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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커피인증마크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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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   2017.06.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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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의 내츄럴마케팅연구소(Natural Marketing Institute)는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란 뜻의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LOHAS(로하스)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06년 한국표준협회는 세계 최초로 ‘로하스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식품 뿐 아니라 에너지효율, 가전제품, 대체의약품, 친환경적 여행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심사를 거쳐 로하스 인증을 해주고 있다.

오늘날 많은 식품이 ‘로하스인증’이나 ‘HACCP인증’ ‘유기농인증’ 등 다양한 인증마크를 붙여 판매되고 있다. 이런 인증은 생산자나 유통업자가 아닌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이 정한 일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부착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인증마크가 붙은 식품은 환경친화적 또는 건강에 보다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일반적으로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한다.

요즘 커피도 ‘공정무역’, ‘유기농’, ‘그늘재배 또는 조류친화적(Bird friendly)’ 또는 ‘우쯔 카페(Utz Kapeh)’ 등의 여러 인증 마크가 부착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런 마크는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준다. 그러나 이런 인증이 역설적으로 작은 커피콩 하나에 우리가 알면 불편한 진실이 너무나 많이 담겨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수요가 증가하면 생산자들의 수익 또한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커피시장에서는 수요가 증가해도 생산자들의 수입이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커피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커피는 이른바 ‘커피 벨트’라고 불리는 남북회귀선 사이의 저개발국가에서 생산돼 주로 부유한 선진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에는 거대한 중간 유통업자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커피 수요가 늘어나도 그 이익이 생산자에게 가지 않고, 중간 유통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개발국 커피 생산자들은 커피 수요 증가로 인한 수익 혜택은 없고 가난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과학적이고 기계화된 재배 방법을 장려하는 추세에 따라 바나나와 같이 키 큰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전통적인 ‘그늘재배’ 방식이 급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늘 없이 태양에 하루 종일 노출되더라도 나무당 생산량이 많은 커피나무로 개량된 품종을 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그늘재배 방식 때 쓰였던 키 큰 나무들이 잘려 나갔다. 그 결과 많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돼 북미와 중남미를 오가던 철새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키 큰 나무는 커피 생산농가의 대체 수입원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나무가 사라짐으로써 커피 작황이 나쁠 때 농가의 피해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늘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은 토양에 유기물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나무에 유익한 곤충과 벌레가 상생하면서 병충해를 막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키 큰 나무가 사라지면서 커피나무 재배를 위해 살충제와 제초제, 화학비료 등 농약의 사용량이 증가해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고 커피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게 됐다.

요즘에는 공장에서 만드는 대량생산 물품이 아니라 특별한 커피,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커피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계란이나 채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듯이 커피마니아들은 커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 커피마니아들은 자연스럽게 커피 생산 농민의 열악한 삶과, 화학비료와 농약 등의 유독물질 사용으로 인한 조류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 파괴, 유통 과정의 문제 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유기농 인증’ 커피는 프리미엄이 붙어 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커피 농민의 입장에서도 유기농법으로 커피를 재배하면 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유기농 커피는 그늘재배 방식으로 재배되므로 사실상 유기농 커피는 그늘재배 커피 또는 조류친화적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Organic Agriculture Movements)이 세계 각국의 유기농 단체를 총괄하여 유기농 기준과 인증 절차를 통합하고 전 세계 어디서나 유기농 인증이 동일한 효력과 내용을 지니도록 관리, 감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늘재배 커피 또는 조류친화적 커피의 인증은 열대 명금류(鳴禽類) 철새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비영리기구인 스미소니언 철새연구소(Smithsonian Migratory Bird Center, SMBC)와 뉴욕시에 위치한 비영리단체인 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이라는 두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SMBC는 유기농 인증도 함께 받도록 하고 있으나, 우림동맹은 유기농 인증 여부는 고려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증 기준이 느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다수의 그늘재배 인증을 우림동맹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한다. 결국 그늘재배 인증은 유기농 인증과 공정무역 인증과 달리 전세계적으로 통합된 인증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할 기관이 없어 인증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공정무역은 생산자협동조합에서 직접 구매해 생산자들이 최소한의 보장된 커피 가격을 받게 하는 무역형태이다. 판매액 중 생산자의 이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만들어 커피의 생산 및 유통 구조에서 수익배분의 불공정성을 완화시킨다는 이념이다.

공정무역 인증은 1970년대에 네덜란드의 한 단체가 창안해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 라벨’을 붙인게 기원이다. 1997년부터는 국제 공정무역 상표기구(Fairtrade Labelling Orgnization International, FLO)가 전세계 통합인증 기준을 수립하고 공정무역 인증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FLO는 커피생산국마다 지역사무소를 두고 생산자에 대한 인증심사를 실시했다. 인증을 받은 생산자들이 국제 공정무역 기준에 맞는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지 매년 점검하고 있다. 검사를 통과한 생산자는 판매량과 거래가격, 그리고 구매자 내역 등의 자세한 판매정보를 매년 FLO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공정무역 제품이 소비국에 들어가면 미국에서는 트랜스페어 USA(TransFair USA) 같은 국가별 공정무역 인증기관이 이들 공정무역 제품에 인증마크를 발급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이쿱생협, 아름다운커피, YMCA 피스 커피 등 여러 개별단체가 개별적으로 공정무역 커피를 출시하고 있다. 미국의 트랜스페어 USA와 같은 공정무역인증기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마야어로 ‘좋은 커피’란 뜻의 우츠 카페(Utz Kapeh)라는 인증표시도 있다. 이 인증은 농부의 삶과 자연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경작된 커피에 주어지고 오늘날에는 ‘우츠 인증(UTZ Certified)’이란 이름으로 인증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인증 마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고품질의 커피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커피 재배, 생산, 유통을 위한 생산자의 삶과 소득을 확보해 준다는 면에서는 커피 산업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 필자 신혜경(51)은...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서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 조교수로 재직하며, 바리스타 2급 수석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위원장이다. 서초동에서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는 <그린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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