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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재 단 한 점으로도 전시실을 꽉 채우는 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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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4   2015.06.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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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대박물관 80년 기념 특별전
ㆍ600여점 보며 이해 폭 넓히고
ㆍ마지막 ‘한 점’ 보며 맛과 멋을-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빙 둘러앉을 수 있는 전시실에 백자 한 점이 놓여 있다. 높이 53.3㎝의 백자는 단 한 점에도 불구, 공간의 규모에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시대 걸작, 명품답게 공간을 당당하게 장악, 압도한다. 조도가 달라지는 감성 조명은 그때마다 백자의 또 다른 얼굴, 다양한 맛을 새롭게 일깨운다. 균형미가 돋보이는 형태, 은은한 색감, 까다로운 철화 안료를 능숙하게 다뤄 그린 생생한 포도송이가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국보 제107호인 ‘백자철화 포도문 항아리(사진)’다.

이화여대 박물관이 개관 80주년을 기념, 특별전 <조선백자>를 마련했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600여점의 백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단일 백자 전시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가마터 발굴 같은 학술적인 백자 연구와 더불어 백자 소장으로도 유명한 이대 박물관이 주요 소장품을 내놓았고, 여기에 삼성미술관 리움·가회민화박물관·고려대학교박물관 등의 소장품도 나왔다.

‘백자철화 포도무늬 항아리’는 전시장 마지막, 단독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김주연 학예연구원은 “유물을 쭉 둘러보고 전시장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백자의 미를 오래 느끼고 기억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마지막 공간에 단독 전시실을 꾸몄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그의 말처럼 꽤 오래 앉아 300여년 전 누군가가 빚어낸 걸작을 깊게 음미한다. 조선시대와 현대, 현실과 상상 속을 오고간다.

‘백자철화포도무늬항아리’는 18세기 작품으로 부수적인 장식 문양을 생략하고 넓은 이파리들과 그 사이로 뻗어 내린 포도넝쿨을 그린 대형 항아리다. 그림의 재료인 철화는 누렇게 번지거나 검은색으로 바래기 쉬워 제대로 된 색감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특유의 색감과 구도 등은 이 백자의 작가가 철화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고, 또 수준 높은 회화의 힘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다.

백자는 고려 초부터 만들어졌지만 15세기 후반 조선 왕실이 경기도 광주군에 관요인 분원을 설치하면서 본격화된다. 분원은 19세기 말까지 조선의 백자 제작을 주도했다. 조선 왕실은 각종 행사 등 의례를 위해 많은 용기들을 필요로 했고, 그 용기를 통해 왕실의 권위도 드러내고자 했다. 실제 특별한 행사에 사용된 백자는 그 수량과 종류, 조달방법까지 기록해뒀다. ‘백자청화 수복자무늬 팔화형 대접’에 쓰인 명문을 보면 1837년 헌종과 효현왕후의 가례에 사용하기 위해 창덕궁 대전 곳간에 들어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백자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 탄생부터 죽음까지도 녹아 있다. 왕실에서는 출생한 아기의 태를 좋은 곳에 묻어야 건강하고 귀하게 성장한다고 믿어 무늬가 없는 순백자를 태를 봉안하는 태호로 썼다. 백자 도판인 ‘묘지’를 통해 죽음의 의례에도 쓰였다. 3장인 ‘백자청화 숙의윤씨 묘지’에는 연산군의 후궁이었던 숙의윤씨가 태어난 때부터 1568년 사망 때까지의 주요 일대기가 적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도와 경상도, 황해도 등 지방의 다양한 백자들도 볼 수 있다. 광주에 관요가 설치된 후 전국의 장인들은 관요 생산품을 닮은 백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백자에 대한 수요가 전국적으로 늘어나 기술이 발전했고, 조선 말기로 갈수록 지방색이 뚜렷해진다. 사군자가 주로 그려지던 무늬들도 다채로워져 민화풍의 무늬도 등장한다.

백자의 다양한 무늬를 즐기는 것도 감상의 하나다. 사군자나 산수화를 넘어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수복자나 길상무늬, 부귀를 기원하는 모란무늬, 복의 상징인 박쥐, 다산과 풍요의 기원을 담은 포도 등 온갖 무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장남원 이화여대 박물관장은 “지배층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랑한 백자의 풍부한 조형미, 나아가 백자에 녹아든 500년 조선의 이념까지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무료, 내년 1월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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