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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7일 김형욱, 그는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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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9년 10월17일 김형욱, 그는 어디로 사라졌나
 

김형욱이 1977년 미 하원 국제관계소위원회에서 박정희와 유신을 비판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형욱이 1977년 미 하원 국제관계소위원회에서 박정희와 유신을 비판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행방불명 김형욱씨 미스터리”
 

40년 전 오늘 대한민국은 한 남성의 실종으로 떠들썩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던 군인 출신으로 6년 넘게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형욱씨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득세한 인물이지요. 1964년 인혁당 사건 1967년 동베를린 사건 등 굵직한 정치 공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1969년 3선 개헌안이 통과된 뒤 갑작스럽게 해임됐습니다. 1972년 정치보복을 우려해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로는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박정희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증언을 했습니다. 1977년에는 회고록을 출간, 반체제 인사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그런 그가 1979년 10월1일 단신으로 프랑스에 갔다가 같은 달 7일 저녁 파리 중심가의 한 도박장에서 마지막으로 모격된 뒤 실종된 것이죠.
 

당시 수사를 맡은 파리 경찰은 김씨가 현금을 찾기 위해 스위스로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다음은 이날 실린 경향신문 기사 일부입니다.
 

“파리 경찰은 김씨가 지난 1일 에어프랑스 편으로 뉴욕을 출발, 파리에 와 8일까지 머문 다음 8일 스위스 취리히로 떠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김씨의 스위스행은 예금 구좌가 있는 취리히에서 돈을 찾기 위해 자의로 떠난 것으로 추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프랑스 경찰과 가까운 한 소식통에 의해 밝혀졌는데 17일 현재 김씨의 스위스행을 뒷받침해줄만한 직접 증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79년 10월17일자 경향신문 7면

1979년 10월17일자 경향신문 7면

당시 신문의 장명석 파리 특파원도 몇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그는 “김씨가 당뇨병, 정신계통질환 등 지병이 있어 갑즉스런 건강장애를 일으켰거나 엉뚱한 행각을 벌일 가능성 등인데 그럴 경우 행방불명 9일이 지난 시점에 행적이 드러나는 것이 상례”라며 “김씨가 파리에 온 목적은 뚜렷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취리히로 가는 길에 파리에 잠시 들러 골프를 하고 카드놀이를 하려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행적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실종 19일 후 10·26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사그러들었습니다. 그의 행방은 그렇게 미스터리로 남는 듯 했습니다.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이로부터 26년이 지난 2005년입니다. 그해 4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1979년 10월7일 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김 전 부장을 납치해 시외곽의 양계장에서 그를 암살했다는 익명의 특수공작원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기사에는 김 전 부장의 납치부터 살해까지 구체적 과정이 담겼습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 위원들이 2005년 5월26일 국가정보원에서 김형욱 전 중정부장 납치.살해사건 등 그동안의 조사활동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국가정보원 과거사위 위원들이 2005년 5월26일 국가정보원에서 김형욱 전 중정부장 납치.살해사건 등 그동안의 조사활동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그러나 그해 5월 국정원 과거사위가 중간보고를 통해 밝힌 사건의 내용은 이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당시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은 1979년 9월말 이전 중정의 프랑스 거점장이던 이상열 주프랑스 공사에게 김형욱 살해를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이 공사가 적임자로 선정한 중정 연수생 신현진(가명)이 살인청부를 받은 제3국인 2명과 함께 10월7일 승용차로 납치, 파리 근교로 끌고가 제3국인이 권총으로 김씨를 살해했다고 합니다. 과거사위는 “김 전 부장이 살해된 곳은 파리 근교의 양계장은 아니다”라며 시사저널의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위의 조사 또한 반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김재규 전 부장이 사건 19일 후 박정의 전 대통령을 시해했다는 점 등이 지적됐죠.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망자 만이 알 것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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