사는 중국으로 건너가 삼장(三藏)을 널리 통달하고 유학(儒學)까지 공부한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왔다.

원광법사는 돌아온 후에 산신령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전에 머물렀던 삼기산 절로 다시 찾아갔다.

한밤중이 되자 산신령이 나타났다.

“해륙의 노정(路程)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신령님의 큰 은혜를 입어 편안히 다녀왔습니다.”

원광법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하였다.

“산신령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

“스님이 진정 내 모습을 보고 싶다면 내일 아침에 동쪽 하늘 끝을 바라보십시오.”

원광법사가 다음날 아침,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큰 팔뚝이 구름을 뚫고 하늘 끝에 대어 있었다.

밤에 신령이 나타나 말하였다.

“비록 이 몸이 있다 하더라도 무상(無常)의 이치는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얼마 안있어 저너머 고갯마루에 이 몸을 버릴 것입니다. 스님께서 오셔서 영원히 떠나는 저를 위하여 염불(念佛)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원광법사가 약속한 날에 찾아가보니 검고 윤기가 나는 늙은 여우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원광법사는 그 여우를 장사지내고 축원하여 주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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