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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하늘 아래 첫 땅 에베레스트를 처음 밟은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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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   2015.09.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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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하늘 아래 첫 땅 에베레스트를 처음 밟은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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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5달러짜리 지폐 앞면에 실려 있는 에드먼드 힐러리의 초상화.



■“산이 있어 오른다”는 명언 남겨…20세기 가장 위대한 탐험가 중 한명으로 꼽혀

1953년 5월29일 오전 6시. 에베레스트 해발 8500m 지점에 마지막 캠프를 친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Tenzing Norgay)는 정상까지 남은 346.2m의 최종공격에 나섰다. 영하 17도의 살을 에는 추위와 눈보라. 두 산사나이는 ‘원자탄’ ‘유령 크레바스’ ‘연옥(煉獄)의 통로’ 등으로 불리며 그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은 태초의 계곡을 기어올랐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빙벽 아래 마지막 장애물인 크랙(갈라진 틈)이 13m나 되는 입을 벌리고 인간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5시간 30분 간의 사투(死鬪). 두 사람의 체력은 이미 바닥났고, 한 마디의 말조차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하늘 아래 첫 산을 오르려는 그들의 강인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벼랑 끝 설층(雪層)을 넘어선 힐러리와 텐징은 인류 최초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발을 내디뎠다.

힐러리와 텐징의 에베레스트 정복은 로버트 피어리의 북극탐험(1909년),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비행(1927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1969년) 등과 함께 20세기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탐험 중의 하나로 기록됐다.

“두려웠다. 죽음의 공포도 엄습했다. 그러나 나는 그 두려움이 육체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고 믿어왔다.”

에베레스트 초등(初登)에 가장 집착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인들은 티베트 정부가 입산을 금지한 8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 7년을 제외하고 1921년부터 1953년까지 17년 간 14차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다. 1921년의 1차 원정에서 조지 맬러리는 티베트 쪽의 능선을 따라 6100m지점에 올라 나중에 노스콜이라 불린 안부(鞍部·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말안장처럼 우묵한 곳)를 발견했다. 이듬해 맬러리, 조지 핀치, 찰스 브루스 등 세 사람은 노스콜을 거쳐 8326m까지 올랐다. 이때 핀치와 브루스가 8226m까지 산소마스크를 썼는데 이 일로 산소마스크의 도움을 받아 등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24년 3차 원정대가 떠나기 전 맬러리(Thomas Malory)는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느냐”는 질문에 “에베레스트가 거기 있기 때문(Because it is there)”이라는, 산악인들에게 영원히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맬러리는 8500m의 북쪽 능선에서 사라졌다. 9년 뒤 맬러리와 앤드루 어빙이 썼던 산소마스크 한 개와 피켈이 발견됐다. 그들이 정상을 밟고 내려오다 사망했는지, 아니면 올라가다 죽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내려오다 실종됐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에베레스트 초등의 영광은 그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힐러리는 영국의 10번째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속해 있었다. 1950년대는 8000m가 넘는 처녀봉 14개를 놓고 전세계 산악인들 사이에 치열한 초등경쟁이 가열됐던 시기였다. 원정대가 네팔에 도착한 때는 1953년 4월 초였다. 대장 헨리 헌트는 당보체 마을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3주일 간 고소(高所) 적응 훈련을 했다. 빙하를 뚫고 길도 닦았다. 5월25일 제1조 토머스 부르딜롱과 찰스 에번스가 정상 공격에 나섰다. 그들은 8754m까지 올랐으나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 물러섰다. 8754m는 그 때까지 산악인들이 오른 최고 높이였다.

힐러리는 제2조 소속이었다. 그는 텐징과 함께 1년 전 스위스 원정대가 올랐던 8100m 바로 아래 제9캠프를 치고, 하룻밤을 쉰 뒤 공격에 나서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에베레스트에 처음 오른 사람을 힐러리라고 말하지만 첫 발을 디딘 사람이 힐러리인지, 텐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시 언론들은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첫 발을 디뎠는지를 놓고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지만 두 사람은 굳게 입을 닫고 살았다.

그러다 1986년 ‘설원의 호랑이’로 불리던 텐징이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텐징이 사망한 뒤에도 힐러리는 누가 최초 등정자인지에 대해서는 수십 년 동안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1990년대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봉에서 정상까지 내가 슬로프로 텐징을 리드했다”는 짧은 답변을 했을 뿐이다. 자신이 텐징보다 먼저 에베레스트에 첫 발을 디뎠다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힐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날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전날이었다. 잔치 분위기로 들뜬 런던에 에베레스트 등정 소식이 날아들자 온 나라는 환희와 감격에 휩싸였다. 힐러리는 새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아 하루아침에 영웅이 됐고, 대영제국 귀족 반열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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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힐러리(왼쪽)과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환경운동에 적극 나서

1919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힐러리는 31세가 되던 1950년에야 스위스 융프라우로 첫 해외원정을 나섰을 만큼 산악계 입문이 늦은 편이었다. 그는 뉴질랜드 공군에서 항공사(하사)로 복무하던 1944년 타고 나간 배가 폭발하는 바람에 전신 40% 화상을 입고 전역했을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해발 3000m 이상의 고봉과 빙하로 뒤덮인 뉴질랜드 남섬의 서던알프스에서 산 타는 재미에 푹 빠져 뉴질랜드에서 꽤 유명한 산악인으로 성장했다. 존 헌트가 이끄는 영국 원정대에 뉴질랜드 출신인 그가 발탁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에도 힐러리의 탐험은 계속됐다. 1954년에는 바룬 빙하를 탐험했고, 바룬체를 등정했다. 1958년 1월에는 농장용 트랙터를 타고 남극 대륙 횡단에 성공했으며, 1977년에는 인도 갠지스 강을 제트보트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탐험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였다. 1961년 네팔 히말라야 산골에 학교 20곳, 병원 2동, 비행장 2곳을 건설하는 데 앞장섰고, 황폐화된 이 지역 산의 환경보존을 위해 식목사업을 주도했다.

네팔 히말라야 지역으로 트레킹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투크라 비행장도 그가 원주민을 위한 자재와 보급품 운반을 위해 건설한 곳이다. 그러나 이 비행장은 관광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극심하게 오염됐다. 그때부터 힐러리는 “에베레스트가 상업화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힐러리의 초등 성공 이후 에베레스트는 4만~6만 달러만 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상업화됐고, 정상에선 등정 장면이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힐러리는 “1980년대 이후 에베레스트에 오른 등정대는 다른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곳을 그대로 따라갔을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힐러리는 엘베레스트를 정화시키기 위한 환경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에베레스트를 살리기 위해 5년 간 등반을 금지시켜 황폐한 자연에 재생(再生)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네팔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힐러리는 부인과 막내딸을 히말라야에 먼저 묻어야 했다. 1975년 첫 부인 루이즈와 막내딸 벨린다는 히말라야 봉사활동 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10여년 간 부인과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힐러리는 1989년 남극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진 친구의 부인이었던 물그레우와 재혼한다.

국제산악환경 보호단체인 히말라얀 트러스트를 운영하기도 한 힐러리는 유엔기구의 환경운동 단체 멤버로 활약했다. 1993년엔 그의 아들 피터 힐러리가 ‘에베레스트 초등 40주년’을 기념하는 등반대회의 일원으로 원정에 참가해 정상에 올라 ‘부자(父子) 에베레스트 등정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1990년대초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뉴질랜드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뉴질랜드에서 가장 신뢰받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오클랜드 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힐러리는 산사람들에게 늘 충고했다.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은 괜찮지만, 남을 이기기 위해 산에 도전해서는 안된다.”

■뉴질랜드 지폐는
 

뉴질랜드 지폐는 5·10·20·50·100달러 등 5권종 체제이다. 5달러 지폐 앞면에는 에드먼드 힐러리, 10달러 지폐 앞면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토록 한 여권운동가 케이트 셰퍼, 20달러 지폐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인물초상이 들어가 있다. 50달러 지폐 앞면에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인권신장에 크게 기여한 아피라나 응카타, 100달러 지폐 앞면에는 원자학의 개념을 정립한 넬슨 루더퍼드의 인물초상이 새겨져 있다. 뉴질랜드 각 권종 지폐 뒷면에는 노란눈 펭귄, 푸른 오리, 매, 찌르레기, 노란머리 모후아 새 등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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